두산이 한화와의 주말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치며 주중 스윕패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9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 6안타를 터트리며 3-1로 승리했다. 두산의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은 8이닝5피안타9탈삼진1실점 호투로 시즌 13승째를 챙겼고 마무리 함덕주는 시즌 20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올 시즌 두산에는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유난히 많다. 작년 시즌 7홈런이 개인 최고 기록이었던 최주환은 올 시즌 2배가 넘는 17홈런을 기록 중이고 오재원 역시 2015년의 11홈런을 넘어 올해 12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그리고 선수 생활 내내 한 번도 10홈런의 벽을 넘지 못했던 김재호가 29일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홈런 날린 김재호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경기. 6회말 2사에서 솔로 홈런을 날린 두산 김재호가 그라운드를 돌며 주루코치의 축하받고 있다.

▲ 홈런 날린 김재호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경기. 6회말 2사에서 솔로 홈런을 날린 두산 김재호가 그라운드를 돌며 주루코치의 축하받고 있다. ⓒ 연합뉴스


10년의 백업 생활 끝에 찾아온 유격수 주전 자리

2003년 박경수(kt위즈) 영입전에서 LG트윈스에게 패한 두산은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중앙고의 유격수 김재호를 계약금 2억 원을 주고 1차 지명으로 영입했다. 고교 시절부터 빠른 발과 안정된 수비력을 인정 받았던 김재호는 프로 입단과 동시에 1군에서 자리를 잡는 듯 했지만 신고 선수 출신 손시헌(NC다이노스)의 등장으로 인해 1군보다는 2군을 전전하는 시간이 많았다.

2년 동안 1군에서 83경기 출전에 그친 김재호는 2007년까지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쳤지만 2008년엔 이대수(SK 와이번스), 2009년부터는 다시 손시헌의 존재로 인해 주전 자리를 넘보지 못했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군 문제까지 해결한 전도유망한 유격수였던 김재호는 백업으로 있는 동안에도 꾸준히 트레이드설에 휘말렸다. 하지만 두산에서는 이대수를 한화 이글스로 보내면서도 김재호만은 끝까지 지켰다.

프로 입단 후 9년 동안 벤치만 달구던 김재호에게 기회가 온 것은 2013년. 주전 유격수 손시헌이 부상으로 주춤하는 사이 김재호는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315 1홈런32타점9도루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힘을 보탰다. 2013 시즌이 끝나고 손시헌이 NC로 이적할 때 두산이 적극적으로 손시헌을 붙잡지 않은 것도 김재호가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재호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나서기 시작했다. 2014년 성적은 타율 .252 3홈런54타점. 두산의 성적이 준우승에서 6위로 추락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타고투저 시즌이 시작된 시기인 점을 고려하면 썩 만족스러운 성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김재호에게는 프로 데뷔 11년 만에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한 시즌을 소화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김재호는 2015년 133경기에 출전해 타율 .307 126안타3홈런50타점7도루를 기록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떠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새 주인이 됐고 2015년 초대 프리미어12 우승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다. 오랜 백업 시절을 견뎌 낸 김재호가 골든글러브 유격수로 성장하면서 각 구단들은 포기했던 중고 유망주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홈런 친 김재호 1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SK 대 두산 경기. 2회 말 1사 때 두산 김재호가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홈런 친 김재호 지난 5월 16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SK 대 두산 경기. 2회 말 1사 때 두산 김재호가 홈런을 친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생애 최고의 시즌 향해 질주하는 프로 15년 차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는 2016년 두산의 주장을 맡아 타율 .310 129안타7홈런78타점8도루를 기록하며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김재호는 시즌 대부분을 9번타자로 활약했음에도 78타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주로 3번타자로 활약했던 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의 타점(77개)을 능가하는 기록이었다. 김재호는 그해 .336라는 높은 득점권 타율을 기록했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13개의 희생플라이를 때려냈다. 그만큼 김재호는 팀배팅에 능하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잘하는 타자였다.

2016 시즌이 끝난 후 4년 50억 원에 두산과 FA계약을 체결한 김재호는 작년 시즌 허리와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53경기에 결장했다. 특히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5경기에서 실책 2개를 저질렀고 타석에서도 10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정규리그에서는 잔부상 속에도 그럭저럭 제 몫을 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의 활약은 6억5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FA 선수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김재호는 올 시즌에도 6월까지 타율 .281 7홈런34타점을 기록했다. 하위 타선에서 타점 생산능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5월 타율 .234, 6월 타율 .278에 그치면서 타격에서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김재호의 방망이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부터 불을 뿜기 시작했다. 김재호는 7월에 열린 7경기에서 타율 .415 3홈런14타점16득점을 기록하며 어느덧 시즌 타율을 .313까지 끌어 올렸다. .388의 득점권 타율은 리그 전체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두산 김재호 솔로 홈런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경기. 6회말 2사에서 솔로 홈런을 날린 두산 김재호가 덕아웃에서 축하받고 있다.

▲ 두산 김재호 솔로 홈런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한화의 경기. 6회말 2사에서 솔로 홈런을 날린 두산 김재호가 덕아웃에서 축하받고 있다. ⓒ 연합뉴스


김재호는 29일 한화전에서도 팀이 기록한 3점 중 2점을 책임졌다. 김재호는 4회 1사 만루 기회에서 0의 균형을 깨는 우익수 방면의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로 선제 타점을 올렸다. 2-1로 앞선 6회에는 한화 선발 김범수의 시속 146km짜리 빠른 공을 퍼올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지난 두 시즌 연속 7홈런을 기록했던 김재호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리 수 홈런을 터트리는 순간이었다 김재호의 시즌 장타율은 .481로 오재일(.457)이나 박건우(.455)보다 높다.

중앙고 시절부터 빠른 발과 강한 어깨가 돋보이는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재호는 2008년 12도루를 기록한 이후 한 번도 두 자리 수 도루를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때도 3홈런,7홈런에 그쳤던 김재호가 한국 나이로 34세가 된 프로 15번째 시즌에 처음으로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냈다. 나란히 생애 최고의 시즌을 향해 가고 있는 키스톤 콤비의 맹활약은 올 시즌 두산이 독보적인 1위를 질주하는 숨은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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