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팀 홀슈타인 킬로 이적한 이재성.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팀 홀슈타인 킬로 이적한 이재성. ⓒ 홀슈타인 킬 홈페이지/연합뉴스


독일 무대로 도전에 나서기 전 지난 4년 반의 시간 동안 전북 현대 이재성은 K리그를 정복했다. 'K리그의 다비드 실바'로 불리는 이재성은 많은 것을 전북에서 이뤄냈다. 지난 25일 전북 현대가 팀의 핵심 미드필더 이재성의 이적 소식을 알렸다. 행선지는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팀 홀스타인 킬. 홀스타인 킬이 이재성 영입에 지출한 금액은 150만 유로(약 20억 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에 해당한다. 킬은 이재성에게 등번호 7번도 부여하면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시즌 도중 팀의 '에이스'가 갑자기 이적했음에도 전북 팬들은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다. 이재성은 지난 4년 반의 기간 동안 환상적인 활약으로 전북을 이끌었다. 팀에게 모든 것을 바친 젊은 선수의 유럽 도전기에 불만을 가진 팬이 있을리 만무하다.

3번의 리그 우승과 1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1992년생 이재성은 고려대학교에서 3학년까지 마친 후 2014년 자유계약 형식으로 전북에 합류하게 됐다. 연령별 대표 기록도 많지 않은 이재성에게 주목하는 이는 적었다. 심지어 행선지는 '유망주의 무덤'이라 불리는 전북이었다.

당시 전북에서는 젊은 선수보다는 베테랑 선수들의 힘이 컸다. '재활공장장' 최강희 감독 지휘 아래 이동국, 김남일 등이 부활했다. 곳곳에 수준급 선수들이 즐비한 전북에 젊은 선수가 발을 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이재성을 향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데뷔 연도부터 이재성은 빠르게 팀에 주축으로 성장했다. 프리시즌에 합격점을 받은 이재성은 곧장 팀의 주전으로 분류됐다. 신인 선수에게 찾아보기 힘든 유연함과 여유가 팬들을 매료시켰다. 일부에서는 과거 FC 서울에서 활약했던 제2의 이청용이 등장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북이 2014년을 제패하는데 이재성은 보탬이 됐다.

리그 26경기,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7경기 출장 등 데뷔 시즌부터 K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재성은 2015년에 완전히 폭발한다. 본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경기장 전체를 아우르는 전천후 미드필더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정훈 혹은 이호의 파트너로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확실히 수행했다.

2015 시즌 K리그 패권을 잡은 팀의 젊은 미드필더에게 영플레이어상(신인왕)이 돌아가는 것은 당연했다. 권창훈, 황의조라는 쟁쟁한 경쟁 상대가 있었지만 기자단의 선택은 이재성이었다. 일각에서는 이재성은 영플레이어상이 아니라 리그 MVP를 수상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기도 했다. 그만큼 이재성의 2015년의 치명적이고 압도적이었다.

팀의 '에이스'이자 국가대표팀에서도 자리잡기 시작한 이재성은 2016 시즌 팀에게 10년 만에 ACL 트로피를 안긴다. 리그에서는 준우승에 그쳤지만 시즌 베스트 일레븐에 2년 연속 입성하며 K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임을 만천하에 알렸다.

K리그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미드필더로 성장한 이재성은 지난 시즌 리그 28경기에서 8골 10도움을 쏟아냈다. 팀의 압도적인 리그 우승을 이끈 이재성의 리그 MVP 수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시즌 초반 정강이뼈 골절 부상으로 팀에 한동안 이탈했음에도 이재성은 높은 수준의 플레이로 팀을 정상으로 인도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호리호리한 어린 선수는 4년 만에 K리그 최고의 선수가 됐다. 올 시즌을 제외한 최근 4시즌 간 전북은 3번의 리그 우승 타이틀과 1번의 ACL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보다 좋은 성과를 앞으로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화려한 성적이다. 전북의 황금시대에는 이재성이 함께 했다.

젊은 선수의 가능성과 전북이란 브랜드를 만들다

이재성을 단순히 전북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공을 세운 선수 정도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4개의 우승 트로피 이외에도 이재성이 전북에 남기고 간 업적은 작지 않다. 먼저 이재성은 전북이란 클럽이 어린 선수를 믿고 기용하는데 커다란 자신감을 심어줬다. 앞서 설명했듯이 2009년부터 시작된 전북의 성공은 2013년까지 베테랑이 팀의 핵심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름값 높은 선배들 사이에 어린 선수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재성의 등장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최강희 감독은 실력만 갖추고 있으면 나이가 어려도 과감하게 선수를 기용했다. 2015년 데뷔한 장윤호는 꾸준하게 기회를 받은 끝에 믿고 투입할 수 있는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에는 '괴물 수비수' 김민재를 적극 활용하면서 대성공을 거뒀고, 올 시즌에는 골키퍼 송범근을 주전으로 낙점했다. 두 선수 모두 어리지만 단숨에 전북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전북이란 클럽이 보다 높은 위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의 기용과 유소년 시스템의 정착이 필요했다. 더불어 2013년부터 시작된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이재성은 당장의 고민 해결과 전북이 세운 계획에 확고한 믿음과 신뢰를 주기 충분했다. 과거 젊은 피가 부족해 흔들리던 전북은 이제 없다. 서서히 적절한 신구조화가 팀에 정착되고 있다. 이번 시즌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또한 이재성은 '전북'이란 브랜드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전북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K리그의 절대 강자다. '닥공'이란 기치 아래 공격적이면서도 탄탄한 밸런스를 갖춘 아시아의 거대 클럽이 됐다. 전북이 절대 1강이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팀의 전술 자체가 워낙 공격적이고 선수들 또한 공격수의 비중이 높다 보니 플레이는 불균형적이었다. 우수한 자원을 바탕으로 버티기는 했지만 불안요소가 많았다.

이재성은 전북에게 안정성을 선물했다. 정밀한 패스와 탈압박 능력을 갖춘 이재성은 전북 공격의 윤활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재성으로 인해 공격진의 시너지 효과가 발현됐다. 무엇보다도 왕성한 활동량과 투지로 수비 상황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이재성의 존재로 인해 전북의 공격과 수비는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몸통처럼 기능할 수 있었다.

이재성은 팀이 수비적으로 몰릴 때는 수비에 에너지를, 팀이 골을 필요로 할 때는 공격에 에너지를 쏟으면서 전북의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이재성의 능력과 이를 활용한 최강희 감독의 전술을 탁월했다. 덕분에 전북은 스타군단임에도 우승을 차지 못했던 수많은 사례와 달리 기복없이 정상에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이처럼 이재성은 전북의 현재이자 미래였다. 그가 전북에서 창조한 것은 트로피 몇 개가 아니라 클럽의 가치였다. 이재성의 K리그 정복기는 K리그 역사에 중요한 지점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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