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밥 딜런이 지난 27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 2018 밥 딜런 내한공연 Bob Dylan & His Band >를 개최했다.

▲ 밥 딜런 밥 딜런이 지난 27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 2018 밥 딜런 내한공연 Bob Dylan & His Band >를 개최했다. ⓒ A.I.M / PAPAS E&M


음악이 물처럼 흐르는 평화의 땅.

밥 딜런(Bob Dylan) 공연에서 받은 인상이다. 결이 다른 세상에 딱 두 시간 앉았다가 나온 기분이랄까. 이렇게 특별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지난 27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8년 만에 열린 가수 밥 딜런의 두 번째 내한 공연 현장을 전한다.

흐르는 물 같은 음악

그의 공연을 보며 왠지 모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조화로움'이었다. 밥 딜런과 그의 밴드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흐르는 물을 연상케 했다. 애쓰지 않지만 모든 게 완벽한 밸런스를 이루며 흘러가는 듯했는데 그 흐름이 워낙 자연스러워서 공연장 전체가 그러한 뉘앙스로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베이스와 드럼, 기타, 피아노 등이 서로를 돕는 듯 연주됐다. 톱니바퀴가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균형미를 보여주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듯했다. 밥 딜런은 주로 피아노 앞에 앉아서 노래했는데 그의 목소리도 하나의 악기처럼 연주에 섞여들어 조화를 이루었다. 그러한 밸런스에서 오는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이 있었다.

'Watchtower'로 공연의 문을 연 밥 딜런은 'Twice', 'Summer Days', 'Feel My Love', Autumn leaves' 등 20곡을 불렀다. 그는 자신의 공연마다 그랬듯 이번에도 모든 곡에 많은 편곡을 가했다. 마치 처음 듣는 노래처럼 생소할 정도였지만, 듣고 싶은 것을 듣겠다는 기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듣는 관객에겐 기분 좋은 배반이었다.

귀로만 듣는 음악

밥 딜런 밥 딜런이 2018 아시아 투어를 기념해, 1962년부터 1966년 사이에 녹음된 곡들을 수록한 라이브 앨범을 발매했다.

▲ 밥 딜런 밥 딜런이 2018 아시아 투어를 기념해, 1962년부터 1966년 사이에 녹음된 곡들을 수록한 라이브 앨범을 발매했다. ⓒ 소니뮤직


지난 201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후 처음 하는 내한공연이라 그런지 이런 궁금증이 들었다. '음유시인' 밥 딜런은 무대에서 어떤 말을 할까? 한마디 한마디가 시 같을까? 하지만 이런 질문은 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었다. 밥 딜런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Hello"도 "Thank you"도 없었고 손을 흔들지도 않았다.  

밥 딜런은 2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연이어 노래했다.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무대 뒤로 잠시 사라진다거나 물을 마시고 땀을 닦기 위해 잠시 쉬는 경우도 없었다. 8시 정각부터 10시까지 계속 노래하는 이 노가수의 지구력은 대단했다. 말도 하지 않았으니 정말 물이 흐르듯이 음악이 연속적으로 흘렀던 셈이다.

무대도 파격적이었다. 화려해서 파격적인 게 아니라 그 반대로 말이다. 빨간 커튼 같은 장막을 배경으로 정갈한 노란조명 10개가량이 전부였다. 곡의 분위기에 맞게 무대장치가 바뀌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스크린도 없었다. 가수의 모습을 대형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보통의 공연과 달리 이날 관객은 밥 딜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이 점을 아쉬워하는 관객도 있었겠지만 음악을 귀로만 듣게 돼는 흔치 않은 경험은 분명했다.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움직인다면 그것만이 중요할 뿐."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고 반년 후에 전한 소감이 오버랩됐다. 그의 의도가 이날 공연의 방식에서도 느껴졌다.

여름밤의 올림픽체조경기장은 거대한 음악감상실 같았다. 응원봉의 화려한 불빛으로 채워진 아이돌 공연의 객석과 비교하면 이날 객석은 암흑이었다. 요란한 함성 없이 박수와 차분한 환호만 있었다.

관객도 밥 딜런이 그런 것처럼 말 대신 박수로써 언어를 대신했는데 경쾌한 리듬이 나오면 그에 맞는 박수로 호응하는 식으로 함께 무대를 즐겼다. 앙코르도 인상적이었다. 말로써 "앙코르" 하고 외치는 대신 멈추지 않는 박수로 그가 다시 무대에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마치 클래식 공연장 같았다.

다시 나타난 밥 딜런은 앙코르 곡으로 'Blowin' in the Wind'와 'Mr.Jones'를 불렀다. 관객은 마지막 곡이 끝나자 일어서서 거장을 말없이 배웅했다. 한국에서 공연을 마친 밥 딜런은 오는 29일 일본 후지 록페스티벌를 비롯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아시아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밥딜런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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