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UFC 3대 헤비급 챔피언에 오른 랜디 커투어는 2003년 라이트 헤비급으로 체급을 내려 티토 오티즈를 꺾고 두 체급 석권에 성공했다. 2008년에는 전 웰터급 챔피언 B.J. 펜이 라이트급 타이틀을 차지하며 두 체급 챔피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복싱에서는 매니 파퀴아오처럼 여러 체급 챔피언을 독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종합격투기에서 두 체급 챔피언은 선택된 격투 천재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었다.

하지만 2018년 현재 UFC에서 두 체급을 석권한 파이터는 총 5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8일 스티페 미오치치를 꺾은 다니엘 코미어는 현재 라이트 헤비급과 헤비급 타이틀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조르주 생피에르는 2013년12월 웰터급 타이틀을 반납하고 잠정은퇴를 선언했다가 3년 11개월 만에 치른 복귀전이 미들급 타이틀전이었다. GSP가 슈퍼스타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미들급 파이터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특혜인 것은 분명했다.

UFC에서 슈퍼스타들에게 이런 특혜가 생기게 된 배경은 '악동' 코너 맥그리거가 그 시작이었다. 2015년 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맥그리거는 페더급 강자들의 도전을 무시하고 '웰터급 알바'에 나섰다가 뜬금없이 라이트급 챔피언의 도발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당시 라이트급 챔피언은 맥그리거에게 허무하게 무너지며 맥그리거를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격투기 선수로 만들었다. 오는 29일(이하 한국시각) UFC on FOX 30 메인이벤트에서 더스틴 포이리에와 격돌하는 에디 알바레즈 이야기다.

역대 최초로 벨라토르와 UFC 라이트급 타이틀 석권한 알바레즈
 벨라토르 챔피언 벨트를 반납하고 UFC로 건너온 알바레즈는 4경기 만에 UFC 라이트급 타이틀을 차지했다.

벨라토르 챔피언 벨트를 반납하고 UFC로 건너온 알바레즈는 4경기 만에 UFC 라이트급 타이틀을 차지했다. ⓒ UFC.com 화면 캡처


UFC는 프라이드 몰락 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격투 단체로 군림해 왔다. 스트라이크포스나 벨라토르, WEC 같은 단체들이 UFC의 아성을 넘보려 했지만 규모나 흥행, 선수들의 수준에서 모두 UFC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결국 스트라이크포스와 WEC는 과거 프라이드가 그랬던 것처럼 UFC에 통합됐고 벨라토르만이 북미 2위 단체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타 단체 챔피언 출신들도 UFC에서는 유독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비UFC 라이트급 최강으로 불리며 스트라이크포스 라이트급 4차 방어까지 성공했던 길버트 멜렌데즈는 옥타곤 첫 경기에서 벤슨 헨더슨과 곧바로 타이틀전을 치렀다. 하지만 접전 끝에 1-2 판정으로 패했고 2013년10월 디에고 산체스전 판정승 이후 4연패의 늪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2015년6월에는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되며 강자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쿠바의 유도가 출신 헥터 롬바드는 벨라토르 미들급 챔피언 출신으로 UFC에 입성하기 전 32승 2패 1무효 경기라는 엄청난 전적을 만들었던 파이터다. 하지만 UFC 진출 후 팀 보에치나 오카미 유신 같은 노련한 파이터들에게 패하며 한계를 보였고 웰터급 변신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롬바드 역시 최근 5연패를 기록하며 옥타곤에서의 경쟁력은 사실상 바닥이 드러난 상황이다.

이처럼 타 단체 챔피언 출신의 많은 파이터들이 UFC의 높은 수준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계를 보인 것에 비하면 알바레즈는 옥타곤 진출 후에도 정상급 파이터로 도약했다. 2009년 벨라토르의 초대 라이트급 챔피언에 오른 알바레즈는 2013년 또 한 차례 챔피언에 올라 총 1173일 동안 벨라토르의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2014년9월 UFC에 진출한 알바레즈는 도널드 세로니와의 옥타곤 데뷔전에서 판정으로 패했다.

데뷔전 패배를 약으로 삼은 알바레즈는 라이트급 강자였던 멜렌데즈와 앤서니 페티스를 연파하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2016년 7월 챔피언이었던 하파엘 도스 안요스를 KO로 제압하며 벨라토르와 UFC 타이틀을 모두 차지한 역대 최초의 선수가 됐다. 하지만 알바레즈는 토니 퍼거슨이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같은 체급 내 강자들 대신 페더급 챔피언 맥그리거와 설전을 벌이다 맥그리거의 도전을 받아 들이는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맥그리거전 KO패 후 반칙 니킥 무효 경기, 니킥 피해자 포이리에와 재대결 
 알바레즈(왼쪽)와 포이리에는 라이트급임에도 50%가 넘는 KO율을 자랑하는 파이터다.

알바레즈(왼쪽)와 포이리에는 라이트급임에도 50%가 넘는 KO율을 자랑하는 파이터다. ⓒ UFC.com 화면 캡처


알바레즈는 2016년11월 맥그리거전에서 스탠딩 타격에서 현격한 열세를 보이다가 2라운드 중반 펀치 연타에 이은 파운딩으로 KO패를 당했다. 퍼거슨이나 누르마고메도프 같은 도전자들을 피해 흥행이 되는 맥그리거를 선택했다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셈이다. 알바레즈는 작년 5월 포이리에와의 경기에서도 그라운드 상황에서 니킥을 쓰다가 무효 경기가 됐다. 고의성 여부가 확실치 않아 반칙패가 되진 않았지만 알바레즈가 2경기 연속 격투팬들을 크게 실망시킨 것은 분명했다.

알바레즈는 작년 12월 18승 무패 15KO의 전적을 자랑하는 무서운 신예 저스틴 게이치와 맞붙었다. 많은 격투팬들이 무패의 화려한 전적을 자랑하는 게이치의 우세를 점쳤지만 알바레즈는 난타전을 걸어오는 게이치와의 정면승부를 마다하지 않고 엄청난 타격전을 주고 받은 끝에 3라운드 KO승을 거뒀다. 알바레즈와 게이치의 경기는 2017년 올해의 경기에 선정될 만큼 명승부였다.

알바레즈는 게이치전을 끝으로 휴식을 가졌지만 젊은 게이치는 지난 4월 포이리에와 맞대결을 펼쳤고 또 한 번 4라운드 KO로 패했다. 그리고 승자끼리 맞붙는 UFC의 대진 방식에 따라 알바레즈와 포이리에는 오는 29일 UFC on FOX 30에서 격돌한다. 작년 5월 알바레즈의 반칙 니킥 때문에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선수가 14개월 만에 재회해 진정한 승자를 가리게 된다.

한국의 격투팬들에게는 정찬성과 싸웠던 선수로 잘 알려져 있는 포이리에는 최근 9경기에서 7승1패1무효경기에 5번의 KO승을 거두며 라이트급 랭킹 4위까지 오른 강자다. 특히 최근 2경기에서는 베테랑 페티스와 신예 게이치를 각각 3라운드와 4라운드 KO로 제압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첫 맞대결에서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 간 경험이 있는 만큼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간다면 알바레즈가 크게 두려워할 상대는 아니다.

한편 코메인이벤트에서는 페더급 타이틀 전선에서 한 발 멀어진 전 챔피언 조제 알도가 최두호와 조쉬 에밋을 연속 KO로 꺾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제레미 스티븐슨과 상대한다.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에게 연패를 당한 알도는 스티븐스전을 통해 건재를 알릴 수 있고 스티븐스 입장에서는 알도라는 '빅네임'을 꺾으면 곧바로 타이틀 전선에 뛰어들 수 있다. 페더급에서 잔뼈가 굵은 두 파이터의 코메인이벤트 역시 메인이벤트 못지 않게 격투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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