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피는 한국 힙합씬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허클베리피는 한국 힙합씬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하이라이트 레코즈


언제부터인가 한국 대중들에게 '힙합'은 곧 <쇼미더머니>로 연결되곤 했다. 2014년 방영된 시즌 3부터 <쇼미더머니>의 파급력은 가공할 만한 수준이 됐다. 출연을 통해 스윙스, 비와이는 대중적인 유명 인사가 되었고, 언더 그라운드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던 넉살 역시 큰 인기를 얻었다(넉살은 다가오는 < 쇼미더머니 777 >(시즌 7)에서 딥플로우와 함께 프로듀서로 활약할 계획이다).

그러나 <쇼미더머니>가 만든 '명과 암'은 몹시 뚜렷했다. 스눕독이 출연했을 때와 같은 자극적인 편집은 애교였다. 그 래퍼가 어떤 커리어를 쌓아왔느냐보다, 방송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느냐에 따라 평가가 좌우되곤 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래퍼에겐 '찢었다'라는 찬사가 따르지만, 요즘의 스타일로 랩하지 않는 이에게는 '퇴물'이라는 수식어가 붙곤 했다. 힙합씬 자체가 <쇼미더머니>라는 한 프로그램에 종속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눈에 띄게 의미 있는 행보를 걷고 있는 래퍼가 있다. 하이라이트 레코즈 소속의 래퍼 허클베리피(본명 박상혁)다. 허클베리피는 'MIC SWAGGER'를 통해 프리 스타일의 장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허클베리피의 랩 실력을 부인하는 힙합팬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한국 힙합씬에서 일관된 존경을 받는 래퍼다.

첫 번째 이유는 역시 '랩'이다. 그는 화려한 플로우와 치밀한 라임 구성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뻔한 가사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강점을 드러낸다. 특히 2016년에 발표한 EP <점>에서는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주었다. 저스디스, 팔로알토와 함께 부른 'Cooler Than The Cool'에서는 컨셔스 랩(Consicous Rap/ 사회 문제를 주제로 하는 랩)의 멋을 과시했다.

"꿈은 그저 삶의 거대한 일부 너를 볼 때마다 말해주고 싶었어, 항상 넌 너에게 묻은 꿈의 흔적들보다 아름다운 사람
그 누구도 그걸 얼룩이라 생각지 않아 그 흔적들 모두 삶 자체로 인정하고 감싸 안아" - 'Espresso' 중

"부자라는 단어를 빼면 텅 비어버리는 아이들의 장래희망과 래퍼들의 Verse,

걔네들을 TV 앞으로 끌어당기는 마력을 지닌 미디어는 마치 투니버스" - 'Cooler Than The Cool' 중

한국 힙합의 역사를 써가는 래퍼 허클베리피

 '분신'에서 허클베리피는 관객들과의 완전한 일체화를 경험한다.

'분신'에서 허클베리피는 관객들과의 완전한 일체화를 경험한다.ⓒ 하이라이트 레코즈


두 번째 이유는 '공연'이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았을 때, 허클베리피의 음악 인생은 '분신'(焚身)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 '분신'은 허클베리피가 2013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단독 공연의 이름이다. 1000명 규모의 홍대 공연장에서 2000명 규모의 악스홀(YES24 라이브홀)까지. 공연의 규모는 갈수록 커졌다. 특히 2017년에 펼쳐진 '분신 7'은 티켓 오픈 30초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분신'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아티스트와 팬들 간의 상호작용이다. 이름 그대로 허클베리피는 이 공연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다시피 한다. 이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단순한 팬들이 아니다. 손을 들고 환호하는 것은 물론, 모든 곡의 랩 파트를 따라 부른다. 허클베리피는 이 공연에서 자신이 팬들과 오롯이 '일체화'되는 것을 경험한다. 특히 그의 대표곡인 'Rap Bada Hari'는 어느 순간부터 팬들에게 마이크를 맡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되었다.

"니가 내 네 배를 벌건 혹은 몇백억을 벌건
어차피 재미를 볼 건 Huckleberry 를 보러온 이들" - 'Rap Bada Hari'

이제 한국의 메이저 래퍼 중 <쇼미더머니>와의 접점을 만들지 않은 래퍼를 찾기란 쉽지 않다. 우원재처럼 신선한 얼굴을 찾기 위해 프로듀서를 자처하는 이도 있고, 미디어의 힘을 입어 자신의 명성을 높이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다. 허클베리피가 몸을 담고 있는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수장인 팔로알토는 이번 시즌 7에서 다시 한 번 프로듀서로 나설 계획이며, 식구인 레디와 G2, 절친한 넉살 역시 <쇼미더머니>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허클베리피 역시 '<쇼미더머니>를 좋아하지 않지만, 래퍼들이 어떤 마음으로 나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허클베리피는 <쇼미더머니>에 나가는 래퍼들을 굳이 비난하지 않는다. 그 대신, 허클베리피는 '한국 힙합씬에서 <쇼미더머니>만이 성공의 비결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하는 데 집중한다. G2와 함께 부른 'Human Torch'는 그의 자부심을 잘 드러낸 곡이다. 이 외골수 뮤지션에게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좋은 음악과 정열적인 공연으로 모든 설명을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허클베리피의 행보 하나하나는 이제 한국 힙합의 역사가 되고 있다.

"미디어로만 이 문화를 접한 이들에게
나란 존재는 예나 지금이나 듣보
그 듣보를 보려고 이젠 악스홀이 가득 차네,
소수 아닌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축복"
- 'Human Torch'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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