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숀의 `Way Back Home`은 2주째 멜론 등 주요 음원 순위 1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숀의 `Way Back Home`은 2주째 멜론 등 주요 음원 순위 1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 카카오M


올해 들어서 연일 음원 순위 논란으로 가요계가 시끌벅적하다.

지난 4월 닐로의 '지나오다'가 갑자기 주요 음원 순위 1위에 오르자 이를 두고 각종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엔 그룹 칵스 멤버 출신 숀의 'Way Back Home'이란 곡이 비슷한 과정을 거쳐 역시 1위에 이름을 올리자 의심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기도 하고,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각종 의구심도 나온다.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숀 측은 조작 논란에 정면대응하겠다며 직접 검찰에 수사의뢰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마케팅만으로 1위 탄생... 가능할까?

지난 16일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음원 순위에 숀의 'Way Back Home'이 깜짝 1위에 올랐다. 대형 팬덤을 자랑하는 그룹 트와이스, 블랙핑크, 에이핑크 곡을 제치고 나타난 다소 의외의 곡이었다. 숀의 소속사 DCTOM 측은 "사재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 다만 페이스북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했을 뿐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된 페이스북 페이지의 운영자 측 역시 장문의 해명 글을 통해 불법 마케팅 의혹을 부인하고 나섰다. 100만 명에 가까운 자신들 페이지의 팔로워 숫자와 멜론 1위곡 이용자 수의 규모를 비교하면서 충성도 높은 사용자들의 힘 및 그에 따른 파급 효과를 언급했다. 일반적인 바이럴 마케팅이었을 뿐 불법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너만 들려주는 노래' 측의 설명대로라면, 페이스북 마케팅이 음원 순위 1위 탄생의 일등공신이고 페이지를 팔로우하는 100만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큰 요인이라는 얘기다. 이는 믿을 만한 해명일까.

이에 대해 인터넷 마케팅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3인을 통해 견해를 들어봤다.

A씨 "예전 같지 않은 페이스북 이용률" 

 페이스북 페이지는 비즈니스 홍보 수단으로 널리 애용되는 대표적인 SNS 도구 중 하나다 (페이스북 비즈니스 공식 사이트 캡쳐  https://www.facebook.com/business/)

페이스북 페이지는 비즈니스 홍보 수단으로 널리 애용되는 대표적인 SNS 도구 중 하나다 (페이스북 비즈니스 공식 사이트 캡쳐 https://www.facebook.com/business/) ⓒ Facebook


주요 신문·방송사를 거치며 인터넷 전략 수립 업무에 잔뼈가 굵은 A씨는 이런 의견을 개진한다.

"가짜뉴스 범람으로 인해 올해 들어 페이스북 알고리즘 정책이 두 차례나 달라졌다. 이로 인해 타사이트로 연결되는 외부 링크를 담은 게시물의 페이스북 사용자 대상 확산 및 전파력이 예전 같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우리 회사만 해도 인스타그램에 비해 페이스북을 통한 유입은 대폭 줄어 들었다."

A씨는 이어 "페이스북에서 들어본 노래가 좋아서 이용자들이 음원 사이트 혹은 어플을 실행해 그것도 특정 시간대에만 집중해서 이용한다라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이용시간은 줄어드는 반면 인스타그램은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한국인의 페이스북 앱 사용시간은 지난해 5월 65억 분에서 올 5월 42억 분으로 35% 하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미국 현지 조사 결과 최근 24세 이하 미국인 페이스북 이용자 층에서 무려 280만 명 이상이 감소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점차 젊은이들이 페이스북에 흥미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페이스북 페이지의 충성도만 월등하게 높다?

 최근 `Way Back Home`으로 주요 음원 순위 깜짝 1위에 오른 숀

최근 `Way Back Home`으로 주요 음원 순위 깜짝 1위에 오른 숀 ⓒ 디씨톰엔터테인먼트


현재 유력 일간지에서 인터넷 사업 관련 전략 기획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B씨는 이렇게 지적한다.

"최근 들어 나타난 페이스북 이용률 급감은 미국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및 가짜 뉴스 유통에 따른 페이스북 신뢰 상실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국내에선 이들 요소 외에도 각종 광고성 게시물 범람, SNS에 대한 피로감도 영향을 끼쳤다."

B씨는 또한 "2018년 기준으로 기업 입장에서 페이스북 페이지는 예전처럼 매력적인 홍보 수단이 아니다. 제품 구매력이 높은 2030 세대의 이용률이 떨어지고 있다. 각종 통계에서도 사용자들의 이용시간이 급감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이들 세대는 음악 시장에서도 중요한 소비자 층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요즘 같은 시기에 페이스북 마케팅만으로 대성공을 거뒀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있는 마케팅 전문가는 아마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음악 시장에서의 바이럴 마케팅은 물론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특정 음악 마케팅 페이지의 팔로워만 다른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고 판단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그룹 방탄소년단(약 700만 명) 페이지 팔로워와 '너만 들려주는 음악' 페이지 팔로워(약 90만 명)의 숫자를 비교해보기만 해도 답이 나오지 않나."

C씨 "팔로워 100만 명이면 페이스북 내 확산은 충분히 가능" 

반면 여러 업체를 통해 바이럴 마케팅을 집행한 바 있는 C씨는 다소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100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했다면 이용자들에게 충분히 컨텐츠 도달이 가능하다. 또한 '너만 들려주는 음악' 팔로워 숫자보다 많은, 최대 180만 명까지 도달한 동영상도 있다. 그럴 경우엔 페이스북에 추가로 일정 비용을 지급해 마케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선 특정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게시물 홍보가 가능하다. 가령 대한민국 내 18~39세 이용자에게 내가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의 컨텐츠(게시물, 동영상 등)을 도달시키려면 페이스북이 정한 기준에 따라 일정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선 특정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게시물 홍보가 가능하다. 가령 대한민국 내 18~39세 이용자에게 내가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의 컨텐츠(게시물, 동영상 등)을 도달시키려면 페이스북이 정한 기준에 따라 일정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 ⓒ 페이스북


실제로 페이스북 페이지의 경우, 맞춤형 비즈니스를 위한 수단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페북 페이지에선 특정 대상(지역/연령/성별)에 맞춰 내가 생산한 컨텐츠를 "맞춤 도달"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일정 비용을 결제하면 내 페이지를 팔로우하지 않은 이용자들에게도 특정 게시물/동영상 등을 노출시킬 수 있다.

이어 C씨는 "해당 페북 페이지를 살펴봤는데 일반적인 뮤직비디오나 공연영상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짧게 자른 영상이나 GIF 파일 등 색다른 형식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용자가 많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특정 곡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만 "페북 내에서 100만 명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원동력이 되어 음원 순위 1위까지 오를 수 있다고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마케팅으로 실적을 내려면 페이스북 이외 다른 수단에서의 홍보 병행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숀이 음원차트 1위로 등장하기 전까지, 네이버나 구글 트렌드 상의 흐름을 살펴봐도 별다른 움직임이 발견되지 않았다. 즉, 페이스북을 제외하면 다른 외부적 화제몰이는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라고 조심스런 반응도 함께 내놓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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