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될 재능이다. 소속팀에서 보여준 활약과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포함된 선수와 비교해도 부족함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선택받지 못했다. 대표팀 명단 어디에도 그들의 이름은 없었다. 팬들마저 의아함을 자아내는데 당사자의 심정은 어떠할까.

놀랍게도 그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누빌 날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아픔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는다.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나이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나아가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난다. 마냥 어두운 것처럼 보이는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지난 3월 18일 오후 4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의 맞대결에서 포항의 골문을 지킨 강현무.

지난 3월 18일 오후 4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의 맞대결에서 포항의 골문을 지킨 강현무. ⓒ 이근승


조현우 못잖은 재능, 포항의 '수호신' 강현무

강현무는 일찍이 두각을 드러낸 골키퍼다. 그는 이동국과 박주영, 황희찬 등 명선수를 잇달아 배출한 포항 스틸러스 유소년 팀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포항 U-18 소속으로 포항제철고의 'K리그 U-18 챌린지' 3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2013년 대교눈높이 전국 고등리그 왕중왕전에선 빼어난 선방 능력을 과시하며 우승과 함께 대회 최우수 골키퍼상도 받았다.

지난 2014년, 강현무는 자신을 키워준 포항에 입단해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포항의 골문을 지킨 이가 국내 최고의 골키퍼로 손꼽히는 신화용이었기 때문이다. 강현무는 묵묵히 훈련에 매진하며 기회를 기다렸고, 입단 4년 만인 2017년 3월 12일 성공적인 프로 데뷔전(vs. 광주 FC)을 치렀다. 긴장한 모습은 없었고, 남몰래 흘린 땀방울을 증명하며 무실점 승리(2-0)에 힘을 보탰다.

강현무는 터줏대감 신화용이 수원 삼성으로 떠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수원에서 임대돼 온 노동건과 주전 경쟁을 치러야 했지만, 안정적인 볼 처리와 놀라운 반사 신경을 앞세워 조금씩 우위를 점했다. K리그1 38경기 중 26경기에 출전했고, 33실점을 기록했다. 무실점 경기가 6차례나 됐고, 140개의 유효 슈팅 중 107개의 슈팅을 막아내며 무려 76%의 선방률을 기록했다. 빼어난 재능에 노력을 더한 선수답게 성공적인 프로 데뷔 시즌을 치러낼 수 있었다.

자신감이 붙은 강현무는 국내 최고의 골키퍼 자리까지 넘본다. 프로 데뷔 2년 차인 올 시즌, 19경기에서 21실점을 내주고 있다. 포항의 전력이 우승권이 아니란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2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전에선 하태균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승리를 이끌었고, 17라운드(vs. 강원 FC)와 18라운드(대구 FC)에선 연달아 무실점 경기를 만들어냈다.

강현무는 올 시즌 6차례의 무실점 경기를 치렀고, 선방률 80%를 기록 중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고의 스타 조현우와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아직 23세에 불과한 프로 데뷔 2년 차 선수인 점을 고려하면, 조현우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난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맞대결에서 조영욱(오른쪽)과 한찬희(왼쪽)의 모습.

지난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맞대결에서 조영욱(오른쪽)과 한찬희(왼쪽)의 모습. ⓒ 이근승


전남을 넘어 대한민국의 중원을 넘보는 한찬희

운도 실력으로 봐야 할까. 한찬희는 엄청난 잠재력과 능력을 겸비한 몇 안 되는 선수다. 그런데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서 고배를 마신다. 그는 지난해 국내에서 개최된 U-20 월드컵 개막 전만해도 누구보다 큰 기대를 받았다. 이승우와 백승호 등 스타들이 즐비한 대표팀의 주장이었고, 중원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예상 못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대회 개막을 2주 앞두고 허벅지 앞쪽 근육을 다쳤다. 참고 뛰어보려 했지만, 정상이 아닌 몸 상태로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중앙 수비수 이상민에게 주장직을 넘겨줬고,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치른 조별리그 3차전(vs. 잉글랜드)에서만 모습을 드러낸 채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 이유가 있었다. 한찬희는 팀 내에서 유일하게 꾸준히 경기에 출전한 프로 선수였다. 그는 지난 2016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해 단박에 경쟁력을 보였다. 23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확고한 주전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10대의 어린 소년이 국내 최고 무대(K리그1)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사실은 높이 평가할 만했다.

프로 2년 차였던 지난 시즌에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한찬희는 K리그1 29경기에 출전해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중원 전 지역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녔고, 측면 공격수 역할까지 소화했다. 거친 몸싸움과 볼 커팅, 빌드업, 키 패스, 결정력 등 다재다능한 면모를 마음껏 뽐냈다.

올 시즌도 다르지 않다. 16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특히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 탈락의 충격을 받아들인 이후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작성했다. 18일 FC 서울전에선 허용준의 환상적인 중거리 골을 도왔고, 21일 포항전에선 직접 골망을 갈랐다. U-20 월드컵에 이어 또 한 번의 고배를 마셨지만, 개의치 않고 나아가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맞대결에서 조영욱(오른쪽)과 한찬희(왼쪽)의 뒷모습.

지난 18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FC 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맞대결에서 조영욱(오른쪽)과 한찬희(왼쪽)의 뒷모습. ⓒ 이근승


이제 19세인 조영욱, 내일을 생각하며 웃는다

2017 U-20 월드컵에서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조영욱도 아시안게임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날렵한 움직임과 풍부한 활동량, 중앙과 측면을 두루 볼 수 있는 다재다능함과 결정력을 가진 특급 재능이지만, 김학범 감독은 조영욱을 선택하지 않았다.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수 포함된 전방인 만큼,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제 열아홉, 본인 역시 아무렇지 않은 듯 그라운드를 누빈다. 조영욱은 올 시즌 프로에 데뷔한 새내기다. 박주영의 뒤를 잇는 서울의 희망이자 한국 축구의 미래답게 남다른 재능을 뽐내고 있다. 16경기 출전 3골 1도움, 스트라이커가 아닌 측면과 2선 중앙에 배치된단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소속팀 서울이 극심한 부진에 빠지면서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웠지만, 당당히 주전으로 올라섰다. 조영욱은 몇 안 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명단 탈락의 아픔을 맛본 뒤 치러진 18일 전남전에선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극적인 역전승에 앞장섰다. 출전을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것이 느껴지고,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여유도 전해진다.

밤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 중에는 유독 반짝이는 별이 있다. 이들의 재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두컴컴한 길을 밝게 비춰주는 별처럼, 그들의 재능은 언제 어디서든 화사한 빛을 낸다. 눈을 땔 수 없는 별처럼, 자신의 재능을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아시안게임에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A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날이 올 것이란 확신과 함께 지금처럼 쭉쭉 나아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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