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를 선택하게 된 데는 이수연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다. 이수연 작가님은 전작 <비밀의 숲>으로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받으셨다. 내가 감히 무슨 말을 더 하겠나."

배우 이동욱의 한 마디는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더 굳건하게 만들어주었다. 드라마 <라이프>는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차기작으로 캐스팅 진행 단계에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 <라이프>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예진우(이동욱 분)와 대학병원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급파된 총괄 사장 구승효(조승우 분)의 대립을 다룬다.

한 대학병원에서 벌어지는 사람의 목숨과 돈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지만 이번 작품 역시 이수연 작가의 전작 tvN <비밀의 숲>처럼 단순히 선과 악이 아닌 사람에 대한 내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병원 안의 복합적인 인간 군상을 그려낸다. 이수연 작가의 극본에 <디어 마이 프렌즈>의 홍종찬 피디가 연출을 맡았다.

"이 두 사람의 대립이 이유 없이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예진우는 의사로서 사람을 살리려는 고민이 있다. 구승효는 경영자로서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병원 내의 재정 문제를 개선할 수도 있다. 병원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비단 병원 안의 인물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꼈다. 마치 드라마를 만드는 현장의 대사 같기도 하다. 보시는 분들이 각자 공감을 해주셨으면 한다." (홍종찬 피디)

여기에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배우 원진아,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이규형과 배우 문소리, 유재명이 결합했다. 조연으로는 배우 문성근과 천호진, 김원해와 엄혜란, 엄효섭 등 호화 출연진이 나온다.

이미 이수연 작가는 <라이프>의 최종고까지 대본을 모두 집필해둔 상태다. 드라마 촬영 역시 14회까지 진행됐다.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학동 인근에서 열린 드라마 <라이프>의 일부가 공개됐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배우 이동욱, 조승우, 원진아, 문소리, 유재명, 이규형이 참석했다. 더운 날씨임에도 행사장은 <라이프>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로 꽉 차 <라이프>를 향한 기대감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조승우는 왜 사회 고발적인 작품을 택할까


배우 조승우는 자신이 연기하는 대학병원 총괄 사장 구승효를 두고 "초반에는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엄청 강한 좀 재수 없는 캐릭터로 나온다. '극혐'이다"라고 말해 취재진을 웃게 만들었다. 이어 "뒤로 가면 변화하는 모습도 나올 것 같은데, 이 인물은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룹과 병원을 동시에 살리려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또 조승우는 극 중 이동욱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연기를 하면서) 이동욱을 너무 노려봐 눈알이 빠지는 줄 알았다. 키가 커서 목이 많이 아팠던 것 말고는 너무나 마음에 드는 훌륭한 배우다"라고 농담을 했다.



이동욱은 조승우의 농담에 바로 "조승우씨는 연기를 거인 같이 하면서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우리는 서로 극 중에서 대립하고 곁눈질로 쳐다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편하고 즐겁게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뒤이어 문소리가 웃으면서 "두 연기 거인의 연기를 보시면 된다"고 말했고 여기에 조승우가 "이 드라마는 문소리씨가 나오는 드라마"라고 화답했다.

이수연 작가와 함께 한 전작 <비밀의 숲>에 대한 질문도 쏟아져 나왔다. 조승우는 "<비밀의 숲>과 <라이프> 모두 본질을 향해 가는 작품"이라며 "결국 그 본질은 시스템에 대한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잘 알지 못했던 시스템의 문제를 알 수 있게 해준다"고 언급했다.

이동욱은 "<하얀거탑>이 한 인물의 감정을 따라 간다면 이 드라마는 인물이 아닌 시스템, 의료계 전반적인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차이점을 말했다.

이어 <내부자들>이나 <비밀의 숲> 등 사회적인 시스템을 고발하는 작품을 주로 맡아 연기한다는 반응에 대해 조승우는 "일부러 그런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고, 그때 그때 내 마음을 흔드는 작품을 선택한다. 사실 이수연 작가님 대본이 참 어려운데 고민을 많이 했지만 하길 잘했다"고 답했다.

문소리 "교육계 역시 의료계처럼 돈의 논리가 우선시"



문소리는 "많은 대본들이 정치나 사회 경제적인 문제점을 다루고 있지만 이 문제를 그저 소재로 이용할 뿐이다. 직접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태도를 가진 작품은 많지 않다고 본다. 이를 다룬 이수연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서 놀랐다"며 처음 이수연 작가와 함께 작업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문소리는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데 교육계 역시 올바른 신념과 긴 세월을 보고 갈 수 있는 가치관이 중요한데 돈의 논리가 우선시된 상황이다. 의료계도 마찬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정면으로 날카롭게 던지는 드라마는 드물다"고 말했다. 원진아는 문소리의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문소리는 "이미 자신의 마지막 촬영분을 끝마친 사람들도 있는데, 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대본에 대한 칭찬이 넘쳐났다. 신자유주의 속 돈의 논리가 최고 가치인 지금의 현실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라이프> 대본을 두고 극찬했다.

원진아 "기회 준다면 해야 하는 작품"



주연 배우들 중 연기 경력이 가장 짧은 신인 배우 원진아는 "기회를 주신다면 반드시 해야 하는 작품이었고, 감사하게 기회를 주셔서 참여하게 됐다. 함께 하게 돼 영광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원진아는 극 중에서 의사 예진우의 동료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노을 역을 맡았다. 원진아는 "내 또래나 더 어린 세대들이 보고 병원 내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보다 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한편, 이동욱은 "(병원 내 가치관의 대립이라는) 소재가 주는 무거움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병원의 문제들에 대해 다 알려준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문제들이고 우리가 진짜 사는 이야기니 이 드라마를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