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하트' 스미스가 자신의 격투기 커리어에서 최고의 빅네임을 잡았다.

UFC 라이트 헤비급 파이터 앤서니 스미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의 바클레이카드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34 메인이벤트에서 전 U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랭킹 8위)를 1라운드 KO로 제압했다. 라이트 헤비급 데뷔전에서 전 챔피언 라샤드 에반스를 KO로 꺾은 스미스는 두 번째 경기에서 쇼군까지 1라운드 KO로 쓰러트리며 라이트 헤비급의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한편 코메인이벤트에서는 라이트헤비급 랭킹 9위 코리 앤더슨이 3위 글로버 테세이라를 판정으로 꺾는 또 하나의 이변을 일으켰다. 현재 라이트 헤비급은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가 3차 방어까지 성공하며 체급을 지배하고 있고 랭킹 1위 알렉산더 구스타프손의 다음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신예 선수 스미스와 앤더슨의 약진은 격투팬들을 들뜨게 만들기 충분하다.

크고 작은 단체에서 많이 싸우고 많이 지며 성장한 '흙수저 파이터'

 스미스는 중소단체에서도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다가 힘들에 옥타곤에 입성했다.

스미스는 중소단체에서도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다가 힘들에 옥타곤에 입성했다. ⓒ UFC.com 화면 캡처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격투단체 UFC에 입성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격투기 경력이 일천한 타 종목 출신의 선수가 UFC의 선수 육성 프로그램 TUF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며 UFC와 계약하는 경우. 또 하나는 중소단체에서 '천재 파이터'로 군림하다가 UFC의 오퍼를 받아 세계 최고의 무대애 도전하는 경우다. '스턴건' 김동현이나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 등이 모두 후자에 해당한다.

스미스 역시 지난 2008년 2월 VFC라는 중소단체를 통해 데뷔해 TCF, 익스트림 챌린지,스트라이크포스, 벨라토르 등 젊은 나이에도 다양한 단체를 겪은 파이터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중소단체를 접수하고 옥타곤에 입성하는 다른 UFC 파이터들과 달리 스미스가 UFC와 정식으로 계약하기까지는 무려 8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스미스는 UFC에 입성하기 전까지 4연패가 한 번, 3연패가 한 번 있었다. 한 가지 재미 있는 사실은 UFC와 계약하기 전까지 스미스가 당한 11번의 패배 중에는 판정패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2009년에는 3연속 KO패를 당하기도 했고 2013년에는 3연속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암 트라이앵글, 니바, 리어네이키드초크 등 상대에게 걸린 기술도 다양했다.

사실 스미스는 지난 2013년 6월 파브리시오 베우둠과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가 메인이벤트에서 격돌했던 UFC 브라질 대회에서 한 차례 옥타곤에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스미스는 대회 시작을 알리는 오픈경기에서 팀 노게이라 소속의 안토니오 브라가 네토에게 1분52초 만에 서브미션으로 패했다(네토는 스미스전 승리 후 UFC에서 2연패를 당했을 정도로 그리 대단한 파이터는 아니다).

하지만 스미스는 '불굴의 잡초정신'으로 다시 중소단체에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고 2015년 CFFC 미들급 챔피언, 2016년 1월에는 VFC 미들급 챔피언에 올랐다. 그리고 스미스는 2016년 2월 UFN83 대회에서 레오나르도 아우구스토 그이마라에를 판정으로 꺾고 정식으로 UFC와 계약했다. 크고 작은 단체들을 전전하던 스미스가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큰 격투 단체에 입성한 것이다.

라이트 헤비급 변경 후 전 챔피언을 둘이나 1라운드 KO로 제압한 신예

 스미스(오른쪽)는 UFC에서 알아주는 '싸움꾼' 쇼군을 타격에서 압도했다.

스미스(오른쪽)는 UFC에서 알아주는 '싸움꾼' 쇼군을 타격에서 압도했다. ⓒ UFC.com 화면 캡처


스미스는 2016년 7월 세자르 페레이라에게 판정으로 패하며 격투기 데뷔 후 첫 판정패를 당했지만 이후 엘비스 무타푸치치, 앤드류 산체스, 헥터 롬바드를 3연속 KO로 제압하며 미들급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스미스는 다소 투박하지만 판정보다는 피니쉬 승리를 노리는 공격 일변도의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로 격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UFC는 방어를 등한시하는 파이터가 마음껏 활개치도록 내버려두는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다. 스미스는 지난 2월 브라질의 타격가 티아고 산토스를 상대로 언제나처럼 전진 일변도의 경기를 펼치다가 번번이 산토스의 카운터에 맞고 휘청거렸다. 결국 스미스는 2라운드 1분 3초 만에 바디킥에 이은 파운딩으로 KO로 패하며 연승 행진이 끊어졌다.

산토스전 패배 이후 자신의 스피드가 미들급의 높은 레벨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스미스는 라이트 헤비급으로 체급을 변경했다. 첫 상대는 라이트 헤비급 9대 챔피언 라샤드 에반스. 당시만 해도 많은 격투팬들은 스미스를 에반스의 재기를 위한 희생양 정도로 여겼지만 결과는 스미스의 1라운드 KO승이었다. 193cm의 신장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니킥 한 방에 에반스는 힘 없이 무너졌다.

에반스를 꺾은 후 기세가 오른 스미스는 한 달 만에 곧바로 쇼군을 상대로 생애 첫 메인이벤트 경기에 나섰다. 볼칸 오즈데미르의 대타로 투입된 스미스는 프라이드 미들급과 U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싸움꾼' 쇼군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펼쳤다. 신예의 적극적인 공세에 백전노장 쇼군은 당황했고 스미스는 강력한 앞차기에 이은 펀치 연타로 쇼군을 실신시키며 라이트 헤비급 데뷔 후 2연속 KO승을 달성했다. 상대는 모두 전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이었다.

스미스는 오는 8월 5일에 열리는 UFC227에서 또 한 번 오즈데미르의 대타로 투입돼 랭킹1위 알렉산더 구스타프손을 상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한 달에 한 번씩 경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현재 라이트 헤비급 구도에서 스미스가 구스타프손을 꺾는다면 타이틀전 직행이 매우 유력하다. 물론 이 대진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더 지켜봐야 겠지만 미들급의 평범한 파이터였던 스미스가 현재 라이트 헤비급에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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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N134 앤서니 스미스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 라이언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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