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포수 안중열.

롯데 자이언츠 포수 안중열. ⓒ 롯데자이언츠/연합뉴스


롯데가 오랜 만에 홈런쇼를 펼치며 SK를 꺾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조원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5개를 포함해 장단 14안타를 터트리며 12-4로 승리했다. 이날 롯데 1선발 브룩스 레일리는 6이닝 9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시즌 6승을 챙겼다.

타석에서는 손아섭이 멀티 홈런과 함께 5타점을 쓸어 담으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채태인과 앤디 번즈, 전준우도 나란히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그리고 올 시즌 롯데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안방마님 자리에는 야구 팬들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얼굴이 등장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긴 부상의 터널을 뚫고 돌아온 프로 5년 차 포수 안중열이 그 주인공이다.

강민호 이적 후 '무주공산'이 된 롯데 안방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롯데의 주전 포수로 자리 잡기 시작한 2006년부터, 롯데의 젊은 안방은 다른 구단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뛰어난 타격과 장타력, 강한 어깨를 두루 겸비한 공격형 포수 강민호는 경험이 쌓이면서 '완성형 포수'로 거듭났다. 실제로 강민호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1년 동안 10번이나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고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5번이나 수상했다.

하지만 2017 시즌이 끝난 후 롯데가 FA 자격을 얻은 손아섭과의 재계약에 집중하는 동안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유니폼을 벗는 날까지 '영원한 롯데맨'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강민호가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후 '영남 라이벌' 삼성으로 이적한 것이다. 강민호의 대안을 준비해놓지 않았던 롯데에게는 커다란 손실이었다.

김태군(경찰 야구단)의 입대로 롯데처럼 주전 포수 자리에 구멍이 뚫린 NC 다이노스가 한화 이글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정범모를 영입한 것과 달리 롯데는 '내부 육성'을 선택했다. 강민호의 이적이 결정된 다음 날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도 허도환(SK) 등의 포수 자원을 지명하지 않았고 포수 트레이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그저 강민호의 보상 선수로 대졸 포수 유망주 나원탁을 지명했을 뿐이다.

2017 시즌이 끝나고 군 입대를 위해 상무 야구단의 서류전형까지 통과한 나원탁은 무주공산이 된 롯데의 안방을 차지하기 위해 입대를 연기했고 고졸 2년 차 나종덕과 주전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나원탁은 올 시즌 1군 11경기에서 타율 .118 1타점을 기록한 채 주전경쟁에서 밀렸고 전반기 롯데의 안방은 '주전 나종덕, 백업 김사훈' 체제로 정리됐다. 문제는 많은 기회를 부여받은 나종덕의 1군 주전 성적이 심각하게 부진하다는 점이다.

나종덕은 올 시즌 60경기에서 선발 마스크를 쓰며 492이닝을 소화했다. 패스트볼(6개)이 다소 많긴 하지만 .994의 수비율과 3개의 실책, 29.8%의 도루 저지율은 고졸 2년 차라는 걸 고려하면 비교적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129의 타율과 .345의 OPS(출루율+장타율)는 1군 성적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조금 잔인하게 표현해 나종덕은 상대 투수들에게 '쉬어가는 타순' 밖에 되지 못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안중열이 곧바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팔꿈치-뇌진탕 부상 털어내고 1군 복귀 후 쏠쏠한 활약

부산고 출신의 안중열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특별지명(전체 15순위)을 받고 kt 위즈에 입단했다. 하지만 kt는 2014 시즌이 끝난 후 신생 구단 특별지명을 통해 포수 용덕한(NC 잔류군 배터리 코치)을 영입했고 안중열은 용덕한의 백업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결국 안중열은 2015년 5월 4: 5 트레이드를 통해 연고팀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다.

2015년 강민호의 백업 포수로 활약한 안중열은 80경기에서 타율 .240 1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면서 강민호의 후계자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더 큰 성장과 활약을 기대했던 2016 시즌, 안중열은 팔꿈치 골절상을 당하면서 19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 회복이 더뎌지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은 작년 시즌에는 아예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강민호의 이적으로 포수진이 약해진 올해 안중열은 1군 복귀를 위해 박차를 가하다가 퓨처스리그 경기 도중 뇌진탕 부상을 당하는 또 한 번의 불운을 겪었다. 다행히 한 달 만에 부상에서 회복한 안중열은 퓨처스리그 25경기에서 타율 .318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고 지난 8일 1년 11개월 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그리고 후반기 시작과 함께 안중열의 팀 내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군 등록 후 9경기에 출전한 안중열은 후반기에 열린 6경기 중 4경기 주전 마스크를 썼다. 안중열이 포수로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강한 어깨다. 비록 표본은 많지 않지만 안중열은 올 시즌 상대의 도루시도 7개 중 4개를 잡아내면서 57.1%의 높은 도루 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상대팀의 준족들이 실전공백이 길었던 안중열을 얕보고 도루를 시도하다가 호되게 당한 것.

올 시즌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던 나종덕과 비교해 또 하나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부분은 타격이다. 시즌 타율 .129에 허덕이고 있는 나종덕과 달리 안중열은 9경기에서 타율 .267를 기록하고 있다. 21일 경기에서는 김광현으로부터 시즌 첫 홈런을 터트렸고 22일 경기에서는 5회 우전 적시타를 포함해 시즌 첫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아직 완성된 타자는 아니지만 하위 타선에서 기대 이상의 쏠쏠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안중열은 롯데 이적 후 그라운드를 누빈 시간보다 부상에 허덕인 시간이 더 길었다. 이 때문에 일부 롯데 팬들은 안중열을 두고 '사이버 포수'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안중열은 700일에 가까운 긴 공백을 털고 다시 사직 야구장의 안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안중열이 더 이상 부상의 늪에 빠지지 않는 한 후반기 주전 마스크는 '타석에서도 기대할 여지가 있는' 인중열의 차지가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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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안중열 나종덕 사이버 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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