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1-8의 스코어를 17-10으로 뒤집는 대역전쇼를 연출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1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5개를 포함해 장단 23안타를 터트리며 17-10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6회 2사 후에 등판해 3개의 공을 던지고 중견수 조수행의 호수비 덕분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챙긴 홍상삼이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사실 LG 선발 김대현은 6회까지 6이닝3실점2자책의 퀄리티스타트로 호투하며 넉넉한 점수 차이의 리드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하지만 이어 등판한 5명의 불펜 투수가 3이닝 동안 무려 14점을 내주며 대역전패의 주범이 되고 말았다. 더욱 슬픈 사실은 LG가 후반기 일정이 시작된 현재까지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에서 연장끝에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8.7.20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경기에서 연장끝에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8.7.20 ⓒ 연합뉴스


KBO리그 출범과 함께 시작된 LG와 두산의 라이벌 관계

LG와 두산은 잠실 야구장을 함께 쓰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KBO리그에서 가장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아마 두 팀 중 한 팀이 연고지나 구장을 옮기더라도 라이벌 관계가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과장을 조금 보태) 메이저리그에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있다면 KBO리그에는 LG와 두산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

LG와 두산의 라이벌 관계는 KBO리그 창설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전을 연고로 창단된 OB 베어스는 창단 당시부터 3년 후 서울 이전이라는 약속을 받고 야구단 사업에 뛰어 들었고 1985년 이미 서울을 연고로 쓰고 있는 MBC청룡과 불편한 '한 지붕 두 가족'의 관계를 시작했다. 90년대 중반에는 LG그룹에서 뚝섬지구에 다목적 돔 구장을 건설할 예정이었지만 IMF외환위기로 인해 무산됐다.

KBO리그 초창기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두 팀의 라이벌 관계는 LG트윈스가 MBC청룡을 인수한 90년대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MBC를 인수하자마자 곧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는 90년대를 대표하는 신흥 명문으로 자리 잡은 반면에 OB는 세 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LG는 1990년부터 1997년까지 OB를 상대로 무려 8년 연속 상대 전적에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OB를 라이벌로 대접조차 해주지 않았던 LG팬들의 자존심은 1999년 OB가 팀 이름을 두산으로 바꾸면서 조금씩 변화를 맞게 된다. 두산은 1999년부터 2017년까지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6번의 준우승을 포함해 19년 동안 14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반면에 LG는 같은 기간 우승은커녕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고 19년 동안 5번 밖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LG와 OB 시절, 압도적인 우위에 있던 상대전적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LG는 OB가 팀 이름을 두산으로 바꾼 후 두산을 상대로 상대전적에서 4번 밖에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8승8패로 동률을 이룬 적이 두 번이었고 나머지 13번은 두산에게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보였다. LG는 통산 상대 전적에서도 작년까지 304승17무336패로 두산에게 역전을 당했다. 90년대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후 '서울의 자존심'임을 자처했던 LG로서는 무척 가슴 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선발 대결 완승 거두고도 불펜 무너지며 허무한 역전패

삼성 라이온즈를 통합 4연패로 이끈 류중일 감독을 영입한 LG 의 올 시즌 두 가지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두산전 열세를 극복하는 것이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던 '타격기계' 김현수를 영입하는 정성도 마다하지 않았다. 라이벌 두산의 전력을 약화시키면서 LG의 타선을 보강하는 효과를 동시에 노린 것이다.

실제로 LG는 올 시즌  '김현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작년 시즌 팀 타율 7위(.281)에 그쳤던 LG는 올해 팀 타율 2위(.299)를 달리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타선의 강화를 확실히 이뤄냈다. 2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KBO리그를 떠나 있던 김현수 역시 타율 .363(3위)132안타(1위)16홈런(공동17위)83타점(2위)81득점(1위)득점권타율 .426(2위)로 이름값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LG는 올해도 유독 두산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즌 개막 일주일 만에 만난 첫 2연전(한 경기 우천순연)에서 연패를 당한 LG는 전통의 '어린이날 더비'에서도 3일 동안 27점을 내주며 두산에게 스윕패를 당했다. 특히 만원관중이 몰리고 지상파TV에 생중계된 5월5일 경기에서는 산발 5안타에 그치며 0-3 완봉패를 당했다.

어린이날 더비를 끝으로 전반기 내내 두산을 만나지 않은 LG는 후반기 두 번째 시리즈에서 두산과 재회했다. LG는 20일 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4-5로 역전패했지만 두산의 필승조 김승회, 함덕주에게 많은 공을 던지게 해 21일 경기 등판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LG는 21일 경기에서 두산 선발 장원준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5회까지 8-1로 크게 앞서 있었다. 하지만 6회부터 LG에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 시작됐다.

6회 김재환과 오재원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으며 추격을 허용한 LG는 4명의 불펜 투수가 등판한 7회 두산에 7안타 1홈런을 맞으며 대거 8점을 내줬다. 순식간에 1-8에서 11-8로 역전 당한 LG는 7회말 대타 서상우의 투런 홈런으로 1점 차까지 추격했지만 8회초 다시 두산에 5점을 헌납하고 완전히 승기를 내주고 말았다. 두산은 금요일 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졌던 김승회와 함덕주가 휴식을 취하면서 기분 좋은 역전승과 함께 일요일 경기를 대비할 수 있었다.

올 시즌 두산에게만 7연패, 작년 시즌까지 합치면 두산에 9연패 중인 LG는 아직 두산과 9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물론 남은 경기에서 반전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2~3위로 올라가고 싶은 LG에  두산과의 많은 잔여경기는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LG가 이틀 연속 역전패의 아픔을 씻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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