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과 강상수 투수코치는 그저 지켜보기만 하고, 유강남은 불안한 상태로 투수를 이끌어야 한다. 김지용, 정찬헌, 고우석 등 필승조를 비롯한 불펜 투수들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4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러한 패턴이 계속 반복된다면 LG 트윈스의 남은 시즌 행보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20일과 21일, 지난 이틀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패배하며 일찌감치 루징 시리즈를 확정했다. 첫 날은 12회 연장 접전 끝에 4-5, 이튿날은 7점 차로 리드하다가 역전을 헌납하며 10-17로 대패했다.

충격의 연속이었다. 20일 경기에선 12개의 안타와 6개의 사사구를 얻어내고도 4득점에 그쳤고, 마운드는 5실점을 내주는 데에 그쳤으나 피안타 19개를 얻어맞았다. 21일 경기 내용은 더욱 심각했다. 선발 김대현이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 불펜 투수들이 무려 14피안타(3피홈런) 14실점을 했다.

김현수를 중심으로 살아난 화력, 뒷받침하지 못하는 마운드-수비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준' 기준으로, LG 타자 전체 WAR은 18.08로 두산(24.01)에 이어 2위다. 팀 타율 2위(0.299), 출루율 3위(0.359) 등 여러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시즌을 보내고 있다. 특히 7월 들어 김현수를 중심으로 타자들의 화력이 불을 뿜으면서 탄력을 받았다.

7월 팀 타율 2위(0.307)로, 타선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김현수는 타율 0.404(47타수 19안타) 2홈런 11타점으로 자신의 몫을 다하는 중이다. 부상에서 돌아온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도 타율 0.478(23타수 11안타) 1홈런 2타점으로 큰 힘을 보태고 있는 게 사실이다. 두 타자는 팀이 역전패를 당한 21일에도 멀티히트 경기를 펼쳤다.

문제는 마운드다. LG의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4.85(3위)로 양호한 편인데, 불펜 평균자책점은 5.42(9위)까지 치솟았다. 7월 기록만 놓고 보면 더 심각하다. 7월 팀 평균자책점 6.49(9위), 불펜 평균자책점 6.75(10위) 모두 하위권이다. 넥센과의 주중 3연전에서 고우석의 활약으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인 불펜의 상승세는 지속되지 못했다.

게다가 수비까지 흔들린다. 올 시즌 59개(최소 5위)의 실책으로, 이번 달로 범위를 좁히면 실책 10개로 NC와 함께 두 번째로 많은 실책을 범했다. 21일 두산전도 마찬가지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은 4개이지만, 공-수에서의 잔실수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비가 자멸을 초래한 경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7회초 10-13 3점 차로 뒤진 가운데 양의지의 적시타가 나왔을 땐 우익수 채은성, 유격수 오지환 두 선수에게 동시에 실책이 기록되기도 했다.

스포츠, 특히 구기종목에서는 공격만 잘해서 이길 수 없다. 특히 야구가 그렇다. 공격도 잘해야 하지만 공격을 돋보이게 만드는 투수들의 호투와 안정적인 수비가 받쳐줘야 한다. 그것이 강팀의 조건이자, 현재 LG의 야구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경기력-경기 운영 모두 실망스러운 LG, 부끄러운 4위가 되선 안 된다

주중 3연전 스윕승으로 기분좋게 후반기 레이스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경기로 좋은 기억들이 사라졌다. 22일 두산전에서 승리하더라도 이번 시리즈에서 1승을 수확하는 데에 만족해야만 한다. 후랭코프와 윌슨의 맞대결로, 윌슨이 긴 이닝을 끌고 가지 못하면 이 날도 이전 두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21일 두산전까지 올 시즌 95경기를 소화한 LG는 51승 1무 43패 승률 0.543으로 4위에 위치해 있다. 3위 한화와는 3경기 차, 5위 넥센과는 5.5경기 차로 중하위권과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지난 두 경기를 포함해 지는 경기,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경기에서 4위답지 않은 모습들이 자주 나타났다. 이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 코칭스태프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문제다.

지난해 최고의 선발진을 갖추고도 가을야구를 가지 못한 LG로선 류중일 감독 부임과 김현수 영입으로 반전을 꿈꿨다. 실제로, LG는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왔고 김현수는 팀의 기대에 성적으로 부응했다. 그러나 대권 도전까지 언급했던 자신감은 찾을 수 없다. 2년 전과 같은 자리인 4위에 만족하거나 혹은 중하위권 팀들의 추격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아직 49경기가 남아있지만 기대보다 걱정이 크다. 95경기 동안 바뀌지 않았던 게 남은 49경기에서 개선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LG를 지탱했던 불펜마저 서서히 균열이 생기면서 이젠 믿을 구석조차 찾기 어려워졌다. 개인의 활약만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부끄럽지 않은 4위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돈을 지불하고 야구장을 방문하는 LG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경기를 보여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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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료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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