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 경남을 상대로 다잡았던 승리를 수비 불안 끝에 놓쳤다. 후반기 들어 벌써 10골을 실점한 수원이다. 서정원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7시 창원축구센터에서 펼쳐진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19라운드 경남 FC와 수원 삼성의 대결이 치열한 공방 끝에 2-2 무승부로 종료됐다. 2위 자리를 놓고 정면충돌한 양 팀의 경기는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먼저 기세를 올린 쪽은 홈 팀 경남이었다. 전반 1분 만에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유지훈의 크로스를 조재철이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수원은 파상공세를 펼친 끝에 전반 39분 이종성이 동점골, 후반 2분에는 바그닝요가 역전골을 터뜨리며 2위 탈환에 청신호를 켰다. 하지만 경남에는 말컹이 있었다. 역전골을 내준지 6분 만에 말컹은 수원 수비의 실책을 틈타 리그 13호골을 작렬시키며 팀을 구했다.

이날 양 팀의 경기 콘셉트는 명확했다. 먼저 홈 팀 경남은 단단한 수비를 기반으로 공격 지역에서 네게바와 말컹으로 이어지는 외국인 선수들의 개인 역량을 최대한 활용했다. 반면 수원은 공의 점유를 기반으로 공격진의 유기적인 패턴 플레이로 경남 수비의 균열을 가했다. 두 팀 모두 자신들이 준비한 작전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경기는 상위권 팀 경기답게 시종일관 치열했다.

후반기 5경기 10실점 수원... 반복되는 실수

네게바의 화려한 드리블, 염기훈의 노련한 플레이 등 멋진 장면들이 경기를 수놓았지만, 실상 경기의 성패를 가른 지점은 수비 집중력이었다. 특히 원정팀 수원은 후반기 들어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는 수비 라인을 이번 경기에서도 통제하지 못하며 자멸했다.

첫 실점부터 수비 불안의 기운이 이어졌다. 유지훈이 크로스를 올리는 순간 유지훈을 방어 범위에 놓은 선수는 뒤늦게 수비에 복귀한 염기훈 뿐이었다. 쓰리백의 오른쪽 스토퍼로 나선 이종성은 크로스를 막지도 않았을 뿐더러 자유로운 위치에 있었던 말컹도 놓쳤다. 순간적으로 자신들의 위험 지역에서 경남 공격진과 2대2 상황에 놓인 양상민과 곽광선은 집중력을 잃었고, 골문 앞에서 유일하게 쇄도하는 조재철을 막지 못해 실점을 허용했다.

후반 8분에 터진 말컹의 동점골도 수원의 수비 실수에서 비롯됐다. 이종성의 수비 집중력이 아쉬웠다. 김현훈이 오른쪽 측면에서 말컹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는데 크로스 궤적은 완만했다. 말컹의 머리 위로 크게 넘어간 공이 이종성에게 떨어졌다. 처리가 어렵지 않은 공이었다.

하지만 말컹 방어에 지나치게 집중했던 이종성은 자신의 시야 밖에서 달려오는 쿠니모토를 인지하지 못했다. 뒤늦게 쿠니모토의 질주를 눈치챈 이종성은 공을 몸으로 지켜내고자 했지만, 크로스는 이종성의 몸을 맞고 튀어올랐다. 설상가상으로 당황한 이종성은 미끄러졌고, 크로스를 허망하게 지켜봤던 말컹은 찰나의 찬스를 득점으로 만들었다.

말컹에게 허용한 실점으로 수원은 월드컵 휴식기 이후 가진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0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전반기 보어줬던 탄탄한 수비력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수치다. 수원은 월드컵 휴식기 이전까지 치렀던 14경기에서 단 14실점 만을 허용했다. 공격진 대부분이 이적생으로 꾸려지면서 공격력이 들쑥날쑥 했음에도 선두권을 유지했던 원동력은 끈끈한 수비였다. 최근 수원의 승점 간격이 선두 전북 현대보다는 중위권 그룹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후반기 수원 수비진의 가장 큰 아쉬움은 역시 '실수'다. 기본적인 플레이 상황에서 수비수들의 실책이 쏟아지고 있다, 경남과 경기를 비롯해 15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가 대표적이다. 제주에게 허용한 3실점 전부 수비수들의 실수였다. 첫 번째 실점은 골키퍼 노동건의 미스, 두 번째 실점은 수비수 구자룡의 어이없는 백패스 미스, 결승골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김종민의 판단 미스가 화근이 됐다.

그렇지 않아도 1골이 중요한 강팀과 매치에서 지속적으로 실수가 반복되는 상황은 수원에게는 악재다. 지난 몇 시즌 간 수원을 괴롭히던 '세오타임(후반 막판의 실점을 허용하는 수원의 패턴)'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수많은 승점을 잃었던 수원에게는 탐탁치 않은 근래의 분위기다.

불안한 수비의 원인은? 계속해서 변하는 수비 조합

후반기부터 급격하게 흔들리는 수원의 수비 조직력에 대해서 여러 가지 원인이 지적된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확실한 수비 조합이 없다는 점이다.

올 시즌 수원은 1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18경기에서 모두 쓰리백 수비를 가동했다. 쓰리백은 지난 2년 간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서정원 감독이 이식한 수비 형태다. 꾸준하게 쓰리백 시스템을 익힌 덕에 이제 수원 선수들은 쓰리백의 높은 이해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수비수들 사이의 호흡이다. 올 시즌 수원을 대표하는 확실한 주전 수비 라인이 없다. 쓰리백이 가동된 18경기에서 곽광선-조성진-이종성 라인이 제일 신뢰를 받았는데, 이 조합이 선발로 경기에 나선 횟수는 단 3회에 불과하다. 주전급 수비수 메튜가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이적한 상황에서 2회 이상 선발로 출전한 수비 조합은 앞서 언급한 곽광선-조성진-이종성 라인 이외에 곽광선-조성진-구자룡, 양상민-조성진-이종성 조합 뿐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두 경기 연속 같은 수비 조합으로 경기에 나선 기억이 단 한 차례 밖에 없다는 점이다. 16라운드 전남전과 17라운드 전북과 경기에 양상민-조성진-이종성 조합이 연속으로 가동된 것이 유일하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선수들 사이의 호흡이 중요한 수비이기에 쉽게 넘어 갈 수 없는 기록이다.

한편 수원 이외에 현재 상위권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전북, 경남, 제주는 확고한 수비 라인을 갖추고 있다. 세 팀 모두 부상 혹은 로테이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 번 신뢰감을 얻은 수비 조합이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수원과 마찬가지로 쓰리백을 활용하는 제주의 경우 오반석-권한진-김원일을 기본으로 조용형과 알렉스를 때에 따라 투입한다. 제주(21실점)가 수원(24실점)에 비해 특별히 실점률이 낮지는 않지만, 조직적인 수비력은 한 발 앞선다.

수원 수비 자원들의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점도 문제다. 현재 주전급으로 활용되는 수비수 중에 전투적이면서 빠른 발을 가진 선수는 구자룡이 유일하다. 나머지 선수들은 위치 선정과 높이, 빌드업 능력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이다.

스피드에 약점을 가진 수비수가 많은 점은 상대에게 훌륭한 먹잇감이다. K리그 대부분의 구단이 직선적이고 속도감 높은 공격을 선호하기에 수원의 수비 뒷공간은 언제나 위험 요소다. 특히 빠른 스피드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공격수들이 즐비한 상위권 팀과 승부에서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17라운드 전북과 경기에서 수원의 수비가 로페즈에게 완전히 무너진 일은 예견된 참사였다.

수비의 안정감을 되찾는 게 시급한 수원이다. 서정원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흔들리는 수비에 대해 걱정을 토로했다. 수비 라인 정비는 선두 추격은 어렵더라도 안정적인 2위 확보를 위한 수원의 선결과제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8월 22일로 예정된 25라운드 제주전을 시작으로 26라운에서는 경남을 만나고, 8월 29일에는 전북과 2018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경기를 가지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두 대회에서의 호성적을 위해서는 한 달 남짓 남은 기간에 부활의 신호탄을 쏴야 한다. 수원 서정원 감독의 수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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