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4호골' 터뜨리는 손흥민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오른쪽)이 골을 넣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다.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오른쪽)이 골을 넣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 EPA/연합뉴스


'한국축구의 자존심' 손흥민(26)이 현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토트넘은 20일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손흥민과 2023년까지 계약을 연장했음을 발표했다. 손흥민은 사진 속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인 3000만 유로(397억 원)를 지불하며 5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토트넘 입단 후에는 컵대회 포함 140경기 47골 2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EPL에서도 손꼽히는 정상급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공헌도를 인정하여 계약기간이 아직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일찌감치 재계약을 체결하며 앞으로도 손흥민과 오랫동안 함께 동행하겠다는 신뢰를 보여줬다.

손흥민은 토트넘에 입단한지 아직 세 시즌에 불과하지만 이미 지금까지 이룬 업적만으로도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할 만하다. 손흥민이 리그에서만 통산 99경기에 출전하여 30골 16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은 '해버지' 박지성(전 맨유, 153경기 20골 25어시스트)의 기록을 넘어 아시아 프리미어리거 통산 최다골 기록이다.

2016~2017시즌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을 모두 포함해 21골을 넣으며 '차붐' 차범근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인 유럽 리그 최다골 기록을 넘어섰다. 2016년 9월 및 2017년 4월에는 한 시즌에만 두 번이나 EPL 사무국이 선정하는 월간 MVP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이 역시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이다.

손흥민은 2017~2018시즌에도 총 20골을 터뜨리며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지난 시즌 토트넘이 치른 55경기 가운데 53경기에 나설 만큼 토트넘 부동의 주전으로 입지를 굳혔다.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지난 3년간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평균 출장시간이 59분에 불과함에도 90분당 공격포인트가 0.80에 달할만큼 뛰어난 득점생산성은 손흥민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중상위권 정도의 위상이었던 토트넘이 어느덧 명실상부한 우승후보급 강호로 성장한 데는 손흥민의 기여가 결코 적지 않았다.

유럽 리그에서 공격수로 '굳건한 입지' 쌓아가는 손흥민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래 이 무대에서 활약한 한국인 선수는 손흥민을 포함하여 총 13명이다. 박지성-이영표-설기현-이청용-기성용 등 적지않은 한국인 선수들이 EPL 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위상을 드높였지만 손흥민은 득점기록에서 보듯 '골잡이'로서는 사실상 유일하게 성공한 최초의 한국인 선수라는 점에서 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동국, 박주영, 지동원 등 그동안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여러 스타급 공격수들이 EPL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손흥민 이전까지는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없었고, 오히려 이들의 선수경력에 EPL 시절이 오점으로 남은 경우도 적지 않다. 손흥민은 한국축구를 넘어 아시아 출신 공격수가 EPL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손흥민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어느덧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손흥민은 A매치 통산 70경기에서 23골을 기록하며 그가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2011년 이후 한국축구 최다득점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월드컵 본선에도 2회 연속 출전하여 3골로 안정환-박지성과 함께 역대 한국 선수 월드컵 본선 최다득점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무엇보다 손흥민은 아직도 26세에 불과하다. 손흥민이 만일 토트넘과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23년까지 EPL에 머문하다고 해도 아직 31세다. 월드컵 본선에 다시 출전할 수 있는 기회도 1~2번은 더 가능하다. 차범근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한국인 선수 유럽무대 통산 최다골(98골) 기록, 한국인 선수 월드컵 본선 통산 최다골 기록 등은 손흥민의 발끝에서 경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흥민의 선수경력이 유럽무대에서 계속될 수 있다면 역대 한국인 유럽파의 대표적인 기록은 모조리 손흥민에 의하여 다시 쓰여질 수도 있다.

토트넘에서 재계약까지... '탄탄대로' 손흥민에게 남은 변수는 병역 문제

'역전 결승골' 기뻐하는 손흥민 21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오른쪽)이 팀 동료인 해리 케인(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올 시즌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2호 골이자 시즌 4호 골이다.

▲ '역전 결승골' 기뻐하는 손흥민 지난 2017년 11월 21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에서 골을 터뜨린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오른쪽)이 팀 동료인 해리 케인(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1-1로 맞선 후반 31분 역전 결승 골을 터뜨렸다. ⓒ EPA/연합뉴스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손흥민의 경력에 마지막 변수는 이제 병역 문제만이 남아있다.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손흥민은 현행 법률상 만 28세가 되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현역병이나 사회복무요원이 아닌 이상 축구선수로서의 활동을 병행하며 병역문제를 해결하려면 상주 상무 또는 아산 경찰청에 입단해야 하며 그 이전에는 최소 6개월을 K리그에서 뛰어야 한다는 규정도 충족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유럽무대에서의 경력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결국 손흥민이 지금의 선수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는 8월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병역혜택을 얻는 것밖에 없다. 벌써 병역혜택이 걸린 세 번의 기회(2012 런던올림픽,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6 리우올림픽)을 모두 놓친 손흥민으로서는 사실상 이번 아시안게임이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김학범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은 이미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차출을 공언해놓은 상태다.

이 시점에서 토트넘이 손흥민과 일찌감치 재계약을 선택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병역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선수와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도 위험부담이 큰 선택이지만 그만큼 손흥민의 현재 투자 가치나 향후 전망에 대한 확신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하다.

유럽의 주요 이적 전문 사이트에 따르면 손흥민은 현재 5천만 유로(약 660억)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얻을 수 있다면 오히려 손흥민의 가치는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재계약은 토트넘이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차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는 긍정적인 신호라는 점에서도 반가운 이유다.

러시아월드컵 출전, 소속팀과의 재계약이라는 두 번의 고비를 무사히 넘긴 손흥민에게는 이제 아시안게임이라는 중요한 관문이 남아있다. 어쩌면 앞으로 약 한달의 기간이 손흥민의 유럽무대에서의 경력은 물론 앞으로의 축구인생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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