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공개된 <PD수첩> '고 장자연' 2부작의 예고편.

지난 19일 공개된 '고 장자연' 2부작의 예고편. ⓒ MBC


[기사 수정 : 20일 오후 6시 50분]

"이명박 정부가 우리(조선일보)하고 한 번 붙겠다는 거냐, 라는 이야기까지도 했습니다."

의외의 인물이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는 과거 <조선일보>가 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경찰을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신인배우 장자연씨가 목숨을 끊었던 2009년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씨다. MBC < PD수첩 >이 19일 '고 장자연' 편 예고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조씨는 <조선일보>의 직접적인 압박을 언급했다.

"조선일보 측에서는 우리 경찰에서 (정보를) 흘리지 않으면 왜 자꾸 그런 이야기가 거론되느냐, 이런 시각을 가지고 우리한테 굉장히 거칠게 항의했습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방상훈 사장의 이름을 직접 소환하기도 했다. 조씨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달라. 협박을 했죠, 저한테. 한판 붙겠다는 거냐"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선>의 압박, 조현오의 증언

"어렵게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증언했습니다. 박건식 팩트체크 팀장이 꼼꼼히 인터뷰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편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많은 증언자들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PD수첩은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가 되겠습니다."

< PD수첩 >을 진행하는 한학수 PD가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 PD수첩 >은 '고 장자연'편을 오는 24일과 31일 2부작으로 방영할 예정이다. 이 '고 장자연'편은 이미 방영 소식만으로 화제를 모았고,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예고편에 등장하면서 더욱 관심을 끌게 됐다.

한편 이 영상에서는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도 등장한다. <조선일보> 출신인 강 의원은 지난 5월 말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께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향한 <조선일보>의 논조 변화를 강하게 비판했던 인물이다.

9년 전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이었던 그는 < PD수첩 > 제작진을 맞닥뜨리자 "일체 이야기 안 하겠습니다"라며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이 모습도 예고편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장자연 사건에 등장하는 '조선일보 방 사장'이 누구인지, 또 그가 장자연 사건에 어떻게 연루됐는지가 의혹의 핵심임을 상징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는 < PD수첩 >이 지난 10일자 <'방 사장은 누구...' 장자연 사건 수사 확대 불가피>란 <뉴스데스크>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도 잘 드러난다. 이 보도는 검찰 과거사 조사위원회의 재조사 선정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며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조선일보 방 사장' 관련 의혹을 정리한 것이었다.

"9년 전 검찰 수사에서 고 장자연 씨와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사람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과 아들인 방정오 TV조선 전무입니다. 방용훈 사장은 장자연 씨와 동석해 식사를 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당시 경찰과 검찰은 단 한 차례도 방용훈 사장을 불러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전 스포츠조선 사장 하모씨는 코리아나 호텔 사장도 연예계에서는 모두 조선일보 사장이라고 불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방정오 전무 역시 장자연씨가 불려나갔다는 유흥주점 술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방 전무는 당시 경찰조사에서 "술자리에 간 것은 맞지만 그 자리에 장자연씨는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예고 영상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확인"이란 표현을 썼다. 방정오 전무의 휴대폰 위치가 고 장자연씨의 것과 같은 곳에서 확인됐기 때문에 둘이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반면 과거 방정오 전무는 "술자리에 간 것은 맞지만 그 자리에 장자연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 PD수첩 > 제작진이 이러한 의혹에 대한 어떤 '확인'을 내놓을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19일 공개된 MBC <PD수첩> '고 장자연'편 예고 영상.

19일 공개된 MBC '고 장자연'편 예고 영상. ⓒ MBC


'조선일보 방 사장'에 쏠린 관심

"결국 저희가 나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취재 결과를 내놓습니다. 굽히지 않고 진실을 밝히도록 응원해주십시오. 장자연씨가 죽음을 선택하게된 배경 그리고 그녀가 남긴 문서!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관계자 진술조서, PD수첩에 진실을 증언하는 사람들! 사건의 진상과 이를 은폐하려던 세력을 있는 그대로 공개합니다. 故 장자연의 이름으로 고발합니다!"

앞서 '고 장자연'편의 방송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학수 PD가 적은 단호한 소감이다. < PD수첩 >은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김기덕 감독' 편이나 조계종 측으로부터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당했던 '설정스님 3대 의혹'편 등 파괴력 있는 기획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 가고 있다. 특히 최근 사법농단 의혹을 취재한 '양승태의 부당거래' 편에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줄행랑 장면을 포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은  17일 법률 대리인을 통해 MBC에 '장자연 사건 관련 방송 입장 표명 및 명예훼손 등 행위 방지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용훈 사장 측이 "의뢰인(방용훈) 실명을 거론하거나 의뢰인이 사장으로 있는 '코리아나 호텔'을 거론해 의뢰인이 특정되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해주기 바란다"며 "법원 판결들이 장자연 문건 작성 경위를 봤을 때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를 거듭 밝혀왔다는 점을 분명히 적시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 PD수첩 >은 이에 대해 방 사장 측의 이러한 압박이 방송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 PD수첩 >의 '고 장자연' 2부작이 과연 어떤 새로운 증언과 정황을 내놓을지, 과연 그러한 보도가 여론을 움직이고 검찰 조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PD수첩 장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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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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