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절찬리에 상영됐던 '레너드 드라마'가 레너드의 토론토행으로 막을 내렸다.

샌안토니오 스퍼스 구단과 토론토 랩터스 구단은 18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샌안토니오의 카와이 레너드, 대니 그린과 토론토의 더마 드로잔, 야콥 퍼들 등 2019년 1라운드 지명권을 교환하는 2대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시즌 종료 직후부터 이적을 원했던 레너드는 차기 시즌을 캐나다에서 맞게 됐다.

레너드는 2013-2014 시즌 파이널 MVP를 비롯해 두 번의 수비왕과 올스타, 그리고 올해의 수비팀에 세 번이나 선정된 리그 최고의 공수겸장 포워드다. 드로잔 역시 4번의 올스타 출전과 2014년 농구월드컵, 2016년 리우 올림필 금메달에 빛나는 토론토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샌안토니오와 토론토는 각자의 '기둥 뿌리'를 뽑아 다음 시즌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셈이다.

 끝나지 않을 거 같았던 레너드(오른쪽)의 이적 루머는 드로잔이 등장하면서 막을 내렸다.

끝나지 않을 거 같았던 레너드(오른쪽)의 이적 루머는 드로잔이 등장하면서 막을 내렸다. ⓒ NBA.com 화면 캡처


리그 최고의 공수겸장 포워드, 우여곡절 끝에 캐나다 입성

샌디에이고 주립대 시절까지도 톱클래스의 유망주와는 거리가 멀었던 레너드는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5순위로 인디애나 페이서스에 지명됐다. 하지만 레너드의 잠재력을 눈 여겨 보던 샌안토니오는 당시 토니 파커와 마누 지노빌리의 백업 역할을 하던 듀얼 가드 조지 힐(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을 내주고 레너드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물론 당시만 해도 레너드의 잠재력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입단 첫 해부터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레너드는 2012-2013 시즌부터 샌안토니오의 주전 스몰포워드로 활약하며 팀 던컨의 뒤를 이을 샌안토니오의 차세대 간판 스타로 주목 받았다. 2013-2014 시즌에는 마이애미 히트와의 파이널에서 17.8득점6.4리바운드1.6스틸1.2블록슛으로 맹활약하며 파커와 던컨을 제치고 파이널 MVP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레너드는 2014-2015 시즌 생애 첫 스틸왕에 오르며 올해의 수비수상을 차지했다. NBA 역사에서도 파이널MVP와 올해의 수비수상을 모두 수상한 선수는 마이클 조던과 하킴 올라주원, 그리고 레너드 밖에 없다. 2015-2016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샌안토니오의 에이스로 활약한 레너드는 21.2득점6.8리바운드1.8스틸로 생애 첫 올스타 선정과 함께 올해의 수비수 2연패, 그리고 올NBA 퍼스트팀에 선정되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2016-2017 시즌 평균 득점을 25.5득점까지 끌어 올릴 때만 해도 레너드는 르브론 제임스(LA레이커스),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함께 'NBA 3대 스몰포워드'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레너드는 허벅지 부상을 당한 2017-2018 시즌 정규리그 9경기 출전에 그쳤고 시즌 중반 구단과 불화가 생기면서 트레이드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레이커스, 필라델피아 76ers 등이 레너드를 영입할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지만 결국 레너드의 최종 행선지는 토론토가 됐다.

토론토는 지난 시즌 루키 OG 아누노비가 주전 스몰포워드로 활약했지만 3번 포지션에 상대적으로 약점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 자리에 공수를 겸비한 '건강한 레너드'가 가세한다면 토론토의 스몰포워드 전력은 대폭 강화될 수 있다. 폭발적인 외곽슛과 뛰어난 수비 능력을 겸비한 그린의 합류도 토론토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과연 레너드가 가세한 토론토는 1번 시드를 차지했던 지난 시즌처럼 동부 컨퍼런스의 호랑이로 군림할 수 있을까.

'말썽꾸러기' 레너드 대신 올스타 가드와 빅맨 유망주 얻은 샌안토니오

레너드가 샌안토니오의 에이스로 활약했었다지만 팀 내에서의 활약상과 가치만 보면 드로잔 역시 레너드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9순위로 토론토에 지명된 드로잔은 프로 입단 1년 만에 팀을 떠난 크리스 보쉬를 대신해 토론토의 에이스로 도약했다. 특히 2012년 트레이드를 통해 토론토에 합류한 포인트가드 카일 라우리와의 콤비 플레이는 동부 컨퍼런스에서 따라올 자가 없었다.

2015-2016 시즌 토론토를 팀 창단 최초로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로 이끈 드로잔은 시즌 종료 후 FA자격을 얻으면서 슈팅가드를 보강하려는 각 구단들의 엄청난 구애를 받았다. 하지만 드로잔은 자신을 향한 수많은 오퍼를 뿌리치고 토론토와 5년 1억39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하며 소속팀과의 의리를 지켰다. 드로잔을 향한 토론토 팬들의 애정과 신뢰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토론토는 지난 세 번의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의 벽에 막혀 탈락하고 말았다. 드로잔은 플레이오프에서도 통산 21.9득점4.4리바운드3.5어시스트1.1스틸을 기록하며 토론토의 에이스로서 제 몫을 다 했지만 끝내 클리블랜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라우리-드로잔 콤비로는 파이널 우승에 도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토론토는 우승 경험이 있는 레너드를 영입하기 위해 팀의 간판스타 드로잔을 샌안토니오로 보냈다.

드로잔은 뛰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경쾌한 풋워크와 과감한 돌파, 그리고 정확한 미드레인지 슈팅을 겸비한 동부 컨퍼런스 최고의 슈팅가드다. 포지션 대비 3점슛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지난 시즌 경기당 3.6개의 3점슛을 시도하며 외곽슛의 비중을 점차 높이고 있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시스템에 잘 적응하기만 한다면 샌안토니오에서도 충분히 1옵션으로 활약할 수 있다(샌안토니오는 지난 시즌 '에이스' 레너드 없이도 서부 컨퍼런스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저력의 팀이다).

드로잔과 함께 샌안토니오 유니폼을 입게 된 오스트리아 출신의 센터 야콥 퍼들 역시 포포비치 감독이 선호하는 기동력이 뛰어나고 건실한 백인 빅맨이다. 베테랑 라마커스 알드리지와 파우 가솔의 백업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이 기대된다. 무엇보다 NBA 최고의 전략가 포포비치 감독에게 말썽꾸러기로 전락한 레너드 대신 올스타 가드와 유망주 빅맨을 선물(?)한 것은 장기적으로 샌안토니오 전력에 큰 이득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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