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피서철에 열리는 제천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그랑블루페스티벌

여름 피서철에 열리는 제천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그랑블루페스티벌 ⓒ 제전영화제, 정동진영화제, 그랑블루


'여름휴가는 영화제로!'

무더위가 몰려오고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면서 국내 영화제들이 피서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휴가를 보내기 좋은 바닷가나 해수욕장, 호수 인근에서 특별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지난 12일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집행위원장인 허진호 감독은 "여러분들이 여름휴가를 제천으로 즐기러 와 주면 좋겠다"며 "무더운 한여름에 열리는 영화제라 가족영화제를 지향한다"고 영화제의 특성을 설명했다. 상당수의 영화인들은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청풍호반에서 음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제천영화제에 휴가를 간다는 생각으로 참여하고 있다.

8월 첫 주말에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 역시 지난 10일 강릉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회를 맞는 올해 영화제의 특성을 공개했다. 강원도 강릉 정동진해수욕장 옆의 정동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입소문 덕분에 최근 수년 동안 관객이 크게 늘었다. 영화인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휴가를 즐기기 좋은 영화제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큼 2박 3일 동안 열리는 영화제에 대한 기대가 높다.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에서 개최되는 그랑블루페스티벌은 해변 일대에서 '물'을 테마로 한 영화, 서핑, 벽화 등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선보이는 축제다다. 해변의 모래사장 앞에 스크린을 펼쳐 놓고 해뜨기 전까지 밤새 영화를 보는 게 특징이다. 바다, 서핑, 영화가 어우러지는 행사로 지난해 9월 처음 개최됐다. 올해는 개최시기를 7월로 앞당겨 본격 여름휴가 영화제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영화제들은 모두 '추억에 남는 휴가를 보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화와 물놀이, 휴양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는 관객들의 선택 폭이 한층 더 넓어졌다.

[그랑블루페스티벌] 바다에서 영화보고 서핑 즐기며 힐링

 바닷가에서 밤새 영화를 보는 그랑블루페스티벌

바닷가에서 밤새 영화를 보는 그랑블루페스티벌 ⓒ 그랑블루페스티벌


지난해 첫 출발을 알렸던 그랑블루페스티벌은 참여한 관객들이 크게 만족하면서 올해는 일찍부터 준비에 공을 들였다. 행사의 전체적인 운영은 <푸른소금> <시월애> <그대 안의 블루> 등을 연출한 이현승 감독이 맡고 있다. 이 감독이 그동안 '디렉터스 컷 어워즈', '미장센단편영화제' 등을 만들었던 탓에 그랑블루페스티벌은 '이현승 영화제 세 번째 버전'으로도 불린다. 전문 서퍼이기도 한 이 감독은 지난해 주소를 죽도해변이 있는 양양군으로 옮기기도 했다.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1회 행사가 알차게 끝나면서 올해는 서퍼들이 주로 찾는 마을 곳곳에 파란색 물감을 이용한 벽화가 그려졌고 영화 관람을 위해 해변극장과 마을극장도 운영된다. 19일 저녁부터 상영을 시작하고 21일에는 해변극장에서 밤 8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4시 반까지 5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모든 관람은 무료다.

상영작 대부분은 바다와 서핑, 힐링, 휴양과 연관된 작품들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비트윈 랜드 앤드 씨>는 아일랜드 로스 휘태커 감독의 영화로, 아일랜드 서부에서 살고 있는 진정한 서핑족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하와이언 레시피>는 사나다 아츠시 감독의 연출작으로 조용한 하와이 호노카아 바닷가 마을에서 아무 계획 없이 일 년 동안 휴식하는 내용이다. 일상에 지쳐 휴식이 필요할 때 위로가 되는 '힐링 레시피' 영화로 꼽힌다.

<일 포스티노>는 이탈리아 감독 마이클 레드포드가 연출한 작품으로 이탈리아의 작은 섬 칼라 디소토에 망명 오게 된 시인 네루다와 어부의 아들 마리오의 만남과 우정, 사랑과 성장을 담은, 아름다운 한 폭의 시 같은 영화다. 일본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초기작인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와 미국 론 클레멘츠·존 머스커 감독의 애니메이션 <모아나>도 상영작 목록에 올라 있다. 해수면 상승을 다룬 마티유 리츠 감독의 최신작 <키리바시의 방주>와 허진호 감독의 단편영화 <블루 캐리어>도 기대되는 영화다.

19일 전야제 행사로 시작하는 그랑블루페스티벌은 부대행사도 화려하다. 해변가에서 플리마켓과 푸드마켓 등이 열린다. 공연과 토크, 페스티벌 파티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메인 행사 '그랑블루 선셋'과 '그랑블루 나잇'은 21일 저녁 죽도해변과 인근 동산항 해변에서 열린다.

[정동진독립영화제] 경쟁 치열한 '로열석의 유혹'

 매년 8월 첫 주말 정동진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

매년 8월 첫 주말 정동진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 ⓒ 정동진독립영화제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란 슬로건처럼 정동진영화제의 매력은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보며 야외에서 독립영화를 즐긴다는 것에 있다. 작은 규모로 출발한 영화제가 여름영화제의 대표로 성장하고 '부산영화제 부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특색 덕분이다.

공사장에서 쓰는 철골 구조물에 천막을 치고 영화를 보는 것으로 출발했던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올해 20회를 맞는다. 독립영화인 중심 행사로 시작한 영화제의 규모는 수년간 상당히 커졌다. 매해 8월 첫 주말 영화제가 열리는 정동진초등학교는 운동장이 좁게 느껴질만큼 관객들로 가득찬다.

올해는 20회라는 상징성이 더해지면서 집행위원회를 꾸리는 등 영화제 조직을 정비했다. 정동진영화제를 즐기는 관광 상품까지 등장했다. 개막식은 오는 8월 3일 7시 30분 열리며 개막식 사회는 변영주 감독과 이상희 배우가 맡는다. 개막공연은 2018년 가장 뜨거운 신예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밴드 '새소년'이 장식한다.

저녁시간에만 열리는 영화상영 외에 독립영화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강연 프로그램 '5교시 영화수업'도 시작한다. <걸스온탑>과 <연애다큐>를 공동연출한 '구교환·이옥섭' 감독과 <공동정범>을 공동연출한 '김일란·이혁상' 감독이 립영화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는 공모 작품 840편 가운데 엄선된 23편의 단편과 2편의 장편 등 2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올해 미장센단편영화제 수상작인 <시체들의 아침>, <자유연기> 전주국제영화제 넷팩상 수상작인 김인선 감독의 <어른도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대상 작품인 박배일 감독의 <소성리> 등이다.

선정위원들은 "영화 만들기에 대한 영화들이 눈에 띄었고, 생생하게 청년들의 '지금'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작품들이 많았다"며 "영화라는 직업과 꿈 사이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 낭만과 고민을 동시에 여러분께 안겨줄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국내 독립영화만을 상영했던 전례를 벗어나 올해 처음으로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특별 상영한다. 영화제 측은 '함께 영화를 본다'는 지극히 평범한 영화관람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 관객 여러분들과 느껴보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작품"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매일 영화 상영 직후에는 관객들의 동전 투표를 통해 관객상인 '땡그랑동전상'을 시상한다. 사연을 공모해 매일 3팀에게 모기장(대여), 돗자리, 기념티셔츠, 담요, 뻥튀기 등을 제공하는 '로열석의 추억'은 오는 25일까지 정동진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다. 로열석을 원하는 다양하고 절절한 사연들이 넘쳐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정동진영화제는 8월 3일~5일까지 3일 간 개최되며 관람료는 없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인도음악영화 엄선, 세월호 단편 상영

 영화와 음악공연을 함께 즐기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영화와 음악공연을 함께 즐기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 제천영화제


제천영화제의 특징은 음악과 영화가 만났다는 사실이다. 영화 안에 음악이 있고 음악을 통해 영화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영화제의 특성은 14회를 이어오면서 마니아 관객들을 형성했고, 매해 뮤지션들과 영화인들이 어울리는 장면이 펼쳐진다. 제천영화제는 음악 피디 출신인 전진수 프로그래머의 위치가 독보적이다. 음악에 특별한 전문성이 있는 영화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제천영화제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모두 38개국 117편(중·장편 51편, 단편 66편)의 음악영화가 상영된다. 영화 외에 김연우, 혁오, 자이언티, 윤수일을 비롯한 40여 팀의 뮤지션들이 관객들과 만나 영화제를 풍성하게 할 예정이다. 개막작으로는 데이비드 하인즈 감독의 <아메리칸 포크>가 선정됐다. <아메리칸 포크>는 911테러의 충격 속에서 두 주인공이 오래된 포크송에 대한 애정으로 함께 노래 부르며 음악에 담긴 치유의 힘을 다시금 깨닫는 이야기를 담은 '힐링로드무비'이다.

올해는 인도의 음악영화들이 특별히 엄선됐다.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의 <바지라오 마스타니>와 같은 주류 영화와 더불어 카슈미르 지역의 저항 음악을 다룬 <저항의 발라드>, 힌두스타니 전통 음악의 아름다움을 시적으로 그린 <싯데슈와리>, 비하르 평민들의 예술을 담은 <비하르 민중의 드라마> 등, 다양한 지역의 인도 음악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상영된다.

아직 토양이 단단하지 않은 국내 음악영화 중에는 집행위원장 허진호 감독의 단편영화 <두개의 빛: 릴루미노>가 관심을 끈다. 시력을 차츰 잃어가고 있는 인수는 사진 동호회에서 같은 시각장애를 가진 수영을 만나고, 잔뜩 움츠러든 자신과 달리 당당한 모습의 수영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야기다.

세월호를 주제로 한 영화도 포함돼 있다. 2014년 <내 마음에 록스타를 깔고>, 2015년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등 꾸준히 록밴드와 세월호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든 윤솔지 감독이 단편 다큐 <엄마 나예요, 아들>을 공개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잃어버린 304개의 꿈에는 260여명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있었고 어느 아무렇지 않은 봄날 모든 것을 잃어버린 엄마들에게, 엄마 인생 전부인 열여덟 소년이 엄마의 텅 빈 공간으로 찾아와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다.

가족 중심의 휴양영화제를 지향하는 제천영화제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섹션 '페밀리 페스트' 부문에는 발레리나의 꿈을 이루려는 소녀의 이야기인 <아리아>를 비롯하여 발랄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단편 영화들이 상영된다. 제천영화제는 오는 8월 9일 개막한다.

그랑블류페스티벌 제천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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