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차 프로 아이돌다운 모습이었다. 아이돌일 때는 인피니트 엘, 배우일 때는 김명수라는 이름을 쓰는 그는 인터뷰 질문에도 '각을 잡고' 답을 했다.

배우 김명수는 "우선 종영 소감 먼저 이야기할게요!"라더니 준비한 답변을 꺼냈다. "임바른 캐릭터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할 때는 좀 더 발전되고 성장한 모습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원래 조용한 성격"이라고 말했지만 인터뷰에 임하면 수다쟁이가 됐다.

 지난 10일 오후 JTBC <미스 함무라비> 촬영을 마치고 판사 '임바른' 역할의 배우 김명수(인피니트 엘)가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10일 오후 JTBC <미스 함무라비> 촬영을 마치고 판사 '임바른' 역할의 배우 김명수(인피니트 엘)가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울림 엔터테인먼트


 지난 10일 오후 JTBC <미스 함무라비> 촬영을 마치고 판사 '임바른' 역할의 배우 김명수(인피니트 엘)가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10일 오후 JTBC <미스 함무라비> 촬영을 마치고 판사 '임바른' 역할의 배우 김명수(인피니트 엘)가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울림 엔터테인먼트


이를 테면 "말이 나온 김에 덧붙여서 말씀드리자면 이번 드라마에서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이라거나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연기하는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리자면", "목소리나 발성에 대해 덧붙여서 말씀을 드리면"이라면서 설명을 이어가는 식이었다. 지난 10일 <미스 함무라비> 종영 전, 의욕이 넘치는 배우 김명수를 만났다.

가수 활동 병행 없이 드라마만 집중 "다행이었다"

김명수에게 JTBC <미스 함무라비>는 가수 활동과 배우를 병행하지 않은 유일한 작품이었다. 더군다나 사전 제작 드라마였기 때문에 반응에 휩쓸리지 않고 온전히 집중해서 찍을 수 있었다. <미스 함무라비>에서 김명수의 연기에 호평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난 이유에는 이러한 작품 외적인 김명수 개인의 상황도 있지 않았을까. 그는 <미스 함무라비> 임바른 캐릭터로 '인생캐'(인생+캐릭터)를 만났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김명수는 무엇보다 "네가 바로 임바른이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뻤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민사 제44부 우배석판사 임바른 역할을 맡은 김명수는 "점수가 남아서" 서울대 법대에 들어간 엘리트 판사로 좀처럼 감정에 휘둘리는 법이 없지만 박차오름(고아라 분)을 만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는 "<미스 함무라비>는 사실상 바른이의 시점으로 사건들을 지켜 보는 드라마다. 나는 이 극을 끌고 나가는 사람이 임바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간 드라마들은 가수 활동과 병행을 하면서 연기를 해야 했다. 앨범 작업이라든가 콘서트라든가... 그래서 체력적인 여유가 없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힘드니까 콘서트도 집중을 못 하고 캐릭터에도 몰입하지 못했다. 반면 <미스 함무라비>는 병행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연기하는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연기를 못 하면 욕을 먹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연기를 하니 연기를 못한다는 말을 듣고, 선입견이 생기는 것이다. 나도 어느덧 연기 경력이 조금 생겼는데, 이런 선입견을 깨나가는 것이 목표다."

 지난 10일 오후 JTBC <미스 함무라비> 촬영을 마치고 판사 '임바른' 역할의 배우 김명수(인피니트 엘)가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10일 오후 JTBC <미스 함무라비> 촬영을 마치고 판사 '임바른' 역할의 배우 김명수(인피니트 엘)가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울림 엔터테인먼트


 지난 10일 오후 JTBC <미스 함무라비> 촬영을 마치고 판사 '임바른' 역할의 배우 김명수(인피니트 엘)가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10일 오후 JTBC <미스 함무라비> 촬영을 마치고 판사 '임바른' 역할의 배우 김명수(인피니트 엘)가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울림 엔터테인먼트


김명수는 연기 연습을 하고자 발음이 어려운 단어는 입에 코르크나 연필을 물고 연습했다. 또 배우 성동일이 알려준 대로 대사의 패턴을 바꿔서 말을 하거나 다른 감정으로 대사를 말하면 어렵던 대사가 잘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단다. 김명수는 "만족하는 순간 거기서 끝"이라며 "비판을 긍정적으로 수용할 그릇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작품에서 나는 좀 더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내가 비록 재능이 없지만 차근차근 해나가는 걸 잘 봐주시더라. 나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고 싶고 가수와 배우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 사실 내 욕심이고 그게 때로 나를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그는 본인이 했던 연기를 두고 자주 "아쉽다. 50점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기자가 "혹시 그동안 연기했던 작품 중에 다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연기한 <닥치고 꽃미남 밴드>라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때가 '(가수와 배우로서) 병행의 끝'이었다. 인피니트가 2011년에 (디지털 싱글 등을 포함해) 앨범을 8개 냈는데, 잠깐 쉬는 중에 회사의 제안으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야 했고 동시에 연말 시상식과 콘서트를 준비해야 했다. 조금 더 작품에 몰두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많은 병에 걸려가면서 촬영을 했다."

문유석 판사와 만남 "자전거만 세 시간 탔다"

그는 "드라마 촬영 마지막 쯤 연기에 대한 희열이 온다"고 고백했다. "마무리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명수는 "이 작품에 정이 들었는데 슬슬 정리를 해야 한다. 사람들과, 내가 맡은 캐릭터와 헤어지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에 김명수가 맡은 판사 역할은 어땠을까. 그는 "판사는 무겁고 어려운 직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미스 함무라비>를 찍고 나서 감정 소모를 많이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JTBC <미스 함무라비> 촬영을 마치고 판사 '임바른' 역할의 배우 김명수(인피니트 엘)가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지난 10일 오후 JTBC <미스 함무라비> 촬영을 마치고 판사 '임바른' 역할의 배우 김명수(인피니트 엘)가 종영 인터뷰에 응했다. ⓒ 울림 엔터테인먼트


김명수는 <미스 함무라비>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원작과 드라마 극본을 쓴 문유석 판사의 재판을 방청했다고 밝혔다.

"그땐 정말 판사의 모습을 보여주셨지만 실제로 문유석 판사님을 만나면 굉장히 말이 많으시다. (웃음) 나에게 뭘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시다가 '자전거 탈래 말래' 하셔서 탄다고 말했다. 광나루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세 시간을 자전거만 탔다. 자전거 타고 밥을 미친듯이 먹고 카페로 옮겨 이야기를 했다. 술은 한 번도 안 마셨다."

김명수는 "나는 (문유석 판사와는 달리) 원래 조용한 스타일"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평소에는 나를 열어두고 또 뭔가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닐 때는 조용하게 있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2018년 하반기에도 김명수는 바쁠 예정이다. <미스 함무라비> 촬영을 마치고 팬미팅도 치렀고 꾸준히 차기작을 알아보면서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다. 올해 중에 차기작을 선택해 촬영이라도 하는 게 목표고,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고도 말했다. "9년 동안 한 번도 쉰 적이 없다"며 지쳤다는 그는 여전히 "일하고 싶다"고 대답하고 있었다.

김명수 인피니트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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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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