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준 작곡가/대전 '옐로우 택시' 입구에서 그는 "음악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토닥여 주고, 치유해 줄 수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 뒤쳐져 쩔뚝거리고, 속도를 못 따라잡고,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음악이 좀 보듬고, 토닥여 줘야 된다"고, 그게 음악의 기능,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황호준 작곡가/대전 '옐로우 택시' 입구에서 그는 "음악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토닥여 주고, 치유해 줄 수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 뒤쳐져 쩔뚝거리고, 속도를 못 따라잡고,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음악이 좀 보듬고, 토닥여 줘야 된다"고, 그게 음악의 기능,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조우성


최근 대전의 '옐로우 택시' 재즈클럽에서 펼쳐진 국악과 재즈의 만남인 '서라미 with 황호준' 공연에서 갸야금 연주자 서라미씨는 황호준이 작곡한 '신고산 블루스', '초원을 달리다', '카수카르에 부는 바람', '안달루시아의 언덕'을 연주해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경기민요 소리꾼 최수정씨는 황호준씨가 재즈풍으로 편곡한 '청춘가'와  '몽금포 가는 길'을 열정적으로 불러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관련기사: 국악과 재즈의 만남, "울림 있어... 더 들었음 울었을 수도").

대전의 유일한 재즈클럽 '옐로우 택시'에서 연주되고 불린 7곡 중 중국곡인 '천상의 바람'을 제외한 6곡을 모두 작곡·편곡한 황호준씨는 소설 <장길산>과 <무기의 그늘> <오래된 정원>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황석영씨의 아들이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유년시절을 광주에서 보냈고, 초등학교 2학년 때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아버지의 집필실인 2층에 모여 함께 만들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에 의해 불려지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아 음악가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공연팀과 함께 대전의 재즈클럽 '옐로우 택시'를 방문한 황호준 작곡가를 14일 공연이 끝난 뒤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악은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여 주고 어루만져줘야"

황호준씨는 부친 황석영씨가 가사를 붙여 만든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본으로 해서 최근 '임을 위한 행진곡 관현악 서곡'을 만들어 '5.18 기념음악회'에서 초연을 하였는데, 부제가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 이 곡을 들어 보면 투쟁, 격렬함보다는 인간적인 에너지, 사람중심, 따뜻한 기운들이 많이 느껴졌어요. 본인이 만든 다른 곡에서도 그런 기운들이 많이 감지되는데, 어떤 음악을 추구하나요?
"아픔과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거나 세상의 어두운 면들을 그대로 표현한 음악들도 있지만 저는 전반적으로 사람 중심, 따뜻한 느낌을 음악을 통해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밝은 기운, 밝은 에너지, 희망을 담아내는 그런 음악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어요. 어린 시절에 겪은 것, 집안 등 여러 면들이 저에게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어서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음악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토닥여 주고, 치유해 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고, 개선하고,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내는 것은 직접적인 행동의 영역인 것 같은데, 음악은 이런 직접적인 행동을 뒤따르면서 쩔뚝거리고, 속도를 못 따라잡고,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을 좀 보듬고, 토닥여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미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도 갖게 하고. 이런 역할이 음악의 기능 중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서양을 뒤섞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보자"

- 오늘 연주되고 노래한 7곡은 어떤 의도로 선택한 것인가요?   
"오늘 연주되고 노래한 곡들은 다양한 문화권을 하나의 음악안에서 통합을 해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선택한 것입니다. 보통 퓨전이나 크로스 오버라고 하면 다른 장르, 다른 문화권의 음악을 단순하게 접목시키고 붙이는 의미로서 많이 이야기 합니다. 저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음악양식들을 단순히 함께 붙여보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뒤섞음으로 해서 새로운 양식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죠.

이럴테면 오늘 연주되었던 우리 민요 선율에 미국의 블루스 음악을 접목해서 전혀 다른 느낌의 곡을 만드는 거죠. '카수카르에 부는 바람'은 중앙아시아의 민속음계로 만든 중앙아시아 민요곡인데, 악기는 국악기와 재즈밴드가 담당을 했죠. '안달루시아의 언덕'에 사용된 스페인의 플라멩코는 터키나 아랍음악, 중앙아시아의 여러 음악과 동질적인 요소가 많아요. 이런 요소들을 한 음악안에, 한국적인 장단위에 얹어서 밴드음악으로 새롭게 작곡한 것이죠. 다양한 민족 음악 속에 있는 요소들을 뽑아내 서로 섞어서 하나의 곡안에 담으려고 시도를 했습니다."  

"연주자들이 자기 음악으로 소화하는 것 같아 기분 좋아"

- 작곡가로서 오늘 공연을 보고 느낀 소감은 어떤가요.
"클럽연주는 특수성이 있어요. 클럽에서는 연주자들이 편하게, 긴장감 없이, 자유롭게 연주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의 기분에 따라서 즉흥적인 요소들, 현장성이 강합니다. 오늘 보니 연주자들의 몰입도가 좋아서 관객들에게 이 자리 이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좋은 음악을 들려준 것 같습니다. 공연이 아주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주인공인 가야금 연주자 서라미씨를 비롯해 모든 연주자들이 연주 행위 자체를 되게 즐기는 것 같았어요. 제가 쓴 곡들을 연주자들이 자기 음악으로 소화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보통 제 곡을 들을 땐 편한 마음으로 듣기가 힘든데, 잘 연주할까 이런 긴장감 없이 오랜만에 관객의 입장에서 즐겁게 제 곡을 들은 것 같습니다."

- 연주회에서 서라미씨가 미국에서 너무 힘들어서 방황할 적에 황호준씨가 만들어 준 '안달루시아의 언덕' 곡을 연주하면서 힘을 얻었고, 새로운 인생이 열렸다고 말했는데, 서라미씨와 어떤 인연이 있나요.
"서라미씨는 중앙대학교 후배로 대학시절부터 함께 음악을 하였고, 제 곡을 서라미씨가 자주 연주 했었어요. 졸업한 이후에도 제가 앙상블 밴드를 만들어 활동할 적에 단원으로 들어와 몇 년간 활동을 하기도 했죠. 그러다 그녀가 좀 더 큰 세상에서 자신의 음악을 가지고 부딪혀 보고 싶다고 미국으로 떠났고, 미국에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중요한 변화가 왔을 때 저에게 전화로 상의를 많이 하였습니다.

뉴욕은 어떻게 보면 20세기의 '카수카르'에요. 다양한 문화권들이 뒤섞여 있고, 그 안에서 에너지 넘치는 새로운 문화들이 만들어지고... 이게 뉴욕의 분위기죠. '안달루시아의 언덕'은 스페인의 플라멩코에 기반을 둔 음악이긴 하지만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을 결합한 것이기 때문에 뉴욕에서 활동하는 서라미씨에게 적합할 것 같아 이 곡을 만들어 보냈습니다. 다행히 그녀가 이 곡을 잘 소화했고, 이 곡에 애정을 가지고 미국에서 활동을 잘 했던 것 같습니다."

- 후배 서라미씨에게 격려의 말을 전한다면...
"아무런 연고가 없는 타국 미국땅에서 아마 고생이 많았을 겁니다. 지금은 힘들지 않은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아직도 어려운 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과정들을 잘 극복해서 이제 미국에서 스스로 설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한 연주자로 우뚝 섰고, 좋은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습니다. 앞으로 자신이 가야할 방향만 쳐다보고 성실하게 활동한다면 연주자로서 지금보다 할 일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저는 서라미씨가 아주 훌륭한 가야금 연주자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가야금은 왼손 주법이 독보적, 한국적 색깔 잘 드러내"

서라미 가야금 연주자  그녀는 황호준씨가 작곡해 준 '안달루시아의 언덕' 곡을 연습하면서 "자유를 열망하면서도 가슴 한켠에 응어리가 뭉쳐있는 집시들의 한"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음 한 음에 음악적 해석을 집어 넣을려고 치열하게 노력한 덕분에 이전보다 더 성숙이 된 것" 같다며 "이 곡이 저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 주었고, 저를 살려주었다."고 밝혔다.

▲ 서라미 가야금 연주자 그녀는 황호준씨가 작곡해 준 '안달루시아의 언덕' 곡을 연습하면서 "자유를 열망하면서도 가슴 한켠에 응어리가 뭉쳐있는 집시들의 한"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 음 한 음에 음악적 해석을 집어 넣을려고 치열하게 노력한 덕분에 이전보다 더 성숙이 된 것" 같다며 "이 곡이 저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 주었고, 저를 살려주었다."고 밝혔다. ⓒ 조우성


가야금 연주자 서라미씨는 가야금보다 한국무용을 먼저 시작했다. 그녀는 장구 등 타악기도 배웠고, 가야금 병창뿐 아니라 판소리 '수궁가'를 완창할 정도의 실력도 겸비하고 있다. 이러한 종합적인 예술 감각은 그녀가 미국 뉴욕에서 가야금 연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그녀는 한국인 최초로 꿈의 무대인 뉴욕의 '블로노트 재즈클럽'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었다. 14일 '옐로우 택시'의 연주회가 끝나고 잠시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 전통 가야금을 오랫동안 연주하다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뒤로는 주로 25현 가야금을 연주한 것으로 아는데, 당시 생소한 25현 가야금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처음 뉴욕에 갔을 때 25현 가야금을 처음 보는 분들이 많았어요. 어떤 분은 이 악기가 정말 좋다며 칭찬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분들은 저것은 가야금이 아니라고, 서양 하프를 흉내 낸 한국식 하프라고, 한국악기라고 소개하지 말라고 이야기 했어요. 저는 5년 동안 12현 가야금을 의도적으로 연주하지 않았죠.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연주자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전통가야금 연주 요청이 들어오면 기존 연주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했어요.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까 저를 이해하고 인정해 주기 시작했고, 5년 뒤 처음 독주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 서라미씨는 오랫동안 전통가야금을 연주했었고, 또 지금은 미국에서 25현 가야금을 중심으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데, 전통 가야금과 25현 가야금의 차이점은 뭔가요.
"25현 가야금이 음의 폭이 한 줄 사이에 2음 정도 만들 수 있다면 산조 가야금(전통 가야금)은 한 줄 사이에 8개 음이 나와요. 산조가야금은 25현 가야금보다 울림, 농현의 여백이 많아요. 줄을 조금 누름으로 해서 여러 다른 음들을 낼 수 있고, 음사이의 공간활용을 깊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죠. 25현 가야금은 다른 나라 음악과 교류할 적에, 재즈나 다른 분야의 음악과 협연할 적에 사용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음량도 커서 산조 가야금보다 소리가 잘 들려요. 하지만 일본의 고토나 중국의 쟁보다는 소리가 작은 것 같아요.

산조 가야금이나 25현 가야금의 공통점은 왼손 주법이 독보적이라는 겁니다. 타국에서는 왼손주법이 약해요. 다른 나라는 연주 속도가 빠른 대신 왼손주법이 발달되어 있지 않죠. 그래서 제가 월드음악을 연주할 적에는 한국만의 색깔을 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왼손주법을 많이 사용하기도 해요."

'안달루시아의 언덕',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 준 연주곡, 너무 사랑해"

- 아까 연주회 때 '안달루시아의 언덕'이 슬럼프에 빠져 방황하던 서라미씨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사실 미국에는 친구나 친척 등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2002년 8월에 캐리어에 여름옷과 연주의상 2벌만 넣고, 가야금과 가야금 받침대만 들고 미국에 왔어요. 한국에는 저를 아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미국에서는 인지도가 없어 공연을 하기도 힘들었고, 출연료도 최저 수준이었죠. 당시 미국으로 건너 온 가족들의 생계도 책임지고 있어서 참으로 힘든 나날이었어요. 슬럼프에 빠져 끝이 보이지 않은 날들이었어요. 그러다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황호준 선배로부터 '안달루시아의 언덕' 곡을 받았어요.

저는 이 곡을 연습하면서 마음껏 춤 추고, 자유를 열망하면서도 가슴 한켠에 응어리가 뭉쳐있는 집시들의 한이 느껴졌어요. 한 음 한 음에 저의 음악적 해석을 집어 넣을려고 치열하게 노력했고, 덕분에 제가 이전보다 더 성숙한 것 같았죠. 제가 이 곡을 연주하면서부터 연주회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이 곡이 저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 주었고, 저를 살려주었죠. 그래서 어떤 연주회든지 저는 이 곡을 빼놓지 않고 연주해요. 제가 너무 사랑하는 곡이에요."

- 오늘 관객들도 공연이 너무 좋았다고 많이 그러던데, 소감은 어떤가요.
"함께 연주에 참여한 분들이 워낙 실력 있는 분들이라 저를 잘 서포트 해주셔서 제가 힘들지 않게 연주할 수 있었어요. 또 황호준 선배가 가야금 특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구조로 곡을 만들었기 때문에 연주가 편하고 좋았습니다. 서로 편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놀다가 오자고 그랬는데, 관객들 반응도 좋고 저도 너무 신났어요. 이전에 제가 뉴욕의 '블루노트 재즈클럽'에서 연주할 때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오늘 정말 멋진 분들과 공연을 해서 좋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도흥진 문화뉴스'에도 실립니다.
황호준 황석영 서라미 5.18닥 옐로우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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