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 SBS


유병언(사망 당시 73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죽음은 여러 가지 면에서 미스터리로 남았다. 유씨는 2014년 6월 12일 전남 순천의 한 매실 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아직까지도 혼란을 낳고 있다. 베일에 가려진 비밀스러운 삶만큼이나 그의 사망 사건도 여러 의혹과 수수께끼를 낳았다.

지난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최후의 5일, 그리고 마지막 퍼즐- 유병언 사망 미스터리' 편으로 꾸며졌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현재도 유씨를 봤다거나 유씨가 성형수술을 하고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등의 제보가 넘친다고 한다. 그러나 제작진이 방송에서 밝혔듯, 순천 매실 밭에서 발견된 시신의 대퇴부 디엔에이(DNA)와 경기 안성 금수원 유씨의 집무실에서 나온 DNA를 대조한 결과 동일인이었다. 이후 지문 감식을 통해서도 변사체가 유씨임이 확인됐다.

하지만 순천 별장을 나온 이후의 사망 시까지의 행적, 사망시각, 사체 부패 속도, 사망 원인에 대한 의문, 죽음 이후 묻힌 정관계 로비 의혹, 부정 축재 재산 등 규명돼야 할 것들이 많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자체 실험과 전문가 의견 청취,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사실 등을 정리해 나가면서 괴담과 음모론으로 발전된 유씨 사망 미스터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유병언 미스터리

제작진은 특히 사체 부패 속도 규명에 공을 들였다. 고려대 의대팀과 함께 돼지 사체 실험을 시행한 결과, 습도가 높은 한여름엔 10여일 만에도 사체의 '사후손괴'가 진행된다는 것을 규명해냈다. 제작진은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 테네시 대학 바디팜(body farm) 연구센터를 방문해 2014년 5월 29~31일 사이로 사망시각을 추정해 내기도 했다. 당시 유씨의 사체는 6월 12일 발견됐고, 이후 7월 21일 유씨로 판명됐다.

이렇게 알려진 사실과 언론 보도만 잘 정리해도 괴담과 유언비어로 얼룩진 유씨의 사망 수수께끼는 부족하게나마 상당 부분 해소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역시 그의 사망 원인이다. 제작진은 유씨의 사망 원인에 대해 ▲자살 ▲자연사 ▲타살의 3가지 가능성을 차례로 살폈다.

제작진이 접촉한 이OO 교수, 김엄마 김OO씨는 유병언씨의 도피를 도운 인물들로, 모두 제3자에 의한 타살에 무게를 뒀다. 그들은 유씨가 자살할 사람이 아니며, 건강했던 유씨가 저체온증으로 자연사할 리도 없다고 주장했다. 누군가 유씨를 살해한 뒤 매실 밭으로 시신을 옮기고 '자살'로 위장한 거라는 것이다.

방송에선 당시 발견된 유씨의 '유류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체와 함께 발견된 유류품 중 술병과 가슴에 품은 비료 포대는 '자살'로 위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다.

제작진은 검찰이 순천 별장을 급습하고 13시간 뒤인 5월 26일 새벽에 유씨가 별장 비밀공간에서 빠져나왔다고 추론했다. 때문에 급하게 나왔다고 해도 현금, 휴대전화, 약 같이 꼭 필요한 물품을 챙길 여유는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당시 이것을 두고 유씨가 제3의 장소에서 매실밭으로 옮겨져 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았다.

유씨의 벤틀리 차량을 운전해 순천까지 동행하는 등 최후까지 유씨를 수행,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양OO씨는 이번 방송에서도 수상한 남자 3명의 존재를 언급했다. 앞서 양씨는 2014년 <시사IN> 인터뷰에서 '별장 근처 구원파 소유 야망연수원에서 자고 있는데 자정 무렵 신원 미상의 남자 3명이 연수원 안으로 들어오려다 실패했다'는 진술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이번에도 제작진에게 이 신원미상의 남자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들이 연수원 문 밖에서 "유병언과 유대균이 여기에 있다"라고 말하며 진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남자들이 야망연수원에 왔다면 가까이 위치한 순천 별장에도 가지 않았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저체온증에 의한 자연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사망 당시 유씨는 73세의 고령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았다. 전문가들은 당시 저혈당에 의한 쇼크사, 일교차가 심한 날씨로 인한 저체온증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당시 유씨의 사체는 바지를 내리고 양말과 신발을 벗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이것은 저체온증의 강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방송에 출연한 법의학자는 "저체온사에서 부검을 하다 보면 바지를 내리고 윗옷과 양말을 벗는 행위는 매우 자주 있다"면서 "일본의 논문을 보면 15~50%까지 되지 않을까 정도로 자주 관찰되는 소견"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유병언의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사체의 상태가 사인을 규명하기엔 사후 손괴가 많이 진행됐던 터라 '사인 불명'으로 남았다. 그러나 앞서 제작진이 찾은 미 테네시 대학 소속 박사는 "국과수는 2차 부검에서 뼈의 손상은 특별히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면서도 "뼈에 (사인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번 더 확인돼야 한다. 시티(CT) 사진으로도 확인 안 되는 미세한 손상이 있을 수 있기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고 제안했다.

구원파 측도 유씨의 묘를 평장으로 조성하고 뼈를 보존해뒀다고 한다. 구원파 역시 유씨의 사망 사건을 제대로 규명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 SBS


남는 의문들

만약 유씨가 타살된 것이라면 누가, 어떤 목적으로 타살한 것일까. 당시 검찰과 언론은 현금 20억 원이 든 돈가방의 실체와 행방을 주목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러한 돈가방의 존재에 대해 따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돈가방은 실제로 검찰이 3번에 걸쳐 찾아낸 현장 압수물이다. 검찰은 별장을 급습한 이틀 뒤인 5월 27일 현금 8억3000만 원과 16만 달러가 든 가방 2개를 찾아냈다. 해당 가방엔 4ㆍ5번이라고 적힌 '띠지'가 부착돼 있었다. 1ㆍ2ㆍ3번 가방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일제히 제기됐다.

8월엔 구원파 신도 김아무개씨의 친척집에서 2ㆍ3ㆍ6ㆍ7ㆍ8번 가방이 발견됐다. 현금 15억원과 올림픽 기념주화, 장식용 칼, 유씨가 생전에 사용했던 카메라, 권총 5자루 등이 들어 있었다. 이후 구원파 신도 박아무개씨의 집에서 1번 가방이 발견됐는데 어이없게도 만년필 세트 30개가 들어 있었다.

당시는 유씨의 사망 이후 수사 동력이 약화된 때로, 이후 진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유씨의 사망 전 마지막 은신처였던 순천 별장에서 일부 발견된 것이 4ㆍ5번 돈가방인 만큼 제작진이 타살 가능성을 다루면서 이들 돈가방의 존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면 좀 더 선명한 문제 제기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이들 돈가방과 유씨의 사망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지 앞으로도 의혹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수사과정의 각종 오류, 부실수사, 오래 걸리는 국과수의 감식과정, 검경 간의 수사공조 단절, 제보 무시, 검문 소홀, 더 나아가 언론의 추측성 보도(유씨의 해외 도피 가능성 제기) 등이 혼란을 야기했고, 이것이 현재까지도 그치지 않는 괴담과 유언비어 유포의 근원지가 됐다고 봤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이 시정되지 않는 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면 똑같은 오류, 똑같은 의혹 제기가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침몰은 우리 사회의 모순과 잘못된 구조, 관행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비극이었다. 어느 한 사람의 잘못으로 매도되는 것은 옳지 않다. "잘못한 사람은 많지만 유병언만 잡아서 단죄하면 다 끝나는 것처럼 몰아간 것은 이상한 일"이라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이 진실의 일단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잘못된 법과 관행, 해경의 구조 실패와 관료집단의 무사안일주의, 국정원 실소유주 의혹은 유씨의 잘못이 아니라고도 해도 청해진해운과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그가 신도들을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로 동원한 경영방식, 일본에서 낡은 배를 구입해 무리한 구조 변경을 한 점, 관리 소홀, 규정 위반 등이 직접적 원인이 됐고, 그는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그가 오대양 사건 이후 단기간에 재기가 가능했던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기인하지만 그 역시 그런 모순에 적극적으로 결탁했다.

방송에선 유병언의 죽음이 세월호 사건 희생자 304인의 죽음을 덮는 데 이용됐다는 관점을 강조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 보도보다 유병언과 구원파에 대한 선정적 보도가 더 많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것 또한 의미 있는 지적이지만 중요 책임자 중 한 사람인 유씨에게 자칫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비칠 소지가 있다.

아직 풀어야 할 의혹이 많다.

덧붙이는 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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