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6시퇴근>에서 '고은호' 역을 맡은 배우 이민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6시퇴근>에서 '고은호' 역을 맡은 배우 이민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제일 많이 들은 건 '정말 유쾌하고 재밌고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란 거예요. 풀어가는 과정은 비현실적이지만, 상황 자체는 공감된다고 하시더군요."

배우 이민재는 뮤지컬 <6시 퇴근>에 대한 관객들의 평을 이렇게 요약했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6시 퇴근>은 정리해고 당할 위기에 놓인 직원들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과회사 애프터눈은 홍보2팀 사원들에게 '가을달빵' 매출을 30일 동안 200%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면 팀을 해체하겠다고 통보한다. 홍보2팀은 매출 신장을 위해 직장인 밴드 '6시 퇴근'을 결성한다. 주인공이자 비정규직 사원 장보고 역에 고유진 이동환 임준혁, 최다연 대리 역에 허윤혜와 정다예, 윤지석 대리 역에 박웅, 유환웅, 문종민, 안성준 과장 역에 고현경과 최호승, 인턴 고은호 역에 강찬, 이민재, 서영미 주임 역에 오진영, 이새롬, 김태령, 노주연 부장 역에 정성일과 김권이 출연한다.

"내가 경험할 수 없는 극을 볼 때 오는 희열도 있지만, 너무 쉽게 공감될 때 느끼는 희열도 있다고 해요. 또 라이브 연주 덕분에 콘서트 온 느낌으로 공연을 보니까 '재밌다'는 감상이 제일 많아요. 배우들이 너무 열심히 하고 있어요. 관객과 거리도 좁고 에너지를 많이 써서 땀을 많이 흘리게 돼요."

이민재는 뮤지컬 <카페인> <오디션> <알타보이즈> <사랑은 비를 타고> <베르테르>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배우다. 아직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지 못한 신인 배우지만, 경험과 실력은 이미 동년배의 배우들에 비해 뒤처지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뮤지컬 <6시 퇴근>의 '열심히만 하는' 인턴 고은호 역은 조금은 어색한 옷일지도 모른다. 지난 6월 28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배우 이민재를 만나 고은호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6시 퇴근> 직장인이 공감할 수 있는 뮤지컬

 뮤지컬 <6시퇴근>에서 '고은호' 역을 맡은 배우 이민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6시퇴근>에서 '고은호' 역을 맡은 배우 이민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안녕하세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연극이랑 뮤지컬에서 활동 중인 이민재라고 합니다. 1989년생이고 갓 서른이 돼서 힘든 시기예요. <틱틱붐>(뮤지컬 <렌트>의 극작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으로 30대를 맞이한 젊은 예술가의 고뇌와 좌절, 희망을 그린 작품이다)의 노래 가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어릴 땐 잘 몰랐는데 제가 배우 심은하와 같은 생일이에요. 음. 자기소개, 어디까지 소개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이제 연기를 시작한지는 10년이 넘었고 돈을 벌기 시작한 건 6년 차예요. 늘 신인같은 마음이에요. 언제쯤 배우라고 할까요? 계속 신인같은 배우 이민재입니다."

-연기 시작한지는 10년이 넘었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요?
"고등학교 연극반에서 시작했어요. 어린 나이에 뭘 해야할지 몰랐는데 연극 동아리를 하면 점심을 빨리 먹을 수 있다고 해서요(웃음). 마침 모교가 청소년 연극제를 나가는 학교라서 당시 연출님과 연이 닿아서 지방의 청소년 극단에서 활동했어요. 그러다 '아예 진로를 바꿔보자'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죠. 원래는 연극을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대학교를 뮤지컬과로 가게 돼서 뮤지컬을 하게 됐어요. 최근 출연작도 대부분 뮤지컬이지만, 연극 연기에 대한 갈증이 늘 있어요. 연기를 깊게 하는 뮤지컬도 있지만 연극과는 다른 연기니까요."

-그렇다면 배우 이민재가 본 뮤지컬 <6시 퇴근>은 어떤가요. 연극적인 면보다는 밴드와 음악에 치중된 작품인데요.
"<6시 퇴근>은 개개인의 연기를 따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기보단 전체 연기의 합을 보여주는 느낌이에요. 시너지가 일어나는 작품이죠. 인물이 많고 이야기가 분산돼서 각자 살아남으려고 하는데 거기서 오히려 합이 맞으면서 에너지가 많이 나와요. 저희 작품은 같이 주고받는 에너지가 더 돋보이는 것 같아요."

-마치 합주가 중요한 밴드의 성질과도 비슷한 것 같네요. <6시 퇴근>은 '밴드컬'(밴드+뮤지컬. 무대 위의 배우가 밴드 역할까지 함께 소화하는 장르를 의미한다-기자 주)이잖아요. 기존의 밴드컬과 비교하면 어떤 느낌일까요?
"대부분 밴드컬은 처음부터 끝까지 밴드가 끌고 간다면 <6시 퇴근>은 뮤지컬 사이에 밴드가 들어간 느낌이에요. 뮤지컬 속에서 라이브 연주를 연기해야 하죠. 회사원들이 밴드를 꾸려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담고 있어요. 그래서 직장인 관객이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제 친구도 실제로 베이스 기타를 쳐요. 직장인 밴드를 하거든요. <6시 퇴근>은 그걸 일과 결합시켜서 목숨 걸고 밴드하는 직장인들 이야기예요.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제일 어려운 건 프로 뮤지션인 배우들이 연주 잘 못하는 연기를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오히려 저는 조금 못 치거나 실수를 해도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어서(고은호는 드럼을 처음 배우는 역할로 나온다) 많이 열려 있거든요. 연주가 좋은 장면도 있지만, 이야기가 좋은 장면도 많아서 보통의 뮤지컬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아요."

주목받지 못하는 드럼? 관객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선

 뮤지컬 <6시퇴근>에서 '고은호' 역을 맡은 배우 이민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6시퇴근>에서 '고은호' 역을 맡은 배우 이민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 고은호를 어떤 인물로 생각하고 접근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팀의 막내이자 인턴이고요. 사회에 뛰어든 젊은 피라고 할까요?(웃음) 혈기왕성하고 열심히 하려 해요. 다들 열심히는 하잖아요. 그렇지만 처음에 회사 들어가서 바로 잘하고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래서 제3자가 보기에는 좀 어리버리하고, 같은 위치의 사람들이 보기엔 열심히 산다 싶은 캐릭터예요. '파이팅'이 있어요. 이등병 같은 느낌이죠. 열심히 하지만 못하는 자기 자신과 대립돼요. 세상에선 은호한테 '잘해야 한다'고 하니까요. 뭔가 아까 제 자기소개랑 겹치는 느낌이네요(웃음)."

-하지만 실제론 '고은호'와 달리 드럼을 잘 치죠? 뮤지컬 <오디션> 때도 했었고요.
"사실은 중학교 때 드럼을 잠깐 쳤어요. 어머니가 음악 선생님이시거든요. 제게 이것저것 시키셔서 두 달 정도 배웠었죠. 드럼 치는 건 재미있는데 학원은 너무 좁은 데서 치니까 답답하고 열심히 할 생각이 안 들어서 그만뒀어요. <오디션>에서 드러머 역을 맡아서 제작사(고스트컴퍼니)에서 레슨을 붙여줬죠. 또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디션>에서 트리플 캐스트인데도 제 공연 회차가 엄청 많았어요. 덕분에 많이 늘어서 이번엔 좀 더 편했죠. 저번에는 (고스트컴퍼니) 대표님께서 기타도 좀 더 배우라고 하셔서 '뭐지?' 싶어요(웃음). 다행히 저도 악기 연주가 재밌어서 기회되면 여러 개 배워보려고 해요."

-드럼 연주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오디션>과 <6시 퇴근>은 어떻게 다른가요?
"<오디션>보다 <6시 퇴근>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오디션>은 느린 곡도 있고 기본 박자로 가면 되는 편이었는데 <6시 퇴근>은 다른 악기와 함께 표현해야 하는 부분이 곡마다 다 있어요. 그걸 맞추는 것도 어려웠고 그 점 때문에 계속 다른 사람들을 보며 연주해야 해요. 제가 틀리면 다른 분들 박자가 어그러지니깐 그것도 어렵죠. 제작진 측에서 드럼 파트를 더 맛깔나게 만들어주셔서 치는 주법 자체도 어려운 게 있어요. 어렵긴 하지만, '잘' 해야죠(웃음)."

-의외의 어려움이 많군요. 그런데 반해서 사실 드럼은 밴드에서 가장 인기 없는 역할로 유명한데요(웃음).
"중요한 파트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저희는 무대가 작아서 드럼도 잘 보여요(웃음). 단지 고현경 배우님이랑 공연하는 날은 드럼 소리만 나고 저는 없어지는 마술을 선보이지만요. <오디션>은 드럼 위치가 무대 센터였지만, 지금은 상수 쪽이라서 앞에 누가 있으면 안 보이더라고요. 팬분들이 좀 서운해 하지만, 드라마 상 어떻게 할 수 없고요. 그리고 기타나 베이스가 절 볼 때 등 돌리게 되는 경향은 있는데 요즘에는 연주가 좀 정해지니까 서로 믿고 가는 것도 있어요. 저도 나름대로 신지(뮤지컬 <오디션>에서 드러머 '다복' 역을 맡았다) 형에게 배워서 모션을 크게 쳐서 좀 더 드럼이 보이는 법을 배웠죠."

-오늘(6월 28일) 뮤지컬 <오디션>의 OST가 발매됐습니다. 어떤 곡을 작업했나요.
"다들 비슷하게 한 것 같은데요. 저는 '나의 집 나의 서울'이랑 '데드라인'을 작업했어요. 많이 들어주세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은 '가족의 얼굴'입니다."

냉면과 반려견을 사랑하는 열정 배우

 뮤지컬 <6시퇴근>에서 '고은호' 역을 맡은 배우 이민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6시퇴근>에서 '고은호' 역을 맡은 배우 이민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좀 가볍게 이야기를 바꿔볼까요. 연극도 하고 싶다고 했는데 <6시 퇴근>을 퇴근한 뒤 배우 이민재는 어디로 갈까요. 최근에 했던 작품 외의 재밌는 일은 없을까요?
"다음엔 연극을 하고싶어요. 제 이름이 작품에 나올 수도 있어요. 최근에 있던 일은, 제가 새벽잠이 없고 아침에 자는 편이라서 집에서 빈둥댈 바에는 돈을 벌자 해서 호프집에서 한 달 정도 알바를 했었어요. 새벽 여섯시까지 일하고 집에 와서 아침에 잤는데 한번은 공연날을 착각해서 하필 2회 공연하는 날 아침에 집에 온 거예요. 낮 공연이 있으면 11시 50분까지 극장에 와야 하는데 어떡하나 하다 결국 한 시간 자고 2회 공연을 했어요. 그리고 알바를 그만뒀죠.

알바하면서 공연도 같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피로가 쌓이니까 팬들한테도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이전에는 학생들 레슨을 하면서 수입을 보충했거든요. 요즘에는 직장인 동호회같은 곳도 생겨서 그런 곳에서도 강사를 했어요. 많이 연락주세요(웃음). 제가 직접 글도 써가며 오리지널 공연을 올리기도 했거든요. 장기적으로는 제가 직접 글을 쓰고 연출하는 것도 꿈꾸고 있어요."

-연극, 뮤지컬 외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요. 몽이라는 실키테리어 종이에요. 요크셔테리어 종인데 좀 더 크고 귀가 커요. 제 SNS에는 온통 몽이 사진이죠. 또 하나는 냉면 좋아해요. 평양냉면 파는 아니고, 함흥냉면도 좋아합니다. 팬분들은 제 식성을 다 아니까 냉면집 정모를 하기도 해요(웃음). 실제로 평냉(평양냉면) 사랑모임 이런 카페에도 가입했어요. <6시 퇴근>에도 박웅, 고현경, 김권, 임준혁 배우와 함께 동호회 생활(?) 중이죠."

-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저희 <6시 퇴근> 29일까지니까 많이 보러오시고 '쇼잉' 하는 드럼을 보려면 제 공연을 오셔서 눈요기도 해주시면 좋겠어요(웃음). 그리고 냉면 많이 사랑해주세요(웃음). SNS 오셔서 몽이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연극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께서 찾아와주시면 좋겠어요. 늘 공부하고 신인같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배우 이민재는 이미 '고은호'와 달리 '열심히보다 잘'해야 하는 걸 깨달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돈을 많이 못 벌더라도 연극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하며 아직 청년 같은 꿈을 이야기하는 배우였다. 그가 이뤄낼 꿈과 삶의 밸런스는 어디쯤일지 궁금해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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