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조국에서 열린 1998년 월드컵 이후 정확히 20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탈환했다.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이다.

프랑스가 16일 오전 0시(아래 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크로아티아와 맞대결에서 4-2로 승리했다. 프랑스는 크로아티아의 초반 공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행운이 따랐다. 프랑스는 전반전 단 1개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2골이나 터뜨렸다. 전반 17분, 앙투안 그리즈만의 프리킥 크로스가 크로아티아 스트라이커 마리오 만주키치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선제골이었다. 전반 28분, 이반 페리시치에 동점골을 헌납했지만 6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다시 한 번 균형을 깼다. 시원시원한 공격은 없었지만, 탄탄한 수비와 집중력을 발휘하며 우위를 점했다.

팽팽하던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은 싱거웠다. 16강전부터 3연속 120분 혈투를 치른 크로아티아의 체력이 고갈됐다. 가만히 서서 볼을 받는 모습이 늘었고, 프랑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14분 킬리안 음바페의 개인기로 기회가 만들어졌고, 폴 포그바의 날카로운 왼발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6분 뒤, 승부가 갈렸다. 음바페가 기습적인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프랑스는 후반 23분 위고 요리스 골키퍼의 실수로 만회골을 내줬지만, 2골 차의 리드를 잘 지켜내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크로아티아 경기 7월 16일 오전 0시(한국시각)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4-2로 이긴 프랑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크로아티아 경기7월 16일 오전 0시(한국시각)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4-2로 이긴 프랑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PENTA-연합뉴스


1998=아트 사커, 2018=실리 축구?

프랑스는 대회 개막 전부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에이스' 그리즈만을 필두로 음바페와 포그바, 은골로 캉테, 사무엘 움티티, 라파엘 바란 등 포지션별로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했다. 카림 벤제마를 대체할만한 스트라이커를 찾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이보다 강한 스쿼드를 지닌 팀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프랑스는 조직력까지 가졌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대다수가 유로 2012 이후부터 손발을 맞춰온 '황금세대'다. 이들은 첫 메이저 대회 도전이었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고, 조국에서 열린 유로 2016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진 못했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에는 충분했다.

세계 어느 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막강 스쿼드에 조직력을 갖췄고, 경험까지 더해졌다. 프랑스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은 놀랍지 않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의문이다. 지네딘 지단과 티에리 앙리, 빅상트 라자라쥐, 로랑 블랑, 유리 조르카에프, 마르셀 드사이 등 전설적인 선수들과 우승을 일군 1998년 프랑스와 느낌이 다르다.

당시 프랑스는 '막강하다'는 느낌을 경기력과 결과 모두에서 전해줬다. 그들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덴마크와 한 조에 속해 3연승(9득점·1실점)을 내달리며 조 1위 16강에 올랐다. 16강전에선 '다크호스' 파라과이를 1-0으로 따돌렸고, 8강전에서 만난 이탈리아는 승부차기 접전 끝에 눌렀다.

준결승전에서는 이날의 결승 상대였던 크로아티아를 만나 2-1로 이겼고, 대망의 결승전에선 '축구 황제' 호나우도가 버틴 브라질을 3-0으로 대파했다. 7경기 2실점의 수비력도 대단했고, 15득점의 공격력도 놀라웠다. 당시에는 선수(주장), 현재는 감독으로 우승을 일군 디디에 데샹과 지단이 중심을 잡은 중원은 말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그들을 '아트 사커'라 불렀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프랑스는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당연한 얘기지만 프랑스가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상대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1998년 '아트 사커'처럼 프랑스의 색깔이 명확하게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제패한 '티키타카' 스페인, 힘에 기술을 접목시켜 세계 축구를 제패한 2014 브라질 월드컵의 독일처럼 강렬한 인상은 부족했다.

프랑스는 선수 개개인의 이름값에 비해 아쉬운 경기들이 많았다. 조별리그에선 호주와 페루를 상대로 1골 차 승리를 거뒀다. 경기는 주도했지만 밀집된 상대 수비를 뚫고 확실한 승리를 가져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6강 진출을 확정 짓고 만난 덴마크전에선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세계 축구팬들에 큰 비판도 받았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지난 6월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EPA


토너먼트에서 만난 아르헨티나(16강전), 우루과이(8강전), 벨기에(4강전), 크로아티아(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3실점을 내준 아르헨티나전을 제외하면 흠잡을 데 없는 수비력은 뽐냈지만, 우승팀답게 '상대를 압도한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결승전이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슈팅 수(7-14)와 점유율(34.2-65.8), 키 패스(5-11) 등 많은 부분에서 밀렸음에도 승리를 가져왔다.

공격력이 약했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대회 7경기에서 12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남미 예선부터 수비에 약점을 드러낸 아르헨티나전, 체력이 완전히 고갈된 크로아티아전에서만 8골을 몰아쳤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개인기를 뽐낸 음바페(4골), 탁월한 킥 능력을 자랑한 그리즈만(4골) 등 개인에 의존한 득점도 많았다. 

실점을 내주지 않는 데 우선하며 승리를 가져오는 것을 '실리 축구'라 한다. 1998년의 프랑스가 '아트 사커'였다면, 2018년의 프랑스는 '실리 축구'인 셈이다. 그래서 더 아쉬운지도 모르겠다. 프랑스는 20년 전 못잖은 시원시원한 축구를 선보일 수 있었고, 상대를 더욱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물론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란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세상은 승자만을 기억한다. 시간이 흐른 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돌아볼 때, 감동을 안긴 준우승팀 크로아티아보다 우승팀 프랑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이변이 많아 재미있는 대회였다'고 평할 수도 있지만, 극단적인 수비 축구로 이변을 만들어냈다고도 볼 수 있다. 우승팀인 프랑스마저 화끈한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중심을 실은 축구를 선보였다. 아기자기한 패스를 앞세운 스페인, 조직력보다 개인기를 우선하는 브라질 등 공격적인 색채가 강한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축구는 이상을 담는다. 약팀이 만들어내는 이변에 열광하고, 완벽에 도전하는 강자에게 환호하기도 한다.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의 상실은 씁쓸함을 전한다. 앞으로 '실리 축구'를 깰 수 있는 이상적인 축구를 만나볼 수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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