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미 with 황호준' 공연팀 좌측부터 베이스 이범석, 기타 임선호, 가야금 서라미, 퍼커션 박광현, 멀티악기 권병호. 이들은 100여명의 관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황호준이 작곡한 '초원을 달리다'를 포함해 7곡을 감미롭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연주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 '서라미 with 황호준' 공연팀 좌측부터 베이스 이범석, 기타 임선호, 가야금 서라미, 퍼커션 박광현, 멀티악기 권병호. 이들은 100여명의 관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황호준이 작곡한 '초원을 달리다'를 포함해 7곡을 감미롭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연주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 조우성


지난 14일, 국악과 재즈의 만남인 '서라미 with 황호준' 공연을 보기 위해 대전 둔산동의 재즈클럽 '옐로우 택시'에 들어서 시계를 보니 오후 7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8시 공연인데,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클럽도 텅 비어 있었다(관련기사: '국악과 재즈의 만남', 대전 유일의 재즈클럽 '옐로우 택시').

리허설을 금방 마친 가야금 연주자 서라미씨도 걱정스러운 듯 "오늘 관람객이 10명 정도 오시는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저는 공연을 쉽게 하면 관객이 안 온다는 징크스가 있어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공연은 대박이 나요"라며 "이번에 공연 준비를 하면서 살짝 불안했어요. 일이 너무 순조롭게 진행되었거든요. 오늘 공연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정말 바쁘고 모시기 힘든 분들인데, 사람들이 좀 와야 되는데..."라고 침울한 표정으로 이야기 했다.

옐로우 택시 박종화 사장도 "평소에도 관객이 그렇게 많이 오지는 않아요. 평균 20~30명 정도 오시는데, 어떤 때는 관객이 없어 공연을 하지 못할 때도 있었어요"라고 말을 보태니 불안감이 더 가중되었다. 진짜 관객들이 없으면 공연은 둘째치고, 서라미씨 체면도, 유일한 대전의 재즈클럽인 '옐로우 택시'의 자존심도 팍 구겨지게 생겼다.

'초원을 달리다' 연주곡, '가야금 연주수법이 인상적'

 황호준씨가 몽골 초원의 말들이 자유롭게 뛰어 다니는 모습을 연상해서 작곡한 '초원을 달리다' 에서 말발굽소리 등을 표현하는 서라미씨의 가야금 연주수법이 인상적이었다. 또 공연 마지막 순서로 연주한 ‘안달루시아의 언덕’은 관객으로부터 "임팩트 있고, 감동적이고, 너무 세련되고, 멋진 곡"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황호준씨가 몽골 초원의 말들이 자유롭게 뛰어 다니는 모습을 연상해서 작곡한 '초원을 달리다' 에서 말발굽소리 등을 표현하는 서라미씨의 가야금 연주수법이 인상적이었다. 또 공연 마지막 순서로 연주한 ‘안달루시아의 언덕’은 관객으로부터 "임팩트 있고, 감동적이고, 너무 세련되고, 멋진 곡"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 조우성


 서라미씨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블루노트 재즈클럽(Blue Note Jazz Club)’ 무대에 선 연주자다. 1981년 문을 연 ‘블루노트 재즈클럽’은 ‘레이 찰스’, ‘사라 본’, ‘디지 길레스피’ 등 세계적인 재즈뮤지션들이 노래와 연주를 하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녀는 “오늘 연주할 때 느낌이 ‘블루노트’에서 연주할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라미씨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블루노트 재즈클럽(Blue Note Jazz Club)’ 무대에 선 연주자다. 1981년 문을 연 ‘블루노트 재즈클럽’은 ‘레이 찰스’, ‘사라 본’, ‘디지 길레스피’ 등 세계적인 재즈뮤지션들이 노래와 연주를 하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녀는 “오늘 연주할 때 느낌이 ‘블루노트’에서 연주할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조우성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7시 50분 쯤 되니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8시 쯤 되니 100여석의 자리가 거의 다 찬 듯했다. 다들 한숨 돌렸다. 준비관계로 공연은 8시 20분께 시작되었다. 첫 무대는 서라미씨가 장식했다. 그는 황호준 작곡의 '초원을 달리다'를 밴드팀과 연주 하였다. 이 곡은 몽골 초원의 말들이 자유롭게 뛰어 다니는 모습을 연상해서 작곡한 것으로, 몽골 음악에서 많이 들어본 리듬들이 사용되었다. 말들이 달리는 말발굽소리 등을 표현하는 가야금의 연주수법이 인상적이었다. 연주를 듣고 보는 즐거움이 있는, 마음이 힐링되는 그런 연주곡이었다.

이어서 연주된 '천상의 바람'은 중국소수민족의 민속곡을 편곡한 것으로, 전형적인 중국 음악풍 연주곡이었다. 이날 외국인 10여 명이 재즈클럽을 방문했는데, '칼 필립스(Carl Phillips, 남, 65, 교수)'씨는 이 곡을 들은 뒤 "오늘 공연에 다양한 음악들이 연주되어, 월드뮤직을 듣는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가야금 연주가 끝난 뒤 소리꾼 최수정씨가 무대에 올라 황호준씨가 재편곡한 경기민요 대표곡인 '청춘가'를 불렀다. 이 노래가 원래는 빠른 템포의 곡인데, 최수정씨는 할머니가 손녀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지나간 청춘을 회상하듯이 잔잔하게, 손녀딸과 대화 하듯이 서정적인 느낌으로 노래했다.  

노래하는 최수정 경기민요 소리꾼 최수정씨는 이날 재즈풍으로 편곡한 청춘가, 신고산 블루스, 몽금포 가는 길을 대화하듯 잔잔하게, 태풍에 출렁이는 파도처럼 격정적으로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불러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 노래하는 최수정 경기민요 소리꾼 최수정씨는 이날 재즈풍으로 편곡한 청춘가, 신고산 블루스, 몽금포 가는 길을 대화하듯 잔잔하게, 태풍에 출렁이는 파도처럼 격정적으로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불러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 조우성


 대전 송촌동에서 온 김정은씨는 "최수정씨가 부른 ‘청춘가’ 노래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를 들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어요. 더 들었으면 눈물을 흘렸을 것 같았어요. 가슴에 울림이 있네요.”라며 “국악이 서양악기랑 잘 어울리고, 되게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았어요.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한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대전 송촌동에서 온 김정은씨는 "최수정씨가 부른 ‘청춘가’ 노래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를 들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어요. 더 들었으면 눈물을 흘렸을 것 같았어요. 가슴에 울림이 있네요.”라며 “국악이 서양악기랑 잘 어울리고, 되게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았어요.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한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 조우성


국악과 재즈의 만남,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이어진 '몽금포 가는 길'은 황호준씨가 황해도 민요 '몽금포 타령'을 재즈풍으로 변곡한 곡으로, 최수정씨는 때로는 잔잔한 듯, 때로는 파도가 일렁이며 춤추는 듯,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노래를 뽑아냈다. 관객들은 넋을 잃고 바라 보다, 노래를 마침과 동시에 환호 소리와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블로거 공지를 통해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러 온 김정은(대전 송촌동, 여, 33세)씨는 "최수정씨가 부른 '청춘가' 노래가 많이 와 닿았어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를 들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어요. 다른 스타일인데 뭔가 같은 느낌이 들었네요. 더 들었으면 눈물을 흘렸을 것 같았어요. 가슴에 울림이 있네요"라며 "국악이라고 해서 보통의 국악인 줄 알았는데, 서양악기랑 잘 어울리고, 되게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았어요. 연주악기가 다양해서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한 느낌이 들었어요. 음악의 폭이 좀 넓어진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계속해서 서라미씨가 황호준의 '카수카르에 부는 바람'을 밴드와 함께 연주하였다. 이 곡은 중국 서쪽 끝에 있는 파미르 고원을 넘기 직전에 있는 마을인 '카수카르'의 민속음악을 재즈밴드음악으로 재작곡한 곡이다. 카수카르는 중국 상인들이 서역으로 물건을 팔러갈 때 파미르 고원을 넘기 전에 쉬어가는 곳이며, 서역의 상인들이 중국으로 물건을 팔러 올 적에 파미르 고원을 넘은 후 여독을 풀기 위해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와 문물이 뒤섞여 있는 곳으로, '카수카르'란 말에는 '각양각색의 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카수카르에 부는 바람'은 동·서양의 문화가 절묘하게 혼합된 카수카르의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연주회가 끝난 뒤 기타를 담당했던 임선호씨는 “재즈클럽이라 가야금이 어울릴까 걱정을 했었는데, 분위기에 맞게 잘 편곡이 되어서 양악기와 조합, 밸런스가 좋았다. 구경 오신 분들이 너무 공연을 즐겨주셔서 그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주회가 끝난 뒤 기타를 담당했던 임선호씨는 “재즈클럽이라 가야금이 어울릴까 걱정을 했었는데, 분위기에 맞게 잘 편곡이 되어서 양악기와 조합, 밸런스가 좋았다. 구경 오신 분들이 너무 공연을 즐겨주셔서 그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 조우성


"어려울 때 힘이 되고,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 준 곡"

서라미씨는 공연 마지막 순서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집시들이 연주하는 전통 플라멩코를 바탕으로 만든 황호준의 '안달루시아의 언덕'을 연주하였다. 그녀는 이 곡을 설명하면서 "미국에서 내가 어려웠을 때 가장 힘이 되어 주고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 준 곡"이라며 눈물을 글성거렸다.

"한국에서는 저를 아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미국에서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됐어요. 인지도가 없어 공연을 하기도 힘들었고, 출연료도 최저 수준이었죠. 당시 미국으로 건너 온 가족들의 생계도 책임지고 있어서 참으로 힘든 나날이었어요. 마음은 방황하고, 슬럼프에 빠져 끝이 보이지 않은 날들이었어요. 그러다 코리아소사이터에서 독주회를 준비하면서 황호준 선배로부터 이 곡을 받았어요.

마음껏 춤 추고, 자유를 열망하면서도 가슴 한켠에 응어리를 갖고 있는 집시들의 한이 느껴졌어요. 한 음 한 음에 저의 음악적 해석을 집어 넣을려고 치열하게 노력한 덕분에 이전보다 좀 더 제가 성숙이 된 것 같았죠. 그 뒤로 제가 이 곡을 연주하면서부터 연주회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저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 주고 저를 살려준 곡이죠. 그래서 어떤 연주회든지 저는 이 곡을 빼놓지 않고 연주해요. 제가 너무 사랑하는 곡이에요." (연주회가 끝난 뒤 서라미씨와 인터뷰 한 내용 중에서)

서라미씨의 '안달루시아의 언덕' 연주를 들은 이상윤(대전 유성구, 남, 49세)씨는 "'옐로우 택시'가 대전에서 유일한 재즈클럽이고,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 한달에 1번 정도 오는 편입니다"며 "오늘 들은 서라미씨의 연주곡이 임팩트 있고, 감동적이고, 너무 세련되고, 멋진 곡이네요. 화려한 연주기법도 보여주고, 연주도 멜로디도 너무 좋았습니다"고 감동을 전했다. 

  ‘옐로우 택시’ 박종화 사장은 “기대 이상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고, 반응도 좋아 너무 기쁘다. 연주자들도 멋있게 잘해 주시고, 관객들도 음악에 심취한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며 “외국인들도 10분 이상 오셨는데, 우리 음악을 세계속에 알린 계기가 된 것 같다. 국악과 재즈의 만남이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공연을 평가했다.

‘옐로우 택시’ 박종화 사장은 “기대 이상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고, 반응도 좋아 너무 기쁘다. 연주자들도 멋있게 잘해 주시고, 관객들도 음악에 심취한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며 “외국인들도 10분 이상 오셨는데, 우리 음악을 세계속에 알린 계기가 된 것 같다. 국악과 재즈의 만남이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고 공연을 평가했다. ⓒ 조우성


대전 관객들 집중도 좋아, "몰입해 재미있게 연주해"

연주회가 끝난 뒤 기타를 담당했던 임선호씨는 "재즈클럽이라 가야금이 어울릴까 걱정을 했었는데, 분위기에 맞게 잘 편곡이 되어서 양악기와 조합, 밸런스가 좋았다. 구경 오신 분들이 너무 공연을 즐겨주셔서 그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이스 담당 이범석씨는 "서울 재즈클럽은 공연 보시는 분들, 자유롭게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대전은 모두 집중을 해서 공연을 봐 주시니 제가 연주 몰입도가 높아졌다. 관객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 아주 재미있게 연주 했습니다"라고 감회를 밝혔다. 

퍼커션 박광현씨는 "대전까지 와서 재즈연주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사장님이 너무 환대해 주시고, 너무 좋아하시고, 편하게 맞아 주셔서 좋은 분위기에서 연주를 잘 했습니다"며 성공적인 연주의 공을 박종화 사장에게 돌렸다. 

이번 공연을 위해 음향스피커 등을 새롭게 설치한 '옐로우 택시' 박종화 사장은 "기대 이상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고, 반응도 좋아 너무 기쁘다. 연주자들도 멋있게 잘해 주시고, 관객들도 음악에 심취한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며 "외국인들도 10분 이상 오셨는데, 우리 음악을 세계속에 알린 계기가 된 것 같다. 국악과 재즈의 만남이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좋은 연주를 보여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티스토리 '도흥진 문화뉴스' 에도 실립니다.
옐로우 택시 서라미 황호준 최수정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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