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전' 월드컵에선 선수의 기량뿐 아니라 감독의 지략도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이번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눈에 띄는 지략으로 무명에서 스타로 떠오른 감독이 있다. 바로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중시하는 4-2-3-1 축구로 'FIFA 랭킹 20위' 크로아티아의 결승 진출을 이끈 즐라트코 다리치 감독이다.

만 51세의 다리치 감독은 16일 오전 0시(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지략 대결을 펼칠 '49세' 디디에 데샹 프랑스 대표팀 감독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데샹 감독이 현역 시절 프랑스 대표팀 주장으로 1998 월드컵, 유로 2000에서 나란히 우승을 이끈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라면, 다리치 감독은 선수 시절 단 한번의 A매치도 나서지 못한 무명선수였다.   

다리치 감독은 유벤투스, 마르세유 등 유럽 명문클럽에서 비교적 순탄한 지도자 길을 걸어왔던 데샹 감독과는 달리 '축구변방' 알바니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파란만장한 축구인생을 써내려온 지도자다.

2000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던 다리치 감독이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UAE의 알 아인 사령탑에 오르면서부터다. 다리치 감독은 2014년 3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알 아인에서 61승 25무 14패의 화려한 기록을 남기며, 구단에 3개의 우승 트로피를 안긴 바 있다.

'한 주먹 날렸던' 다리치 감독, '악마의 재능' 음바페도 쓰러뜨릴까

아시아 무대에서 눈에 띄는 족적을 남기며 지난해 10월 크로아티아 대표팀 감독직에 오른 다리치 감독은 온화함이 느껴지는 인물이다.

월드컵에서 세레머니를 펼치다 부상을 당했던 치치 브라질 감독처럼 흥분하는 모습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8일 열린 러시아와의 8강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했지만 소탈하게 기뻐하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다리치 감독은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한 성격 하는'(?) 지도자였다. 알 아인 감독 시절이던 2016년 11월 그는 전북 현대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후반 막판 전북 코칭스태프와 신경전을 벌이다 박충균 코치를 주먹으로 가격해 적잖은 논란을 빚었다. 당시 AFC(아시아축구연맹)는 다리치 감독에게 벌금 징계를 내린 바 있다.

다행히도 다리치 감독은 폭력적인 성질을 냉정한 카리스마로 승화시켰다. 그는 지난달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등 부상을 이유로 교체 출전을 거부한 니콜라 칼리니치(AC밀란)를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와 상의해 퇴출시켰다. 냉철한 판단력과 리더십으로 팀의 결속력을 이끈 셈이다.

22명의 크로아티아 선수들에게 팀 정신을 불어넣고 있는 다리치 감독은 월드컵 마지막 상대 프랑스를 무너뜨릴 비책을 세웠다. 물론 그의 전략엔 레블뢰 군단의 '전술핵' 킬리안 음바페가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지난 6월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음바페는 19세에 불과한 신예 공격수지만 이번 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3득점)을 펼치고 있는 프랑스 축구의 에이스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이용한 드리블 돌파와 화려한 발 기술이 장기인 그는 앙투안 그리즈만, 올리비에 지루와 함께 크로아티아의 수비라인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헐리웃 액션'과 '시간 끌기' 등 악동 기질도 선보이고 있는 음바페는 이번 결승전에서도 '한 주먹 날렸던' 다리치 감독의 속을 태울 것으로 보인다. 과연 다리치 감독은 이번 결승전 경기 종료 직후에도 온화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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