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이 프레스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이 프레스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서정준


"아직 저희 공연을 보지 않은 분들 중에 '이게 무슨 공연일까'하고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과감하게 말하는데 망할수도, 안 망할수도 있다. 그건 모른다. 우리가 어릴 때 하던 뽑기처럼 뭐가 나올지 모른다. 마치 인생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것처럼 저희는 '리미티드 에디션' 공연이다. 많은 분들이 그날밖에 못 보는 공연을 많이 와주시면 좋겠다." (배우 소정화)

지난 13일 오후 대학로 TOM2관에서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아래 오첨뮤)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오첨뮤>는 국내에 생소한 즉흥뮤지컬 장르의 작품으로 이야기를 미리 준비해두지 않고, 관객 요청에 따라 무작위의 키워드를 선정해 공연을 펼친다. 어드벤처 전문 극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이 하루만에 이야기를 만드는 내용을 설정을 기반으로 작품이 전개되며 배우 역으로 이영미, 한세라, 홍우진, 이정수, 소정화, 안창용, 박은미, 정다희가, 연출 역으로 김태형, 이안나, 장우성이 출연한다. 작년 초연에 이어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돌아온 재연은 오는 8월 19일까지 매회 다른 55회의 이야기를 만든다.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이 프레스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이 프레스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서정준


<오첨뮤>는 매회 즉석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만큼, 프레스콜 역시 한 시간 가량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만드는 과정을 선보였다. 두피마사지를 하면 손님을 잠에 들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용사 '주피터'(성이 주씨다)가 불면증이 가득한 판타지 세계로 모험을 떠나게 되고, 악당 '카페인'을 무찌르는 여정을 그렸다. 이날 이야기는 일반 관객들과 달리 기자들의 반응이 적은 편인데 착안해서 '침묵'이란 제목으로 공연됐다. 다소 황당하지만 배우들의 순발력과 함께 멋진 노래가 펼쳐지면서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가 된다. 어떤 날은 정말 잘 만들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어떤 날은 관객과 배우들이 서로 민망해질 수도 있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질문을 해도 키워드가 잘 안나올 거라고 생각해서 어느정도 키워드를 준비하고 갔다. 초연에는 노래를 몇 가지 정해두고 상황에 맞는 노래를 불렀다면 이번에는 노래 역시 즉흥적으로 만들고 있다. 작년엔 39개, 올해는 55개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김태형 연출)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이 프레스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칠판에 키워드를 적어가며 이야기를 만든다.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이 프레스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칠판에 키워드를 적어가며 이야기를 만든다. ⓒ 서정준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이 프레스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무대 왼쪽에 마련된 창작진 좌석.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이 프레스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무대 왼쪽에 마련된 창작진 좌석.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역할이 되기도 한다. ⓒ 서정준


매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아무리 무대 위에 서있는 게 직업인 배우들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배우들의 반응은 어떨까.

"최근에는 '테크 리허설'을 하는데 원래는 이 넘버엔 여기. 이 자리엔 여기. 이러면서 조명 등 기술적인 부분을 조율해야 하는 리허설이다. 저희는 '테크 리허설' 때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서 연기를 했다. 거기서 저랑 영미언니가 자매 역할이 됐는데 슬픈 장면이 있었다. 근데 '테크 리허설'인데도 감정이 몰입돼서 눈물이 난 거다. 그런 민망한 장면이 있었다(웃음). 정말 짜놓은 거 없이 항상 새로운 순간이다." (배우 박은미)

"재연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때만 해도 좀 무서웠다. 사람들은 기억도 못 하겠지만, 저는 제가 한 말을 기억하니까 플레이어로서 했던 걸 또 하는 건 자존심 상하는 것도 있고 무언가 스스로에게 위배되는 게 있었다. 마치 바둑을 둘 때 돌을 놓을수록 둘 자리가 없어지듯이 새로운 컨텐츠 없이 제가 고갈될 것 같앗다. 그래서 1년동안 열심히 살았다(웃음)." (배우
이정수)

"
해결 못 한 일이 남은 느낌이 계속 있었다. 버려야하고 후회되는 순간도 많은데 그런 게 남아있고 해결하지 못하면 후회될 것 같아서 이번엔 잘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착각이었다(웃음). 계속 무섭지만, 제가 선택한거니까 책임을 지려고 한다." (배우 정다희)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의 정다희 배우가 프레스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의 정다희 배우가 프레스콜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서정준


<오첨뮤>는 이렇듯 관객도 배우도 일정 이상의 부담감을 안고 봐야하는 공연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재미가 있고, 매회 즉석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돌발상황이 넘치는 유쾌한 공연이다. 또 그냥 '웃기는 장면'만을 펼쳐내는 애드립 공연이 아니라 관객들이 조금 황당한 키워드를 제시해도 주인공이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펼치는 동안 그 뒤에서는 키워드가 재미있는 스토리로 엮이도록 만들어간다.

"즉흥 뮤지컬을 국내에선 저희만 하는 거 같다.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시다시피 다들 힘들다고 징징대지만 사실 징징대는 게 아니라 정말 힘든 거다. 연출 자리에 앉아만 있어도 무섭다. 그런데 이걸 왜 하냐고 물어보시면 정말 평생 처음하는 대사. 처음 만드는 장면과 노래. 지금 밖에 볼 수 없는 이야기와 장면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걸 보면 객석이든 무대 위든 정말 짜릿하고 재밌다. 오늘은 사실 프레스콜이라서 키워드를 약간 만들어서 왔는데 평소보다 재미없게 느껴졌다. 더 엉망진창으로 가더라도 배우가, 밴드가 이 장면을 어떻게 만들지 같이 고민하고 천연덕스럽게 해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무척 쾌감이다. 사람이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낸다는 것. 그 현장을 함께한다는 것이 저희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다." (김태형 연출)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의 김태형 연출이 이야기하고 있다.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의 김태형 연출이 이야기하고 있다. ⓒ 서정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회사를 간다거나, 학교를 가야 하는 것처럼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하지만, 그러면서도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우리의 삶이다. <오첨뮤> 역시 어드벤처라는 큰 틀은 있지만, 매회 벌어지는 일은 전혀 다른 내용이다. 무대 위의 배우들이 온 힘을 다해 당신의 키워드를 '진짜 이야기'로 만드는 것을 보고 싶다면, 꼭 <오첨뮤>를 관람해보길 추천한다. 연극, 뮤지컬만이 아니라 드라마, 예능, 영화 등 어떤 컨텐츠에서도 볼 수 없는 신선한 경험을 얻게 될 것이다.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이 프레스콜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즉흥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팀이 프레스콜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서정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오늘처음만드는뮤지컬 오첨뮤 즉흥극 대학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