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앙숙' 관계로 유명하다. 중세 시대에는 잉글랜드 왕국과 프랑스 왕국이 무려 116년 동안 전쟁을 벌였고 현대에도 양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보이지 않는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맞붙으면 양 팀 선수들은 절대 질 수 없다는 정신으로 더욱 승리욕을 불태우곤 한다. 흡사 한일전을 보는 거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축구에서도 양 팀은 묘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네딘 지단 시대 이후 국가대표팀의 전력은 프랑스가 한 수 앞서 있지만 리그의 수준은 프랑스의 리그앙보다는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가 더 우수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결승에서 맞붙으면 세계적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오는 초대형 빅매치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벨기에를 꺾고 결승에 선착한 프랑스와 달리 잉글랜드는 4강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로 패하며 3-4위전으로 밀려 났다. 잉글랜드를 꺾고 결승에 오른 팀은 올해로 건국 27주년을 맞는 동유럽의 크로아티아. 20대의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본격적인 황금세대를 열고 있는 프랑스와 3번의 연장혈투를 뚫고 결승에 오르며 기적의 드라마를 쓰고 있는 크로아티아. 과연 역사에 기록될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우승팀은 어디일까.

'황금세대' 앞세워 2연속 메이저 결승 진출, 통산 2번째 역사 쓴다

포요하는 움티티 (모스크바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프랑스-벨기에전에서 후반 6분 프랑스의 사뮈엘 움티티가 결승 헤딩골을 성공시킨 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포요하는 움티티 (모스크바 A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프랑스-벨기에전에서 후반 6분 프랑스의 사뮈엘 움티티가 결승 헤딩골을 성공시킨 후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FIFA랭킹 7위, 유로2016 준우승팀 프랑스는 분명 이번 월드컵의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하지만 프랑스와 함께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독일, 브라질, 스페인 등에 비하면 약점이 많은 팀으로 꼽혔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은 역시 경험부족. 프랑스는 올리비에 지루(첼시)와 블레이즈 마투이디(유벤투스),위고 요리스 골키퍼(토트넘) 정도를 제외하면 주전 대부분이 9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신예들로 구성돼 있다(심지어 10대 선수도 있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험부족은 조별리그에서 곧바로 드러났다. 프랑스는 C조 최약체로 꼽히던 호주에게 고전 끝에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2-1로 간신히 승리했고 페루에게는 전반34분 선제골을 넣은 후 내내 수비적인 경기를 펼쳤다. 급기야 덴마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이번 대회 최고의 졸전을 펼치고 말았다. 이런 경기력이라면 프랑스가 토너먼트에 올라가더라도 8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젊은 선수들에게 조별리그는 서로 호흡을 맞추기 위한 워밍업의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프랑스는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득점 공방전을 펼치며 4-3으로 승리했고 8강에서는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가 출전하지 못한 우루과이에게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그리고 벨기에와의 4강전에서는 사무엘 움티티(바르셀로나)의 결승골에 힘입어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프랑스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던 폴 포그바(맨유)와 은글로 캉테(캉테)가 환상의 호흡을 발휘하며 중원을 지키고 있다.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좌우 풀백 벤자민 파바드(슈투트가르트)와 루카스 에르난데스(AT마드리드)의 발굴은 이번 대회 프랑스의 최대 수확이다다. 이번 대회 6경기 중 4경기에서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한 요리스 골키퍼의 활약은 말할 것도 없다.

프랑스는 유로2016에 이어 2연속 메이저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주력 선수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프랑스는 한 동안 세계 축구계를 주름잡는 강호로 군림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프랑스가 젊고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무조건 좋은 성적을 올린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디디에 데샹 감독은 프랑스에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3연속 연장을 극복한 발칸반도의 전사들, 마지막 기적에 도전

 2018년 7월 12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경기. 크로아티아의 이반 페리시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2018년 7월 12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경기. 크로아티아의 이반 페리시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크로아티아는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브라질,멕시코,카메룬과 한 조에 편성돼 1승2패의 성적으로 탈락했다. 크로아티아는 당시에도 루카 모드라치(레알마드리드)와 마리오 만주키치(유벤투스) 같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월드컵 같은 큰 대회를 치르는 요령과 경험이 부족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크로아티아는 스웨덴, 덴마크, 세르비아 등과 함께 '유럽의 복병' 정도로만 평가됐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나이지리아와 함께 D조에 속한 이번 대회에서 3전 전승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특히 화려한 멤버 구성을 자랑하는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3-0으로 완파하며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크로아티아는 조별리그의 상승세를 토너먼트까지 이어가며 다보르 슈케르(크로아티아 축구협회회장)가 활약하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넘어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토너먼트에서 크로아티아의 행보는 더욱 극적이었다. 크로아티아는 덴마크와의 16강전(승부차기 3-2 승)을 시작으로 러시아와의 8강전(승부차기 4-3 승), 잉글랜드와의 4강전(2-1 승)까지 무려 3경기 연속으로 연장전을 치렀다. 120분 경기만 3번을 소화한 크로아티아는 연장 승부가 없었던 프랑스보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셈이다. 월드컵 역사에서 연장전 3연승을 통해 결승에 오른 나라는 크로아티아가 유일하다.

크로아티아의 핵심은 역시 '천재 미드필더' 모드리치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페널티킥으로만 2골을 기록했고 덴마크와의 16강전에서는 페널티킥 실축까지 했지만 크로아티아의 전력은 모드리치가 있기에 완성된다. 실제로 모드리치는 이번 대회 총 604분을 뛰며 출전 시간 전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모드리치를 비롯해 무려 6명의 선수가 출전시간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3연속 연장전을 치렀으니 사실 당연한 결과다).

대부분의 축구 전문가들과 축구팬들은 프랑스의 우승이 유력하다고 전망한다. 아마 크로아티아도 자신들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에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로아티아는 월드컵 역사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3연속 연장전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오른 새 역사를 쓴 팀이다. 인구 400만을 갓 넘는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가 유럽을 대표하는 강대국에게 축구공으로 당차게 도전장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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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 프리뷰 프랑스 크로아티아 루카 모드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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