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새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188cm)

IBK기업은행 새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188cm) ⓒ 한국배구연맹


올 시즌 V리그에서 활약할 외국인 선수들이 다음 달 초에 모두 한국으로 온다. 그리고 2018-2019 시즌 V리그를 대비해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새롭게 선보일 외국인 선수 중에는 현재 세계랭킹 2위인 미국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활약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어도라 어나이(23세·188cm)다. 그는 지난 5월 실시된 V리그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에서 맨 마지막 6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지명됐다.

어나이는 현재 도미니카에서 열리는 2018 여자배구 팬아메리칸컵 대회에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하고 있다. 14일 오전(아래 한국시간)에 펼쳐진 캐나다와 준결승전에서 주전 레프트로 출전해 13득점을 기록했다.

미국은 이날 경기에서 어나이, 휠라이트, 워싱턴 3명이 나란히 13득점을 올리며, 캐나다를 세트 스코어 3-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은 미국과 도미니카가 15일 오전에 우승을 놓고 일전을 벌인다. 도미니카는 성인 대표팀 1군 주전 멤버들이 모두 출전했다. 한편, 오는 9월 세계선수권에서 한국과 같은 조(C조)에서 맞붙게 될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이번 대회에서 12개 참가국 중 11위에 그치며 부진했다.

유망주 어나이, 미국 대표팀 1군행 코스 밟다

이번 팬아메리칸컵에 출전한 미국 대표팀은 성인 대표팀이긴 하지만, 1군 주전이 대거 빠진 2군이다. 그러나 미국 대표팀은 중국, 세르비아, 브라질과 함께 세계 최정상급 팀이다. 2군 팀이라고 해도 무시하기 어렵다. 실제로 팬아메리칸컵 대표팀에는 지난해 주요 국제대회에서 미국 성인 대표팀 1군에 포함돼 좋은 활약을 했던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번 대회 주전 라이트인 휘트니(26세·194cm), 주전 세터 칼리니(24세·185cm), 리베로 웡 오란테스(24세·168cm)는 지난해 월드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미국 성인 대표팀 1군 멤버로 출전했다. 특히 칼리니는 한국, 러시아, 브라질 등과 경기에서 선발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웡 오란테스도 많은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또한 레프트 휠라이트(24세·185cm), 센터 페이지 탭(24세·192cm), 리베로 벤슨(24세·169cm)도 지난해 월드그랑프리 대회에서 성인 대표팀 1군 멤버로 활약한 바 있다.

팬아메리칸컵에 출전한 14명의 선수는 향후 미국 성인 대표팀을 염두에 두고 유망주 위주로 구성됐다고 볼 수 있다. 1996년생인 어나이는 14명 중 두 번째로 나이가 어리다. 이제 대학을 갓 졸업했기 때문이다. 어나이는 미국 성인 대표팀 1군으로 가는 코스를 밟고 있는 셈이다.

경기 거듭할수록 성장세... 리시브·디그 적극 가담 '인상적'

 지난 5월 실시된 트라이아웃에서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어나이(188cm)를 선택했다.

지난 5월 실시된 트라이아웃에서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어나이(188cm)를 선택했다. ⓒ 한국배구연맹


어나이는 지난해까지 미국 대학 리그 강호인 유타(Utah) 대학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유타대 시절 3년 연속 500득점 이상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미국 대학 랭킹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올 시즌 V리그가 생애 첫 프로 무대 진출이다.

어나이는 레프트 공격수로서 신장(188cm)도 크다. 지난 시즌 메디는 184cm였다. 장신임에도 몸의 균형이 잘 잡혀 있고, 공격력이 좋고 스윙 스피드가 빠른 게 특징이다. 서브 리시브 등 수비력도 갖추고 있다. 때문에 트라이아웃 신청자 중 레프트 포지션에서 가장 기량이 좋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기도 했다. V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사전에 매긴 선호도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이번 팬아메리칸컵 대회에서도 어나이는 공격 파워가 좋고 스윙이 간결하고 빨랐다. 무엇보다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V리그 외국인 선수들은 주로 공격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많았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이진 모습을 보인 것도 고무적이다. 어나이는 팬아메리칸컵 첫 경기인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는 마지막 4세트에 잠깐 출전해 2득점을 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후 쿠바전에서 14득점, 캐다나전 13득점 등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물론 어나이는 미국 성인 대표팀의 주전 선수들처럼 뛰어난 득점력과 기술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아직 나이가 어리고 전반적으로 기본기가 좋기 때문에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완성형 레프트로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된다.

'외국인 불패' 이정철 만난 어나이... V리그 신선한 볼거리

어나이가 IBK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과 만난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이정철 감독은 지금까지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장신 선수 발굴과 활용 면에서는 높은 안목을 자랑한다. 알레시아(196cm), 카리나(192cm), 데스티니(195cm), 맥마혼(198cm), 그리고 메디(184cm). 이 감독이 선택한 외국인 선수는 모두 V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다. IBK기업은행이 6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배경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지난 5월 트라이아웃 당시 어나이를 뽑고 싶었지만 맨 마지막 6순위였기 때문에 사실상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 순위 팀들이 아무도 어나이를 지명하지 않으면서 운 좋게 선택할 수 있었다. 이 감독이 지명하지 않았다면, 어나이는 올 시즌 V리그에서 볼 수 없었던 셈이다.

어나이는 트라이아웃 지명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IBK기업은행의 훈련량이 정말 많은 팀인데, 나는 이미 준비가 돼 있다"며 "첫 프로 데뷔 무대라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 나의 향수병 걱정을 하셨는데, 새로운 환경과 기업은행 팀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다"며 의지를 보였다.

어나이는 과연 V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 올 겨울에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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