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 14번째 시즌의 주역들

뮤지컬 <시카고> 14번째 시즌의 주역들 ⓒ 신시컴퍼니


뮤지컬 <시카고>는 전 세계 34개국에서 공연된 작품이다. 세계인이 찾는 공연으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롱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초연 이후 올해 벌써 14번째 시즌으로 찾아왔다.

"살인도 엔터테인먼트"

살인, 간통, 폭력 등 자극적인 소재로 가득한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배경을 알아야한다. 바로 1920년대 미국 시카고다. 당시 시카고는 '범죄의 도시'라 할 만큼 무서운 곳이었다. 살인을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언론 또한 황색 저널리즘으로 엉망이었다. 법정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로 배심원 제도로 판결을 했는데 배심원들이 대부분 남자였다. 이 때문인지 "예쁜 여자는 무죄"라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뮤지컬 시카고는 이런 당시의 상황들을 유쾌하고 섹시하게 풍자하고 있다.

풍자에 탁월한 뮤지컬 <시카고>

시카고 쿡 카운티 교도소에는 무시무시한 죄를 지은 여죄수들이 모여 있다. 그들이 저지른 살인은 언론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 중 보드빌 배우 출신 '벨마 켈리'는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과 본인의 여동생이 바람 피는 장면을 목격하고 둘 다 죽여서 수감됐다. 다행히도 벨마는 간수 '마마 모튼'을 통해 당대 최고의 변호사를 구했는데 그가 바로 돈만 주면 뛰어난 언변으로 피고를 언론의 핫스타로 만들고 무죄까지 받아내는 '빌리 플린'이었다.

그런데 재판을 앞두고 있던 벨마는 새로 들어온 '록시 하트' 때문에 관심을 모두 잃었다. 록시 하트는 코러스 걸로, 불륜 상대의 남자가 본인을 배신하자 총으로 쏴버렸다. 밀려난 벨마는 록시에게 2인조로 공연을 하자고 제안을 하지만 최고의 관심을 받고 있던 록시는 거절하고 만다. 그런데 시카고는 범죄도 핫이슈도 넘쳐났기 때문에 록시도 관심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작품은 살인과 교도소 수감, 재판 등 록시의 이야기를 따라 흘러간다. 그 속에 다른 죄수들의 이야기, 당시 재판, 언론 등 시대적인 상황까지 함께 녹여냈다. 시카고에는 재즈풍의 음악과 클럽이 유행이었기 때문에 배우들은 재즈 음악에 맞춰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

이 모든 게 실화?

뮤지컬 <시카고>는 본래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쓴 연극이 시작이었다. 그 후에는 두 편의 영화로 나왔는데 한 편은 무성영화, 한 편은 유성영화였다. 둘 다 큰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서 1942년 뮤지컬이 초연하고 지금까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아무래도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확실한 배경과 스토리에 풍자까지 담겨 있기 때문일 듯 싶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점이다. 연극을 쓴 왓킨스의 직업은 기자였는데 본인이 취재한 내용을 각색해서 연극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록시 하트의 실존 인물은 '뷸리 아난'으로 불륜을 저지르다 총을 쏜 것, 그녀의 남편이 재판 내내 그녀의 곁은 지킨 것 등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또한 뮤지컬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아난은 실제로 총 4번의 결혼을 했다. 벨마 켈리의 실존 인물은 '벨바 게르트너'로 역시 닮아있다.

보드빌 형식을 취하는 무대

유성영화 탄생 전에는 '보드빌'이라는 쇼가 인기를 끌었다. 보드빌은 19세게부터 유행한 쇼로 노래, 마임, 슬랩스틱, 단막극 등의 형태다. 시카고는 보드빌이 쇠퇴하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오히려 보드빌 형식을 이용한 점이 의미를 가진다.

뮤지컬 무대 위에는 재즈 밴드와 지휘자가 마치 등장인물처럼 올라가 있다. 지휘자가 인물들과 몸짓을 주고받기도 하고 관객의 호응도 이끈다. 중간 중간 사회자가 극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런 요소들로 인해 보드빌스러운 쇼가 탄생했다.

독특하면서 심플한 안무

뮤지컬 시카고의 독특한 무대는 안무를 만든 '밥 파시'의 영향이 컸다. 공연을 보면 중독적인 부분에서는 오히려 동작들이 작거나 심플하다. 그러면서도 독특하고 섹시한데, 참 세련됐다. 시카고의 배우들 의상은 굉장히 과감하다. 그래서 자칫 과하거나 부담스러워질 수 있는데 절도 있고 위트있는 안무 덕분에 전혀 그렇지 않았다.

뮤지컬 <시카고>가 사랑받는 이유

뮤지컬 <시카고>가 계속해서 큰 사랑을 받는 데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중독적인 노래, 안무, 화려한 무대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작품 배경의 색이 짙다는 점이다. 위협적인 시카고의 분위기는 관객들에게 오히려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한다. 거기에다 풍자를 섹시하게 위트 있게 했으니 끌릴 수밖에 없다.

뮤지컬시카고 시카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