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당신의 '워라밸'(워크 & 라이프 밸런스, 일과 삶의 균형이 적당한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은 어떤가. 예로부터 '정시 퇴근'이란 올바른 표현도 있건만,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근로시간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칼퇴'라는 표현이 더 널리 쓰이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팍팍한 일상을 보내야 하는 우리 삶의 애환을 녹인 뮤지컬이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6시 퇴근>은 제과회사 애프터눈을 배경으로 사실상의 정리해고를 앞둔 홍보2팀 사원들이 '가을달빵' 매출 신장을 위해 직장인밴드 '6시퇴근'을 만들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이자 비정규직 사원 장보고 역에 고유진 이동환 임준혁, 최다연 대리 역에 허윤혜와 정다예, 윤지석 대리 역에 박웅, 유환웅, 문종민, 안성준 과장 역에 고현경과 최호승, 인턴 고은호 역에 강찬, 이민재, 서영미 주임 역에 오진영, 이새롬, 김태령, 노주연 부장 역에 정성일과 김권이 출연한다.

비정규직 회사원 장보고, 비정규직 배우?

 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뮤지컬 <6시 퇴근>은 시놉시스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작품 속 홍보2팀이 살아남기 위해 얻는 시간은 고작 30일. 하지만 현실과 달리 30일이란 시간은 2시간이 채 안 되는 무대 위에서 풀어내기엔 무척 긴 시간이다. 그렇기에 <6시 퇴근>은 현실 속의 회사 생활을 그대로 옮겨오기보다는 회사를 배경으로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풀어내는 쇼 뮤지컬에 가까운 모양새를 취한다. 이야기의 이음새가 질기지 못하지만, 그 과정을 밝고 통통 튀는 톤과 실제 배우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컬이란 요소로 극복한다.

그 중 주인공인 '장보고'는 싱어송라이터의 꿈이 있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비정규직으로 취업, 2년마다 회사를 전전하는 캐릭터다. 동성애, 마약 등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올해 2월 삼연을 마친 <베어 더 뮤지컬>에서 '맷'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이동환은 작품이 끝나면 새로운 자신의 자리를 찾아다녀야 하는 '비정규직' 배우다. 지난 6월 28일 대학로 한 카페에서 '장보고'와 이동환의 공통점을 들어보았다.

 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서른세살. 배우로서 활동하는 이동환이라고 하고요. 현재는 에이프로소속으로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아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 제가 늘 묻는 질문인데요. '배우 이동환'이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극을 하면 뮤지컬하고 싶고 뮤지컬을 하면 연극하고 싶어요. 무대를 너무 사랑해서 무대 작업도 계속 하지만, 나중에는 매체나 다른 작품들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특별한 장르 안에 국한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잇지만 먼 훗날에는 연출을 해보고 싶은 꿈도 있어요. 큰 꿈은 '무대 예술가'이고 싶어요."

- 프로필을 보니 2014년부터 2016년에 공백이 있더군요.
"광고회사 프로듀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원래 해보고 싶은 게 많았고 매체 관련된 연출을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무대도 무대 연출을 하려면 음향, 조명 등을 자세히는 아니어도 전반적으로 알아야 소통할 수 있듯이 매체 쪽을 배우고 싶었죠. 카메라, 조명, 음향, 이런 게 무대와는 결이 다르더라고요. 그런 면에서 공부가 돼서 좋은 기회였고 재밌었지만, 적성에 딱 맞는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그러다 <베어 더 뮤지컬>을 만나서 자연스럽게 다시 배우로 돌아왔죠. 사실 프로듀서 일을 할 땐 생계적인 부분도 좀 더 여유롭고 회사에서도 제가 배우 출신인 걸 아셔서 편의를 봐주셨죠. 쇼케이스나 리딩 공연 같은 것도 계속 했었어요."

"너 참 용기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 그렇다면 사실 여기 출연진들 중 가장 <6시 퇴근>의 인물들과 밀접하게 닿아있겠네요(웃음).
"맞아요. 그래서 연출님과 이야기하며 현실 속의 직장을 어느정도로 무대에 녹여낼지 밸런스를 고민했어요. 연출님의 생각과 제 생각이 비슷했던 점이 진짜 회사원의 생활을 그대로 무대에 녹여낸다면 보실 필요가 있을까 싶었어요. 일상에 지친분들이 위로를 얻고자 공연을 보러오시잖아요. 그렇다고 너무 환상적으로 보여줄 수도 없으니까 밸런스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사실 저도 예중, 예고를 나오지 않고 24살 때 경영학과에서 전과해서 뒤늦게 배우의 꿈을 키웠어요. 그런만큼 일을 대할 때 재미나 흥미보단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죠. 지금도 내가 정말 무대 위에서 행복함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어요. 아직은 잘해야하고 미션에 도전하는 느낌이에요. 매회 공연이 마냥 자유롭거나 행복하진 않아요. 내공도 부족하고요."

-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라 비정규직으로 사는 장보고의 마음을 잘 이해할 것 같은데, 다른 '장보고' 두 명과 비교한다면 자신의 캐릭터가 어떤 느낌이라고 생각하나요?
"무대에서 자유롭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너무 부럽고, 그런 부분들이 제게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고유진 선배님은 가수로서 이미 우상같은 존재시잖아요. 그런 경력과 경험이 풍부하셔서 관객들을 잘 흥분시키는 것 같아요. 같은 역한다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엄청 자랑했거든요(웃음). 자신은 울지 않지만, 관객들을 울리는 배우가 있는 것처럼 고유진 선배님은 정말 편하게 손 하나만 들어도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내공이 있어요. 제가 초반에는 너무 '으악! 이얍!!!' 해서(웃음) 목이 아플 정도였는데 선배님 보며 많이 배웠죠. 임준혁 배우는 <베어 더 뮤지컬>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데 임준혁이란 사람 자체가 사랑스러워요. 그래서 무대에서 하는 모든 게 이뻐보여요. 저는 둘에 비하면 에너지와 파이팅으로 밀어붙이고 있죠."

- 에너지와 파이팅 넘치는 이동환의 '장보고'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장보고'란 캐릭터는 뮤지션의 꿈을 갖고 있지만, 회사생활 중 '6시 퇴근'이란 직장인밴드를 하면서 그걸 통해 더 또렷한 꿈을 느낀 친구라고 생각해요. 그전에는 생활이나 재능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거라고 접근했어요. 그런데 직장인밴드하고 매일 야근하고 치열하게 살며 주변도 자신도 못 챙기는 사람들을 보며 오히려 음악을 하는 게 더 맞겠다고 생각하는 인물. 그래서 결국 스스로 퇴사를 선택하는 캐릭터를 설정했죠. 저도 경영학과에서 연극영화과로 전과할 때 주변에서 '너 참 용기있다'고 했어요. 근데 그 때 저는 용기가 필요 없었죠. '해야돼서 한' 선택이거든요. 크게 고민한 게 아니었어요. '장보고'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가슴 깊이 가진 꿈이 회사생활을 통해 꽃봉오리가 핀 거죠. 그 친구에게 퇴사란 결정은 큰 고민이나 결단이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해볼까요. 최근 공연 외의 다른 일이 있었나요.
"음… 저 최근에 이사를 했어요. 독립한지 14년 차인데 아직 옥탑에 산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집 알아보던 중 컨디션 좋은 옥탑방을 찾아서 지난 일요일에 이사했어요. 아직 매트릭스가 없어서 방바닥에서 잤죠. 내일이나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그는 인터뷰 당일 비가 많이 와서 택배가 지연됐다며 웃었다). 제가 사실 이런 이야기는 재미없는 사람이에요. 술도 잘 안 마시고 취미가 별로 없어요. 영화보고 게임이나 한, 두판하는 정도죠. 공연보는 건 무척 좋아해서 최근에 <미인>을 봤어요. 이전에 같이 공연했던 허혜진 배우의 새로운 면도 보고 정원영 선배님도 너무 좋더라고요."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 이동환의 꿈

 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 미래의 이동환은 어디에 있을까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선배님이 있어요. 멘토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석준 선배님이요. 공연 너무 좋아하고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느꼈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얼마 전엔 부끄럽지만, 석준 선배님에게 저도 꼭 그렇게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많은 희생과 배려가 필요한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해지는 게 나이를 먹고 성장했다는 거 아닐까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인터뷰 처음에 어떤 배우냐고 물어보셨잖아요. 하나를 더 말씀드리자면 저는 남들보다 좀 느린 배우에요. 연기도 좀 늦게 시작했고, 아직 많은 분들에게 이름을 알리지 못 했어요. 서른 두살에 <베어 더 뮤지컬>을 했고, 단독 인터뷰도 이번이 처음이고요(웃음). 모든 게 남들보단 조금 느리고 서투르니깐 좀 속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란 사람은 느리게 가니까 더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늘 지금의 상황이 감사하고 신기해요.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조건 없이 누군가에게 사랑을 줬는지 되묻게 돼요. 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 와주시는 분들께서 오히려 제게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세요. 제가 더 감사해야 하잖아요. 저는 제 직업으로서 연기라는 일을 한 건데도 제게 오히려 더 감사해하고 인사하고 선물을 주시고… 그런 일들이 너무 감사하고 신기하면서도 제게 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도록 만들어요. 더 좋은 촉매제가 되는 분들인 것 같아요. 매번 공손하고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최상의 컨디션으로 좋은 공연 보여드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야 한다'는 게 참 어렵고 무섭지만, 그래야겠죠?"

 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지컬 <6시퇴근>에서 '장보고' 역을 맡은 배우 이동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서정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당신의 '워라밸'은 어떤가. 이동환에게 '워라밸'은 큰 의미가 없어보였다. 그에게 공연은 곧 삶이고, 관객은 가족이니깐. 그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파이팅'이 궁금하다면 뮤지컬 <6시 퇴근>의 문을 두드려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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