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게 선두 추격의 기회가 왔다. 이 기회만 살리면 실낱 같은 우승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패배하면 사실상 추격 희망도 사그라든다. 수원에게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14일 오후 7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7라운드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K리그1을 대표하는 두 클럽의 대결이자 리그 선두 팀 전북을 추격하는 수원의 거센 도전이 예상되는 경기다.

현재 전북은 앞선 17경기에서 승점 38점(12승 2무 2패)을 쓸어 담으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개막 전 예고됐던 그림대로 전북의 '절대 1강' 체제가 시즌 내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전북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수원은 승점 28점(8승 4무 4패)으로 2위에 위치하고 있다.

리그 2위 수원, 선두 추격 가능성 높이려면 '전북 반드시 잡아야'

동료와 기뻐하는 김신욱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텐진 취안젠(중국)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 전북 김신욱이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 동료와 기뻐하는 김신욱 지난 3월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텐진 취안젠(중국)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 전북 김신욱이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북보다는 수원에게 승리한 간절한 매치다. 현재 수원은 1위 전북보다 3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28점), 4위 경남 FC(승점 26점)와 승점 차이가 더 적을 정도로 상위권 클럽들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2위 자리도 절대 장담할 수 없는 수원이다. 모든 경기에 총력을 다해 달아나야 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수원에게 전북전이 중요한 이유는 역시 리그 정상 탈환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수원이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 전북과 승점 차이를 7점까지 좁힐 수 있다. 물론 축구 리그에서 승점 7점도 꽤나 큰 격차이지만 38라운드까지 진행되는 리그 일정을 감안하면 역전을 꿈꿔볼 만하다.   

반면 패하면 동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원이 이미 전북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패하며 우승 기회를 상실한 경험이 많다. 2014 시즌 19라운드 당시 선두 전북에게 승점 3점 차 뒤진 3위 수원은 전북을 넘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잡았지만 2-3으로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같은 해에 수원은 2위까지 치고 올라가 끝까지 전북을 추격했지만, 33라운드에서도 0-1로 패해 준우승에 만족했다.

2015 시즌에도 비슷했다. 2위 수원은 전북을 승점 7점 차로 쫓아가고 있었는데 23라운드 맞대결에서 1-2 역전패를 당하며 눈물을 삼켰다. 결국 수원은 전북을 넘는데 실패했고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만일 이번에도 전북에게 패하면 수원은 매번 리그 1위 판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점에 전북에게 발목을 잡힌 트라우마가 되살아날 공산이 크다.

이번 주말에 열리는 경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2018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이다. 공교롭게도 수원과 전북은 이번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격돌한다. 1차전은 8월 29일, 2차전은 9월 19일에 열려 이번 리그 경기 종료 이후에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있지만, 이번 리그 경기의 승자는 남은 경기에서까지 대단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수원 입장에서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두 대회 모두 호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번 리그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이번에 패하면 챔피언스리그까지 망칠 확률이 높아진다.

뒷공간을 노려야 승산이 있다

승리가 절실한 수원은 다행히도 이번 경기를 안방에서 치른다. 물론 올 시즌 홈보다는 원정 경기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수원이다. 그럼에도 원정 팀의 무덤인 '전주성(전북 홈구장 애칭)'으로 떠나는 것보다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수원이 전북을 넘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일단 객관적인 전력은 전북이 수원을 압도한다. 수원은 모기업의 꾸준한 지원 감소로 과거처럼 화려한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데얀, 염기훈 등 팀의 얼굴이 되는 선수들은 대부분 베테랑이다.

반면 전북은 국가대표급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지난 시즌 K리그 MVP 이재성을 중심으로 김신욱, 손준호, 홍정호 등 선발 라인업 전체가 스타들로 채워져 있다. 여기에 마흔 살에 나이에도 여전히 발끝이 뜨거운 '노망주'(노장+유망주) 이동국까지 언제나 출격 준비하고 있다.

이미 수원은 올 시즌 10라운드 맞대결 0-2로 패하며 뜨거운 맛을 봤다. 수원은 퇴장자가 두 명이나 속출하는 절대적 열세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버텼지만, 강력한 전북의 개인 전술에 끝내 무릎을 꿇었다.

수원이 결과를 자신들의 것으로 위한 키포인트는 전북 수비의 뒷공간 공략이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전북의 두드러지는 약점은 공격시 중원이 엷어지는 점이다. 풀백들도 전진하는 성향이 강하다보니 연쇄작용으로 중앙 수비수들이 높은 라인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전북 수비진 뒷공간에는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이 약점을 가장 잘 파고드는 팀이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다. 올 시즌 전북을 상대로 1승 1무로 기록한 인천의 원동력은 발 빠른 공격수들의 수비 뒷공간 침투다. 문선민을 필두로 아길라르, 쿠비 등의 스피드가 전북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인천의 효율적인 역습에 전북은 올 시즌 리그에서 허용한 11골 중 절반이 넘는 6골을 인천에게 내줬을 정도다.

페널티킥 차는 바그닝요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대구FC의 경기. 수원 바그닝요가 페널티킥을 차고 있다.

▲ 페널티킥 차는 바그닝요 지난 5월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대구FC의 경기. 수원 바그닝요가 페널티킥을 차고 있다. ⓒ 연합뉴스


마침 수원은 지난 시즌과 달리 빠른 속도를 가진 공격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번 시즌 전반기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바그닝요, 임상협, 전세진에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한의권까지 더했다. 특히 한의권은 6월까지 아산 무궁화 소속으로 K리그2 득점 2위를 달리고 있었을 정도로 상승세다. 수원 데뷔전이었던 지난 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에서 속도감 넘치는 플레이와 성실한 움직임으로 팬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뒷공간 공략만큼 수원이 명심해야 할 지점은 수비수들의 집중력 유지다. 수원이 매 시즌 전북에게 발목을 잡혔던 반복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수비 집중력 부족이다. 경기를 잘 풀어가던 도중에 꼭 수비 쪽에서 실수를 범하며 무너졌다. 전혀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퇴장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있었던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2위 판도를 가르는 중요한 경기에서 3실점 전부 수비수들과 골키퍼 노동건의 안일한 볼 처리 탓에 허용했다. 더욱이 이번 맞상대인 전북에는 작은 틈도 득점으로 연결할 수 있는 킬러들이 가득하다. 그 어떤 경기보다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수원이다.

올해도 수원이 리그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면 리그 무관 기록이 10년으로 늘어난다. 전북은 이번 시즌을 우승하면 수원이 침묵한 10년 사이에 무려 6번의 트로피를 가져오게 된다.  한 때 리그의 공룡으로 불렸던 수원에게는 굴욕적인 순간일 수밖에 없다. '축구 수도' 타이틀마저 전북에게 빼앗긴 수원이 과연 옛 명성을 되찾을 터닝 포인트를 이번 시즌에 잡아낼 수 있을까.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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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전북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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