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싱어송라이터 폴킴은 드라마 OST 녹음 섭외 과정에서 벌어진 한 에이전시 측의 협박 및 폭언 등을 폭로해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얼마전 싱어송라이터 폴킴은 드라마 OST 녹음 섭외 과정에서 벌어진 한 에이전시 측의 협박 및 폭언 등을 폭로해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 뉴런뮤직


최근 싱어송라이터 폴킴이 한 에이전시 대표의 협박을 폭로했다. 지난 4일 폴킴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7월 안에 녹음을 마쳐야 하는 O.S.T 제의가 들어왔는데, 공연과 스케줄로 시간이 나질 않아 거절했다"면서 "그 에이전시 대표라는 사람이 전화로 우리 실장님에게 자기가 매니저 일을 25년 정도 했는데 너 매니저 몇 년이나 했고 이 바닥에 아는 사람들 누구누구 있냐며 믿을 수 없게도 협박을 했다"고 글을 올렸다. 이후 해당 내용이 논란이 됐지만, 폴킴의 소속사 측은 말을 아꼈다.

기자가 만난 현업 종사자들은 이와 유사한 갑질, 협박, 폭언 등의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했다. 힘 없는 음악인들을 두번 울리는 업계 고질적인 갑질 논란은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드라마 OST는 최근 음원시장의 인기 상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이상의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는 유명 가수를 섭외하는 등 OST 제작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 드라마들이 이렇게 하긴 쉽지 않다. 쪽대본으로 촬영을 하는 등 정신 없는 드라마 촬영 현장이 많은 만큼, 삽입곡 녹음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건상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인기가수보다는 떠오르는 신예 위주로 택할 때가 많다. 이 때문인지 섭외 과정에서 신인 또는 무명가수들에게 폭언 및 협박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며칠 내로 곡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저 오랜 업계 경력, 인맥만 앞세워 상대방을 윽박지르는 일부 담당자들 때문에 연차 낮은 가수가 어쩔 수 없이 녹음에 참여하는 일도 있다.

곡은 내가 만들었는데 발표는 다른 사람 명의로... 왜?

곡을 만드는 인력에 대한 갑질 논란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5년 MBC <시사매거진 2580>(10월 25일 방영분)는 드라마 OST 업계의 '유령 작곡가' 실태를 보도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유령 작곡가'란 곡을 만들었지만 본인 이름이 아닌 다른 유명 작곡가 이름으로 발표되는, 이른바 곡을 통째로 빼앗기는 무명 작곡가들을 말한다.

당시 방송에서는 회사 소속 인력이 곡 작업을 담당했지만 회사 대표 이름을 작곡자에 올려 저작권 및 각종 수입을 가로채는 모 프로덕션을 고발한 바 있다. 심지어 해당 음악인은 5년 동안 무려 700곡을 만들었지만 받은 돈은 고작 2000만 원 정도에 불과해 노동 착취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물론 곡 가로채기가 횡행했던 1980~90년대에 비해선 줄어들었다. 그러나 해당 방송이 방영된 지 근 3년이 지난 지금도 업계 커뮤니티에선 몇몇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작곡가, 제작자에 대한 익명 고발이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은 드라마 음악 작업에 참여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A씨는 "나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회사 사람이 은근슬쩍 내가 만든 BGM 크레디트에 자기 이름을 넣으려고 하더라. 결국 싸우고 그 일에서 손을 뗐다.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닌가? 그렇게까지 해서 선택받고 싶지 않았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음악인 B씨는 "일부 악덕 업체 중에는 아직도 상호명을 바꿔서 취업정보사이트에 작·편곡자 구인 광고을 내고 인력 모으는 곳도 있다"라며 초보 음악인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줄 돈은 줘야죠..." 말 바꾸기, 중간 가로채기


 지난 2015년 10월 방영된 MBC < 시사매거진 2580 >.  당시 방송은 이른바 '유령 작곡가'의 존재를 폭로해 충격을 준 바 있다.  해당 방송 이후 아직도 이러한 논란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음악계에 존재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방영된 MBC < 시사매거진 2580 >. 당시 방송은 이른바 '유령 작곡가'의 존재를 폭로해 충격을 준 바 있다. 해당 방송 이후 아직도 이러한 논란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음악계에 존재하고 있다. ⓒ MBC


2013년부터 대중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 제도가 시행되면서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각종 음반, 드라마, 게임, 공연 관련 작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구두로 섭외돼 일하는 음악인들도 적지 않다. 애초 약속된 금액보다 덜 받거나 아예 떼이는 일은 대표적인 업계 갑질 사례 중 하나다. 가령 10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음악 작업을 했는데 업체 사정이 안 좋다는 이유로 700만 원만 받는 식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축에 속한다.

몇몇 소규모 기획사들은 소속 가수 신곡 작업을 담당할 전문 A&R 인력이 부족해 프리랜서의 손을 빌려 일을 진행한다. 그런데 담당자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채는 사례도 있다. 신인작곡가 C씨가 최근 모 커뮤니티에 직접 올린 경험담이 그 예다.

D가수의 음반 작업에 두 번이나 곡을 넣게 된 C씨는 얼마 전 회사 실무진과 직접 미팅을 하면서 뒤늦게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초 곡 수집 작업을 담당하던 프리랜서 F씨가 소속사에는 600만 원을 달라고 하고, 정작 C씨에겐 "자네에게 회사가 150만 원만 주겠다"라고 속여 나머지 450만 원을 가로챈 것이다. 또한 "처음부터 누가 계약서를 쓰냐"라면서 구두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C씨로선 당시 돈이 너무 적어 서운했지만 '입봉'이 급했던 터라 그 금액을 받고 자신의 곡을 넘겼다. 그런데 몇달 후 D가수 회사에 새로 들어온 직원과 업무 협의를 하게 되면서 비로소 D가수의 회사와 C씨 모두 F씨의 농간을 알게됐다. 심지어 F씨는 회사로부터 이미 수고비를 따로 받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일을 벌였던 것이다.

대한항공부터 아시아나까지, 재벌그룹 사주들의 갑질이 논란이 되는 것은 물론 사회 곳곳에서 갑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연예계 한편에서 이와 비슷한 갑질이 버젓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물론 OST 업계 대다수가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이 하나 둘 터져나오기 시작하면 업계로 향하는 대중들의 시선은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연예계를 비롯해 OST업계는 이런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갑질논란 케이팝쪼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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