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3시(한국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 FIFA 월드컵 4강전 프랑스와 벨기에의 경기에서 결승에 진출한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이 얼싸안고 즐거워하고 있다.

11일 오전 3시(한국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8 FIFA 월드컵 4강전 프랑스와 벨기에의 경기에서 결승에 진출한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이 얼싸안고 즐거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블뢰 군단' 프랑스가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우승에 한 걸음만을 남겨두고 있다. 프랑스는 16일 오전 0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크로아티아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프랑스는 1998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이래 20년 만의 월드컵 제패에 도전한다. 당시 에메 자케 감독이 이끌었던 프랑스는 지네딘 지단, 디디에 데샹, 릴리앙 튀랑,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 등 초호화 멤버를 앞세워 축구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아트사커'라는 찬사를 받았다. 프랑스는 월드컵에 이어 유로 2000(유럽선수권)과 2001 컨페드컵까지 석권하며 최전성기를 구가했고, 2006 독일월드컵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단을 비롯한 황금세대가 하나둘씩 은퇴한 200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는 한동안 부침의 시기를 겪었다.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잇달아 조별리그 최하위로 탈락하는 굴욕을 겪었고, 유로 2012에서도 8강에 머물렀다. 특히 남아공월드컵에서는 감독과의 불화와 선수들의 훈련 거부 등 막장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초유의 팀 분열 사태까지 벌어지며 프랑스 축구의 어두운 이면을 국제적으로 드러내는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프랑스는 적극적인 세대교체와 유소년 육성을 통하여 새 판짜기에 나섰다. 2012년부터 대표팀 지휘봉은 자국축구의 레전드인 디디에 데샹 감독에게 넘어갔다. 데샹 감독은 현역 시절 프랑스 대표팀 주장을 맡아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 연속 우승을 이끈 전설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은퇴한 뒤엔 30대 초반부터 AS 모나코-유벤투스-마르세유 등 유럽 명문구단의 사령탑을 거치며 착실하게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조국 프랑스의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2014 브라질월드컵 8강-유로 2016 준우승 등의 호성적을 거두며 차근차근 팀을 재건했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12년 만의 결승진출까지 일궈내며 아트사커의 부활을 알렸다.

데샹은 현역 시절 프란츠 베켄바워(독일), 이케르 카시야스(스페인)와 더불어 챔스·유로·월드컵 우승을 모두 주장으로 경험한 역대 단 3명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지도자로서 데샹 감독이 만일 결승에서 크로아티아마저 꺾고 정상에 오른다면 베켄바워-마리우 자갈루(브라질)에 이어 역대 3번째로 선수-감독으로 월드컵 정상에 오르는 대기록을 수립할 수 있다.

'황금세대' 저물었던 프랑스, 부활의 배경은...

 2018년 7월 6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8강 경기. 프랑스의 라파엘 바란이 득점 후 동료 앙투안 그리즈만과 기뻐하고 있다.

2018년 7월 6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8강 경기. 프랑스의 라파엘 바란이 득점 후 동료 앙투안 그리즈만과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제2의 황금세대'로 꼽히는 앙투안 그리즈만, 킬리앙 음바페, 폴 포그바, 라파엘 바란, 은골로 캉테 등 세대교체에 성공한 프랑스 대표팀의 스쿼드는 20년 전 데샹 감독이 현역으로 활약하던 시절의 월드컵 우승멤버 못지않게 화려하다. 프랑스 대표팀의 평균연령은 26세에 불과하며 이번 대회에 출전한 32개국을 통틀어서도 잉글랜드-나이지리아와 함께 가장 어린 편에 속한다. 어찌 보면 프랑스의 진정한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과거 스페인-독일 등이 세대교체에 성공한 이후 국제무대에서 한동안 장기집권에 성공했듯이 프랑스도 지금보다 2~4년 뒤가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아무리 화려한 재료들을 갖췄다 해도 구슬을 하나로 꿰어내어 아름다운 보배로 만들어낸 것은 데샹 감독의 역량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이민자 2~3세대와 흑인들의 비중이 높은 프랑스 대표팀은 유럽 강호 중에서도 대표적인 다문화-다민족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러시아월드컵 대표팀 명단 23인 중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분류될 정도다. 자유분방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프랑스 문화의 영향으로 선수들의 개인주의와 스타의식이 강하여 감독이 통솔하기 어려운 팀으로 꼽힌다. 이런 팀을 무려 6년째 큰 잡음 없이 이끌며 꾸준히 발전하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데샹 감독의 리더십을 증명한다.

전술적으로 데샹 감독은 프랑스 축구의 전통적인 4-2-3-1 혹은 4-3-3 전술을 즐겨 구사하지만 20년 전 월드컵 우승 시절과는 또 다르게 '선 수비 후 역습'에 더 초점을 맞춘 실리축구를 지향한다. 캉테-포그바-블레즈 마튀디로 이어지는 중원 조합과 루카스 에르난데스-사뮈엘 움티티-바란-뱅자맹 파바르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은 엄청난 역동성으로 상대의 숨통을 조이는 '질식 수비'를 펼친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지난 6월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EPA


공수조율에 능한 그리즈만과 폭발적인 운동 능력의 음바페를 활용한 빠른 역습 축구는 프랑스의 가장 확실한 팀컬러가 됐다. 주축 선수들의 나이는 젊지만 이미 데샹 감독이 부임한 2012년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으며 노련미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점유율 축구의 시대가 저물고 수비와 역습이 대세로 떠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성공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년 만의 우승' 노리는 아트싸커 군단, 크로아티아도 넘을까

프랑스의 유일한 아쉬움은 강력한 정통 스트라이커의 부재다.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의 계보를 이을 대형 공격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데샹 감독은 '성관계 스캔들'로 물의를 일으킨 카림 벤제마를 팀의 화합과 기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호하게 배제하는 결단을 내렸다. 데샹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올리비에 지루는 준수한 팀공헌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 아직까지 득점이 없다.

하지만 프랑스는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득점루트로 이러한 약점을 상쇄하고 있다. 그리즈만과 음바페가 이끄는 2선의 화력은 참가국 중 최고 수준이다. 또한 토너먼트에 접어들면서 움티티-바란 등 수비수들이 결정적인 득점에 가담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프랑스는 1998년 월드컵 우승 당시에도 조별리그 이후로는 공격수들이 대체로 부진했지만 대신 튀랑-지단 등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이 득점을 책임지며 팀을 정상으로 이끈 바 있다.

경기력보다 아쉬운 부분은 '매너'에 관한 지적이다. 20년 전 프랑스의 아트사커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 축구로서 전 세계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프랑스는 결승진출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덴마크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노골적인 무승부 전략으로 이번 대회 최초의 0-0 경기가 나왔다. 그러면서 동반 16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일본-폴란드전과 함께 '월드컵 역대 최악의 경기'라는 오명과 함께 거센 비판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토너먼트에서는 신성 음바페가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음바페는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리오넬 메시를 압도하는 맹활약을 펼칠 때만 해도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우루과이와의 8강전에서 보여준 헐리우드 액션, 벨기에와의 4강전에서 보여준 시간지연 플레이와 무면허 드리블로 엄청난 지탄을 받았다. 이번 대회 강력한 골든볼 후보로도 거론되던 음바페에 대한 이미지가 깎이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존중받는 챔피언이 되기를 원한다면 경기 결과만이 아니라 상대팀과 지켜보는 팬들을 위한 예의도 필요하다.

 2018년 7월 12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경기. 크로아티아의 이반 페리시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2018년 7월 12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경기. 크로아티아의 이반 페리시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프랑스의 마지막 상대는 크로아티아다. 20년 전에는 월드컵 4강에서 만나 프랑스가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까지 차지한 바 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프랑스의 우위다. 3연속 연장 승부를 치르고 올라온 크로아티아에 비하여 체력이나 선수층에서도 모두 프랑스가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잃을 것이 없는 크로아티아에 비하여 프랑스는 '당연히 우승'을 예상하는 여론의 기대가 오히려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과연 프랑스가 20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통하여 새로운 레블뢰 전성시대의 시작을 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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