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디어 포스터

킬링디어 포스터ⓒ 오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킬링 디어>가 12일 개봉했다. <더 랍스터>와 <송곳니>를 통해 본인만의 기괴한 스타일을 선보였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작품이다. 감독은 <더 랍스터>에서 함께 호흡했던 콜린 파렐을 비롯해 니콜 키드먼과 <덩케르크>의 배리 케오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영화의 원제는 'The Killing of a Sacred Deer'(신성한 사슴의 살해)로 고대 그리스의 비극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실제 심장 수술 장면을 담아낸 <킬링 디어>의 첫 장면은 이 영화가 얼마나 거북하게 진행될 지를 선명하게 암시해주고 있다. 곧이어 심장수술을 마치고 나온 두 의사의 발걸음 담아낸 카메라 움직임은 관객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위압감을 안긴다. 마치 스탠리 큐브릭을 연상케하는 스테디 캠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이 기묘한 분위기는 한 의사와 한 소년의 만남을 시작으로 더욱 증폭되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아내 안나(니콜 키드먼)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심장외과 의사 스티븐(콜린 파렐)은 16세 소년 마틴(배리 케오간)과의 정기적인 만남을 가진다. 스티븐은 마틴에게 값비싼 시계를 선물하는가 하면 한적한 강가에서 일상을 공유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대체 무슨 사이인 걸까? 연인인 걸까? 아니면 비밀을 가진 부자 사이? 스티븐은 마틴을 집으로 초대해 자신들의 가족들과 관계를 맺게끔 하기도 한다.

지속적인 의구심을 만들내는 전반부의 스토리텔링은 건조한 카메라 워크와 함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한층 두텁게하며 상당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스티븐과 마틴이 만나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는 중반부터 테러에 가까운 고뇌를 전달한다. 스티븐이 마틴을 만난 이유는 그의 아버지를 수술 중에 과실로 죽인 죄책감 때문이다.

스티븐과 마틴의 만남이 지속될수록 마틴은 스티븐에 집착해간다. 마틴은 수시로 스티븐에게 연락하고 스티븐이 일하는 병원으로 불쑥 찾아와 불편하게 만든다. 결국 스티븐은 마틴을 점점 멀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스티븐의 아들 밥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하체 마비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그런 스티븐에게 마틴은 수술 중에 과실로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으므로, 자신도 스티븐의 가족 중 한 명을 죽이겠다는 말을 한다. 마틴은 세 단계를 거쳐 스티븐이 가족들이 죽게 될것이라고 말한다. 첫 단계는 사지마비, 두 번째는 거식증, 세 번째 단계는 눈에서 피가 나고 몇 시간 뒤 죽게 된다는 것. 

그리고 스티븐이 누굴 죽일지 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으면 모두 죽을 거라고 말한다. 스티븐은 이 말을 믿지 않지만, 밥의 거식증이 시작되고, 딸 킴마저 원인 모를 하체마비로 입원한다. 마틴의 저주는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스티븐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한 명을 죽여야 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통쾌함 없는 '불편한' 복수극

 킬링 디어 스틸 샷

킬링 디어 스틸 샷ⓒ 오드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마틴의 복수극엔 일말의 통쾌함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북하기만 하다.

분명 피해자이지만 마틴의 복수극은 피해자의 고통 속에 빚은 결과가 아니라 가학적인 사이코패스의 사디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가족 중에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어야만 하는 고통에 빠진 스티븐과 죽음 앞에서 비굴해지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는 모습까지. 마틴의 싸늘한 저주 속에 함몰되어가는 스티븐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불편하다.

<킬링 디어> 배우들의 비범한 연기를 기반으로 신경질적인 사운드와 스산한 음악 그리고 서늘한 분위기를 한층 강화시키는 촬영까지 관객을 사로잡는 구석이 많은데, 특히 감독의 상징적인 연출이 무척 인상깊다. 주인공들이 만난 식당의 이름은 '블루 제이(blue jay) 레스토랑'인데, 미국 민속학에서 블루 제이는 악마의 종을 뜻한다. 학교 모임에서 십자가가 종이 위에 거꾸로 보이는데 이것은 종종 악마를 상징한다. 영화 제목에 쓰인 사슴은 중간 중간 등장하여 영화의 결말을 예고하고 있으며, 영화의 모티브가 된 '아가멤논 & 이피게네이아의 비극'에 대한 언급도 있다.

영화는 그렇게 매혹적인 부분들이 많지만, 중반 이후 엄습해오는 거대한 불편함은 그것마저 덮어버릴 지경이다. 평소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말이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영화 이야기

영화의 주인공 콜린 파렐은 처음 영화의 대본을 읽은 후 구역질을 느꼈다고 한다. 극 중에서 마틴(배리 케오간)은 16살 스티븐의 딸 킴(래피 캐시디)는 14살로 2살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실제 배우인 배리 케오간은 1992년생이며 래피 캐시디 2002년생으로 10살 차이가 난다.

콜린 패럴과 니콜 키드먼은 <킬링 디어>의 촬영이 끝나고 몇 주 후 소피아 코풀라 감독의 <매혹당한 사람들>에서 다시 만나 연기했다. 그리고 두 작품 모두 2017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경쟁 부문에 올랐으며 <매혹당한 사람들>은 감독상을 수상했고, <킬링 디어>는 각본상을 수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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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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