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이 창단 후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며 한화 마운드를 무섭게 폭격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6개를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22-8로 대승을 거뒀다. 2008년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한 경기 20득점 이상을 기록한 넥센은 6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를 2.5경기로 벌리며 전반기 5위와 5할 승률을 확정했다(46승 45패).

넥센의 토종에이스 최원태가 6이닝 3자책 퀄리티스타트로 시즌 11승을 챙겼고 3이닝 3자책을 기록한 윤영삼은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마이클 초이스가 4안타 3타점 5득점, 김규민, 김하성, 박병호가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잊을 수 없는 최고의 하루를 보낸 선수가 있다.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7타점)을 세우며 데뷔 후 첫 두 자리 수 홈런을 달성한 5년 차 외야수 임병욱이 그 주인공이다.

부상에 발목 잡히고, 김하성-이정후에 밀린 특급 유망주

 넥센 히어로즈 임병욱은 11일 생애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넥센 히어로즈 임병욱은 11일 생애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넥센 히어로즈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난 임병욱은 명문 덕수고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고2 때까지만 해도 또래의 심우준(kt 위즈)이나 박계범(상무)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3학년 때부터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치며 고교 최고의 유격수로 도약했다. 특히 2013년 제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베스트9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이 대회에서 임병욱은 타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1루수로 활약했다).

1차 지명이 부활한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임병욱은 고교 최고의 외야수로 불리던 성남고의 배정대(경찰 야구단, 개명 전 배병옥)을 제치고 넥센의 1차 지명을 받았다. 당시 넥센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해외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유격수 유망주가 필요했고 공수주를 겸비한 임병욱은 이 조건에 딱 맞는 적임자였다. 하지만 임병욱은 2014년 시범경기 도중 도루를 시도하다가 베이스에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하며 루키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부상을 떨친 임병욱은 2015년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며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강정호의 후계자는 임병욱이 아닌 입단 동기 김하성의 차지였다. 결국 임병욱은 대주자 요원으로 도루실패만 3개를 기록한 후 5월 10일 KIA전을 마지막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그래도 임병욱은 퓨처스리그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후 타율 .372 10홈런 2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05를 기록하며 특급 유망주의 자리를 유지했다.

2016년 드디어 1군에서 자리를 잡은 임병욱은 104경기에서 타율 .249 8홈런 24타점 43득점 17도루를 기록했다. 기대만큼 타율은 높지 않았지만 만만치 않은 장타력과 폭발적인 도루능력, 여기에 외야 전향 2년 차였음에도 뛰어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중견수 자리에도 순조로운 적응속도를 보였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스윙폼이 '적토마' 이병규(LG트윈스 타격코치)를 연상케 하는 임병욱은 넥센 외야의 미래로 불리기에 손색 없었다.

하지만 임병욱은 2016년 어렵게 차지한 주전 중견수 자리를 작년 시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후배에게 내주고 말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역대 신인 기록들을 갈아 치우며 무섭게 등장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였다. 이정후가 프로 입단 1년 만에 KBO리그와 넥센을 대표하는 간판 외야수로 성장하는 동안 임병욱은 팔꿈치와 손가락 등의 부상에 시달리며 1군에서 단 21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 생애 첫 두자리 수 홈런까지

프로 입단 후 부상 때문에 성장세가 한풀 꺾인 임병욱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 동료 김웅빈과 함께 상무 야구단에 지원했다. 하지만 1군 경험이 77경기에 불과했던 내야수 김웅빈이 무난히 합격한 데 비해 1군 경험이 165경기였던 외야수 임병욱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하며 병역 의무도 해결하고 마음가짐을 다잡으려던 임병욱의 인생 계획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꼭 주전이 아니어도 왼손 대타, 대주자 등으로 활용폭이 넓은 임병욱은 올 시즌 무난히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리고 이정후,고종욱 등 올해 넥센의 외야에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임병욱은 주전 중견수로 중용되고 있다. 작년 시즌 그토록 임병욱을 따라 다니던 부상의 악령도 올해는 무사히 피해가고 있다. 실제로 임병욱은 시즌 개막 때부터 전반기 종료를 앞둔 현재까지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적이 없다.

활약상도 장정석 감독과 넥센팬들의 기대를 훌쩍 뛰어 넘었다. 김규민이나 이정후에 비하면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능력은 떨어지지만 임병욱은 올 시즌 61경기에서 주전 중견수로 출전하는 등 87경기에서 타율 .289 10홈런 37타점 48득점 14도루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직 전반기가 채 끝나지 않았음에도 타율, 안타, 홈런, 타점, 득점, OPS 등 대부분의 공격지표에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11일 한화전에서 임병욱은 그야말로 '인생경기'를 펼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2회 한화 에이스 키버스 샘슨의 강속구를 잡아 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트린 임병욱은 4회에도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주자 2명을 불러 들였다. 그리고 임병욱은 9회 2사 1,2루에서 팀 창단 후 최다득점 기록을 세우는 3점짜리 대형 홈런을 터트리며 3장타 2홈런 7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임병욱과 같은 해 2차 3라운드(전체 29순위)로 넥센에 입단한 김하성은 올해 연봉 3억2000만 원을 받는 KBO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이정후 역시 부상만 없다면 리그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외야수다. 올 시즌 임병욱이 보여주고 있는 잠재력 역시 김하성, 이정후와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김하성과 이정후, 그리고 임병욱이 넥센의 간판 타자로 완전히 자리잡을 때 비로소 히어로즈 타선의 세대교체도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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