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블루윙즈(이하 수원)의 스리백은 불안했다. 상대의 빠른 템포에 휘말리며 실점과 가까운 장면도 수차례 노출했다. 하지만 양측 풀백인 장호익과 이기제는 흔들리지 않았다. 공·수 양면에 걸쳐 특유의 활동량을 보여준 그들의 활약으로 수원은 승점 3점을 챙겼다.

11일 전남 광양 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진 KEB하나은행 K리그1 (클래식) 2018 16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이하 전남)와 수원의 맞대결에서는 후반 12분 바그닝요의 선제골과 후반 추가 시간 곽광선의 쐐기골에 힘입은 수원이 0대 2 승리를 따냈다. 수원은 승점 28점을 기록, 같은날 서로 맞대결을 펼쳐 무승부를 거둔 제주 유나이티드 FC(이하 제주)와 경남FC를 뒤로하고 다시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홈 팀 전남은 전반 초반부터 공세를 이어갔으나, 결정력 부재로 인해 7경기 무승의 늪에 빠졌다.

여전히 불안감 숨기지 못한 수원의 스리백

수원은 직전 라운드 제주전에서 불안한 수비력을 노출했다.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전방에서 분전하며 2득점을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으나, 수비 실수로 3골을 헌납하며 패했다. 뒤로 빠져 들어가는 상대 공격수들에 대한 마킹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패스와 클리어링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심지어 후반 종료 직전 김종민과 골키퍼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미스까지 벌어지며 허용하지 않아도 될 실점까지 내주고 말았다.

수원은 최근 수비 공백이 눈에 띄게 커졌다. 홍철과 신세계가 상주 상무프로축구단에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4일 수원 수비의 핵이자 호주 국가대표로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매튜마저 사우디 알 이티하드로의 이적이 확정되며 스리백의 한 축이 무너졌다. 서정원 감독도 지난 제주전 이후 "선수 개인이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팀의 미스다. 전체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밝혔을 만큼 수비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갔다. 서정원 감독은 지난 경기 선발 출전한 구자룡과 곽광선을 빼고 조성진과 이종성을 스타팅 라인업에 올리며 수비진의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이 두 선수도 수원 수비에 안정감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전남 공격수들의 빠른 패스 템포와 침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남 유상철 감독은 이번 경기에 허용준과 박광일, 유고비치 등 발밑 기술이 좋은 선수들로 수원의 수비들을 괴롭혔다. 2선의 유고비치와 한찬희가 압박을 이겨내고 침투해 들어가는 김영욱과 허용준에게 빠르게 전진 패스를 넣어주며 수원의 뒷공간을 공략해갔다. 전반 25분과 41분, 노동건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없었더라면 경기 결과는 뒤바뀌었을 지도 모를 만큼 수비가 불안했다. 

경기장 곳곳 누빈 장호익과 어시스트 기록한 이기제의 헌신

수원에 있어서 이러한 수비 불안이 계속된다면 지난 제주전이 오버랩될 공산이 높았다. 경기를 잘 풀어가고도 수비 실수로 경기를 내줬기 때문에 어떻게든 수비를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때 수원의 양측 풀백인 장호익과 이기제가 수비 공헌으로 앞장서서 팀을 구해냈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장호익의 활동량이 특히 빛났다. 사실 이번 경기에서 장호익에게 수비 하중이 더해질 것은 자명해 보였다. 장호익의 바로 아래에서 플레이를 펼친 이종성은 본래 수비수 출신이 아니다. 서정원 감독이 후방에서부터 좋은 빌드업을 요구하기 때문에 올 시즌 대부분 최후방 수비로 출전하고 있지만 수비력에 있어서는 아직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이번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측면에서 안쪽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상대 선수들에 대한 마킹이 느슨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최대 강점인 패스마저 부정확해 공격권을 쉽게 상대에게 내주고 말았다. 

장호익은 빠르게 커버 플레이를 이어가며 2차 저지선을 잘 구축해나갔다. 이종성이 무리한 수비로 벗겨지면 그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곧장 재압박에 들어가면서 전남의 공격 템포를 줄였다. 이날 왼쪽 측면 윙 플레이어로 출전한 전남의 완델손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특유의 드리블로 상대를 제압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완델손이지만, 장호익은 당하지 않았다. 성급하게 덤비기보다는 차분하게 기다린 후, 정확한 태클로 공을 뺏어냈다. 전남은 완델손이 막히자 한찬희가 위치를 바꿔 장호익을 공략해봤으나, 결과는 똑같았다. 넓은 범위의 마킹과 집중력 있는 수비로 상대 공격수들과의 수 싸움에서 승기를 거뒀다. 바그닝요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이후, 후반 16분과 38분에는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전남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

이기제도 마찬가지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장호익과 반대쪽에서 플레이를 펼친 이기제는 전반 초반 공격 쪽에 많은 힘을 쏟았다. 한의권과 바그닝요과 좌·우 스위칭을 통해 왼쪽 측면에 힘을 실었기 때문에 이기제는 과감한 오버래핑을 통해 전남의 수비수들을 흔들었다. 그는 후반 12분 바그닝요의 선제골을 도우며 방점을 찍었다. 이날 대부분의 세트피스를 처리한 그는 코너킥 상황에서 정확한 왼발 킥으로 바그닝요에게 공을 전달했다. 지난 제주전 득점에 이어, 시즌 3호 도움을 올린 그의 왼발이 한껏 물이 올라와 있음을 증명해낸 장면이었다.

그들의 진가는 후반전에 더욱 잘 드러났다. 그라운드의 모든 선수들이 지쳤지만 장호익과 이기제만큼은 아니었다. 선제골 실점 이후 전남의 공격수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올라왔지만, 이 두 선수에 막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그들은 노련한 판단으로 상대의 패스 줄기를 차단하고 역습을 저지했다. 상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몸을 던지는 수비는 덤이었다. 이들이 수비에서 안정감을 가져다주니 수원은 상대의 역습을 끊고 재역습을 이어나갔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곽광선의 추가골까지 터지면서 수원은 승기를 굳혔다.

이번 라운드 승리로 분위기를 전환한 수원은 다시 빡빡한 일정을 치러야 한다. 당장 다음 라운드 선두 전북현대모터스와의 경기뿐만 아니라, FA컵 32강전, 8월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까지 3~4일에 한 경기 꼴로 경기가 잡혀있다. 이번 경기처럼 윙백 장호익과 이기제의 광범위하고 집중력 높은 수비가 이어진다면 최후방 수비도 한층 더 안정감을 발휘해 수원이 순위 경쟁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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