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승자의 매너'를 이렇게 정의했다. 이길 것이라면 근소한 차이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이겨야 한다. 그래야 패자 역시 약간의 차이로 졌다는 분한 마음이나 자책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다. 오히려 깨끗하고 서슴없이 상대의 승리를 칭송할 수 있다. 상대에게 치욕을 남기는 아슬아슬한 승리나 미묘한 승리, 여한을 남기는 승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이 승자의 매너다.

프랑스가 벨기에를 누르고 12년 만에 월드컵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값진 승리에도 불구하고 승자의 매너를 지키지 못한 킬리앙 음바페의 비매너 플레이는 오점으로 남았다.

'제2의 앙리'라 불린 음바페, 벨기에 상대로 '비매너 시간끌기'

[월드컵] 프랑스-벨기에 4강전 11일 오전 3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벨기에와의 준결승전에서 프랑스-벨기에 선수들이 골다툼을 벌이고 있다.

▲ 프랑스-벨기에 4강전 11일 오전 3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벨기에와의 준결승전에서 프랑스-벨기에 선수들이 골다툼을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프랑스가 후반 6분 터진 중앙수비수 움티티의 결승골에 힘입어 벨기에 1-0으로 누르고 결승 무대에 올랐다. 1998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던 프랑스는 20년 만에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게 됐다.

프랑스의 깔끔한 승리가 될 수 있었던 경기의 유일한 '옥에 티'는 음바페였다. 대회 내내 프랑스의 '신성'으로 불리며 찬사를 받았던 음바페는 벨기에전에서도 좋은 활약을 선보였지만 막판 도를 넘어선 시간 끌기로 상대를 자극하는 장면이 빈축을 샀다.

경기가 추가시간으로 접어들며 프랑스의 승리가 거의 굳어지던 후반 막판,  벨기에 진영 측면에서 음바페가 상대 선수들과 공을 경합하다가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면서 벨기에의 스로인 상황이 됐다. 음바페는 직접 공을 잡고 벨기에 선수들에게 주는 척하더니 갑자기 그라운드 안에 던져 넣고서는 페널티 지역까지 공을 몰고가는 기행을 선보였다. 화가 난 벨기에 선수들이 음바페를 밀쳐 넘어뜨리고 나서야 음바페의 무면허 드리블은 끝이 났다. 주심은 음바페에게 옐로카드를 줬다.

사실 리드하고 있는 팀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지연시키는 플레이 자체는 축구에서 흔한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정상적인 경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거나 상대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상대에게 볼소유권이 이미 넘어간 상황에서도 공을 넘겨주지 않고 보란 듯이 드리블까지 한 것은 명백한 '경기 방해'이자 상대팀에 대한 노골적 '도발'이었다. 그것도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음바페 정도 되는 스타급 선수가 벌인 짓이라기에는 너무나 철부지 같은 행동이었다.

또한 벨기에의 벤치에는 음바페의 우상이자 국가대표 대선배이기도 한 티에리 앙리도 상대팀 코치로서 지켜보고 있었다. 음바페는 종종 '제2의 앙리'라는 수식어로도 불리운다. 그러나 앙리는 적어도 고의적인 비매너 플레이로 상대를 도발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음바페의 행동은 상대팀은 물론이고 자신의 대선배까지도 모욕한 셈이다. 경기 후 각종 외신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국인 프랑스 언론이나 선배 축구인들까지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것도 그만큼 음바페의 행동이 어떤 변명이나 포장도 불가능한 비매너였음을 증명한다.

프로 선수라면 경기 실력뿐만 아니라 책임감도 갖춰야 한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가 지난 6월 30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음바페의 철없는 행동으로 인하여 뜬금없이 소환당한 것은 소속팀 동료인 네이마르(브라질)였다. 음바페와 네이마르는 현재 프랑스 PSG(파리 생제르망)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일각에서는 음바페의 행동이 '네이마르를 보고 배운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네이마르는 이번 대회 내내 과도한 헐리우드 액션으로 놀림감이 됐다. 화려한 드리블과 보여주기식 플레이를 즐기는 것은 네이마르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네이마르도 과거부터 소속팀에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종종 상대팀 선수들을 앞에 두고 개인기를 부리거나 도발적인 제스처를 취하여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있다.

음바페가 네이마르의 행동을 보고 배웠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음바페는 AS 모나코 시절만 해도 이런 행동은 잘 하지 않았다. 플레이스타일도 특유의 스피드와 탄력을 활용하여 좀 더 직선적인 움직임에 가까웠다면 PSG 입단 이후 좀 더 화려한 플레이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어린 선수들이 팀 내 에이스나 선배들의 행동을 보고 자연스럽게 물드는 것은 흔하다.

오늘날의 스포츠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경쟁하는 월드컵 정도되는 무대라면 승패도 중요하지만 멋진 플레이와 깨끗한 매너로 감동을 주는 모습도 필요하다.

2006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지네딘 지단의 '분노의 박치기'를 유도했던 이탈리아 수비수 마테라치의 가족 언급, 2013년 아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승리 후 한국 벤치 쪽을 향해 날린 '주먹감자' 사건,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노골적인 시간끌기에 힘입어 '페어플레이 점수'로 16강에 오르고도 욕을 먹은 일본의 아이러니 등. 이런 사례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지금까지도 부적절한 행동으로 비판받고 있다. 스포츠에서 승자의 매너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들이다.

음바페는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월드컵에서 보여준 뛰어난 실력은 물론, 경기에 임하는 자세, 집중력, 근성 등 '멘탈'면에서도 어린 선수답지 않다는 칭찬을 받던 선수였다. 하지만 이날 벨기에서 보여준 희대의 비매너 플레이로 그간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한번에 깎아먹는 '소탐대실'을 저질렀다.

프랑스가 월드컵에서 우승할 경우 음바페가 유력한 골든볼 수상후보가 될 것이라던 전망에도 악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어리고 철이 없어서 저지른 행동이라고 이해하기에는 월드컵에서 한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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