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mory)에서 진행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공연 실황을 다룬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한 장면

2017년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mory)에서 진행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공연 실황을 다룬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한 장면 ⓒ 씨네룩스


2012년 인후암 3기 판정을 받은 현대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는 오랜 휴식 끝에 새 앨범 준비에 돌입한다. 사카모토의 오랜 공백을 깬 계기는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OST 작업 의뢰였다.

사카모토는 건강상의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지만, 평소 존경하던 알렉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거듭된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 사카모토의 몸이 예전과 같지 않기에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OST 작업은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사카모토 음악 세계관 확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계기가 되었다.

<류이치 사카모토:에이싱크>(2018)는 지난 6월 개봉한 <류이치 사카모토:코다>(2017)의 연장선상으로 몇몇 독립, 예술영화전용관 중심으로 상영 중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에이싱크>는 2017년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mory)에서 진행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공연 실황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류이치 사카모토:코다>를 제작, 연출한 스티븐 노무라 쉬블 감독이 사카모토의 [async] 콘서트 공연 장면을 카메라로 담았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OST 작업에서 영감 얻은 앨범

 2017년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mory)에서 진행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공연 실황을 다룬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한 장면

2017년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mory)에서 진행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공연 실황을 다룬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한 장면 ⓒ 씨네룩스


2017년 4월 28일 전 세계 동시 발매되었던 [aysnc]는 총 14개의 수록곡이 들어 있으며, 사카모토 류이치가 발매한 작업들 중에서도 가장 개인적인 음과 음악을 담아낸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async]는 비동시성, 소수, 혼돈, 양자물리학, 인생무상 등과 같은 주제와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async]에 영감을 준 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OST 작업이었다. 사카모토에게 특별히 음악 제작을 요청한 이냐리투 감독은 단순한 음악 위주 작업이 아닌 소리를 쌓아서 영화 속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주길 바랐는데, 이때 얻은 아이디어들이 [async] 작업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단 200명만 관람이 가능했던 [async] 앨범 발매 콘서트 실황이 담긴 <류이치 사카모토:에이싱크>에서, 사카모토는 기존에 해왔던 피아노, 전자음악 기반 작업 외에도 여러가지 사물을 활용한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고자 한다. [async] 작업 과정이 담긴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를 보면, 사카모토는 일상의 다양한 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가 낙엽 위를 걷기도 하고 비오는 날 큰 바가지를 그의 머리 위에 씌우기도 한다.

 2017년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mory)에서 진행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공연 실황을 다룬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한 장면

2017년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mory)에서 진행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공연 실황을 다룬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한 장면 ⓒ 씨네룩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외에도 [async] 작업에 강한 동기 부여가 된 것은 사카모토가 평소 존경하던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였다. [async]는 '가공의 타르코프스키 영화의 사운드트랙'이라는 컨셉 하에 만들어졌다. [async]에서는 물, 바람, 발자국 소리와 같은 사물의 소리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낸 타르코프스키를 따라 숲 속을 걷는 사카모토 본인의 발자국 소리, 6월 마당에 내리는 빗소리, 샤미센이 자아내는 소리, 사카모토가 OST 작업에 참여했던 영화 <마지막 사랑>(1990)의 대사, 데이비드 실비언이 낭독하는 아르세니 타르코프스키의 시 등을 수집해 음악과 접목시킨다.

기존 음악으로 분류된 세계 위에 두들김, 긁어내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얹어낸 소리들은 다소 생소하고 낯설게 들린다. 사카모토를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린 옐로우 뮤직 오케스트라(YMO)가 선보인 신시사이저 또한 당시만 해도 기존 음악의 틀을 부수는 파격적이고 새로운 시도였다.

소리의 거장, 그의 품격이 고스란히 담긴 영화

 2017년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mory)에서 진행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공연 실황을 다룬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한 장면

2017년 뉴욕 맨해튼 파크 애비뉴 아모리(Park Avenue Amory)에서 진행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async]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 공연 실황을 다룬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 한 장면 ⓒ 씨네룩스


전자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사카모토는 다시 가장 아날로그적인 형태의 소리로 돌아왔다. 그는 늘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너무 익숙해 그 소중함을 인지하지 못했던 일상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건반을 대하는 사카모토의 자세는 경건하면서도 숭고함까지 느껴진다.

여러 사물에게 소리를 차분히 수집해가는 사카모토의 몸짓은 섬세하면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부드럽다. 65분이라는 짧은 공연 실황을 담은 영상이지만, 수십 년 동안 음악을 벗 삼으며 매번 독창적인 소리의 세계를 선사한 거장의 품격이 고스란히 담긴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다.

단 200명만 보고 들을 수 있었던 [async] 공연 실황만 감상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사카모토 류이치, [async] 전반적인 작업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다면 <류이치 사카모토:코다>와 10월까지 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전시공간 '피크닉'에서 열리는 '류이치 사카모토: 라이프, 라이프' 전시를 참고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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