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래가 11년만에 발표한 새 정규 앨범 < Gemini 2 >

윤미래가 11년만에 발표한 새 정규 앨범 < Gemini 2 > ⓒ 필굿뮤직


윤미래, 한국 힙합계에 그녀의 존재는 특별하다

아마 한국 힙합팬 중에 이런 말을 들어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 최고의 래퍼의 순위를 매기면 '윤미래', '타샤', 'T', '타이거 JK 아내', '조단 엄마'로 정리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 말이다. 윤미래는 확실히 한국 가요계에서 특별한 존재다. 그녀처럼 탄탄한 노래 실력과 랩 실력을 겸비한 뮤지션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 존 레전드(John Legend) 역시 윤미래와 함께 한 무대에서 'Green Light'을 부르고,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던 적이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힙합계에서 강세를 보이는 뮤지션들은 대부분 남자들이다. 윤미래는 한국에서 '여성 래퍼'의 동의어로 여겨지는 존재였다. 더불어 '반흑인인 나는 복받은 사람'이라고 말할 만큼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그녀의 존재는 많은 후배 가수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걸그룹에서 랩 포지션을 맡은 멤버는 방송에 출연해 'Memories'나 '검은 행복'을 부르며 실력을 뽐내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윤미래의 커리어에는 다소 부침이 있었다. 타이거 JK와 비지, 윤미래가 의기투합한 'MFBTY'는 기대한 만큼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윤미래와 타이거 JK 부부를 둘러싼 아픔(사기 피해) 역시 크게 작용했다(타이거 JK는 'YET'에서 이들에 대한 분노를 여과 없이 표출했고, 윤미래 역시 이번 앨범에서 동일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대중들에게 윤미래는 래퍼라기보다는 마치 발라드 가수처럼 여겨졌다. <주군의 후예> <태양의 후예> <괜찮아 사랑이야> 등 굵직한 드라마 OST들을 히트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모습은 무대에서 랩을 뱉어내는 윤미래의 모습일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윤미래가 네 번째 정규 앨범 < Gemini 2 >를 발표했다. 2007년 < YOONMIRAE > 이후 11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2002년에 발표된 < Gemini > 와 놓고 보면 정신적인 면에서 후속작이기도 하다.

윤미래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윤미래 윤미래의 정규 앨범 < GEMINI 2 > 자켓

▲ 윤미래 윤미래의 정규 앨범 < GEMINI 2 > 자켓 ⓒ 필굿뮤직


'Memories(Smiling Tears)'의 라이브 버전과 함께 시작되는 'Rap Queen'은 제목처럼 당차다. '윤미래의 랩'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하다. 랍티미스트가 만들어낸 수려한 비트 위에서 윤미래는 최근 그녀를 괴롭힌 고통들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한다. 타이거 JK가 피처링한 '개같애'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재미있는 트랙이다. 곡 속에서 연인(혹은 부부) 관계로 설정된 화자들이 주고받는 구성은 과거 리쌍의 'TV를 껐어'를 연상케 한다.

아들 조단에 대한 사랑을 드러낸 'Cookie' 역시 부드럽게 귀를 넘어간다. 타이거 JK가 '빌보드를 노렸다'고 설명한 샴페인(Champagne)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매력적인 트랙이다. 영어로 이뤄진 곡인데, 압도적인 발성으로 듣는 이를 압도하는 랩이 빛난다. 피아노 연주와 함께 차분하게 진행되는 'No Gravity'는 그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윤미래의 보컬이 가진 힘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곡이다.

"하루하루 지나가면 잊혀지겠지
미친 Concrete Jungle 회색 밀림에 건물 사이
숨어버린 진실 이제 I'm a set it free No Gravity"
- 'No Gravity' 중


윤미래의 이번 앨범에서 독특한 프로덕션은 보이지 않는다. 윤미래가 성공해왔던 방식, 즉 랩과 보컬을 어느 정도 공존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랩 스타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전작인 3집 < YOONMIRAE >나 < GEMINI >가 연상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오랜만에 컴백하는 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콜라보레이션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역시 다소 아쉽다. 두 곡에 피쳐링한 주노플로는 같은 레이블 필굿뮤직의 멤버이며, '오늘처럼'에 피쳐링한 더블케이 역시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이다. 예상을 깨는 조력자는 없다. 여러모로 안정적인 방향을 택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윤미래가 가장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윤미래가 가요계에 등장한 이후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한국 힙합씬은 큰 발전을 거듭했고, 많은 래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사를 펼쳐 나갔다. 이제 팬들 사이에서는 윤미래의 작사 능력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많아졌다. 더 이상 윤미래를 한국 힙합의 '원탑'이라고 단언하기는 이제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윤미래는 여전히 하나의 상징이며, 놀라운 재능의 뮤지션이다. 많은 또래 친구들이 '무브먼트' 크루의 음악을 듣고 힙합에 빠지던 그 시절, 그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존재는 윤미래였다. < Gemini 2>는 '우리가 힙합을 사랑하게 된 그 순간'을 회상하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윤미래는 여전히 윤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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