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그룹 구구단의 두번째 유닛팀 `구구단 세미나` (왼쪽부터 나영-세정-미나)

그룹 구구단의 두번째 유닛팀 `구구단 세미나` (왼쪽부터 나영-세정-미나)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지난 2016년 방송된 Mnet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1 첫 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각 소속사 연습생들이 경쟁을 통해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한다는 파격적인 구상에 대해선 당시만 해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1회부터 이 프로그램은 뜨거운 화제몰이에 성공하며 지금 시즌3까지 꾸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재능 넘치는 연습생들인 김세정-강미나-김나영은 당시 첫 무대부터 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았던 인물들이었다.

이들 3인은 니키 야노프스키의 펑키 소울곡 'Something New'를 시원시원한 가창력+화려한 퍼포먼스로 소화해내면서 단숨에 대중들을 받았고 세정, 미나는 최종 11인에 포함되어 아이오아이로 데뷔했다. 특히 김세정은 지금까지 각종 드라마 예능 CF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하며 유망주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룹 구구단의 두번째 유닛팀 `구구단 세미나` (왼쪽부터 나영-세정-미나)

그룹 구구단의 두번째 유닛팀 `구구단 세미나` (왼쪽부터 나영-세정-미나)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그런 탓에 이들 3명이 포함된 그룹 구구단에 대한 관심은 제법 컸다. 당시 박효신, 성시경, 빅스 등 내로라하는 보컬리스트와 보이그룹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에서도 그랬지만 <프로듀스 101>과 아이오아이를 거친 세정-미나에 대한 관심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이 과정에서 아이오아이가 등장한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뤄진 데뷔(2016년 6월)로 인해 일부 반감을 드러낸 이들도 적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출발한 구구단은 동화 기반의 콘셉트를 마련하며 나름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입지를 다졌다고 하기엔 다소 아쉬움을 남긴 게 사실이다. 앞서 'Something New' 같은 역동성 있는 무대를 기대했던 이들의 눈에 데뷔곡 '원더랜드(Wonderland)'는 마치 치수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 같은 애', 올해 발표한 '더 부츠(The Boots)'에서는 나름의 색깔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초코코(Chococo)' 같은 당황스런 콘셉트는 되레 구구단의 성장세에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냉정히 말해 구구단이 보낸 지난 2년의 시간은 우왕좌왕 하는 모습의 반복이었다. 빼어난 보컬 실력, 안정감 있는 퍼포먼스를 구사하는 재능 많은 멤버들을 보유하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 못하는 기획 단계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제2의 Something New? <프로듀스 101> 3인방의 조합

 그룹 구구단의 핵심 멤버이자 유닛 구구단 세미나의 3인방 세정-미나-나영은 < 프로듀스 101 > 시즌1 첫회부터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방송화면 캡쳐)

그룹 구구단의 핵심 멤버이자 유닛 구구단 세미나의 3인방 세정-미나-나영은 < 프로듀스 101 > 시즌1 첫회부터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방송화면 캡쳐) ⓒ CJ ENM


그래서일까? 팀의 두번째 유닛 '구구단 세미나'의 첫 싱글 음반 < SEMINA >와 신곡 '샘이나'에서는 2년 전 주목 받았던 'Something New'와 같은 복고풍의 펑키 소울을 전면에 등장시킨다. 지난해 역시 미나와 막내 멤버 혜연으로 구성된 첫번째 유닛 '구구단 오구오구'가 철저히 나이 어린 멤버들의 조합에 맞는 깜찍 발랄함을 앞세웠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다소 노골적인 '자기 복제'의 우려도 분명 존재하지만 구구단 결성 이전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와 함께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들 3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을 간만에 가져왔다는 점에선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과거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홀랜드-도지어-홀랜드(Holland- Dozier-Holland), 갬블 앤 허프(Gamble and Huff) 작곡팀이 구사하던 로큰롤의 적당한 비트를 녹인 흑인 펑키 소울 음악은  이미 소녀시대 태티서, 마마무 같은 보컬 중심 그룹을 통해 요즘 음악 팬들에게도 친숙하다.



팀 이름을 살짝 비튼 첫 곡 '샘이나'는 이렇듯 레트로 감성을 기반으로 기존 구구단 완전체 음악에선 보기 어려웠던 역동성까지 녹여낸다. 예상대로 세정이 큰 기둥 같은 역할을 하는 구구단 세미나에서 눈여겨볼 점은 또 다른 보컬 멤버 나영의 활약이다.

<프로듀스 101> 최상위권 멤버면서 괜찮은 목소리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나영은 그간 진행된 팀 활동에선 상대적으로 보컬 비중이 큰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유닛 활동에선 '샘이나'와 ' Ruby Heart'에서 세정과 거의 동등한 선상에서 확실한 자기 기량을 뽐낸다. 주로 랩 위주의 역할을 부여 받았던 미나 역시 제법 늘어난 보컬 부분에서 두 언니들의 틈 속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준다.

먼 길 돌아 뒤늦게 찾은 자기 색깔

 그룹 구구단의 두번째 유닛팀 `구구단 세미나`의 첫번째 싱글 < SEMINA > 표지

그룹 구구단의 두번째 유닛팀 `구구단 세미나`의 첫번째 싱글 < SEMINA > 표지 ⓒ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고별 공연을 끝으로 아이오아이 멤버들은 소미, 청하, 소혜를 제외하면 모두 원 소속 팀으로 돌아갔다. 아이오아이 계열로 불리는 구구단, 프리스틴, 우주소녀, 다이아, 위키미키 등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확실한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아이오아이의 대성공으로 인해 훌쩍 커진 눈높이와 잣대의 탓도 있겠지만 치열한 시장 경쟁 속 자신들만의 확실한 특색 마련에 상당수 팀들이 미흡함을 보인 결과물이기도 하다. 오히려 영세 회사 소속으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했던 청하가 솔로 가수로서 잇단 성공을 거두면서 앞서 등장했던 이들 그룹의 행보는 더더욱 아쉬움을 자아낸다. 앞서 지적했듯이 구구단 역시 시행착오의 오차가 제법 컸던 게 사실이다.

유닛 구구단 세미나의 < SEMINA >가 비록 100% 만족감을 선사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3인에게 비교적 어울리는 옷을 찾아준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먼 길 돌아 뒤늦게나마 찾기 시작한 특유의 색깔을 향후 완전체 활동서도 제대로 덧칠해 주길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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