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프랑스-벨기에 4강전 11일 오전 3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벨기에와의 준결승전에서 프랑스-벨기에 선수들이 골다툼을 벌이고 있다.

▲ [월드컵] 프랑스-벨기에 4강전 11일 오전 3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벨기에와의 준결승전에서 프랑스-벨기에 선수들이 골다툼을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월드컵에서 2회 이상 우승했던 전통 강호(브라질 이탈리아 독일 우루과이 아르헨티나)들은 이제 더 이상 월드컵에서 뛸 수 없다. 이들이 결승전에 한 팀도 올라가지 못했던 사례도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이래 이번이 두 번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4강전에 올라온 4팀은 역대 대회에서 최상위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팀들이다. 잉글랜드와 프랑스는 각각 1966년과 1998년에 한 차례씩 우승은 했지만, 모두 자국에서 개최했을 때 우승했던 사례라 홈 팬들의 응원이 없는 원정 대회에서는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다.

벨기에와 크로아티아는 우승은커녕 아예 결승에 올라가 본 적도 없다. 벨기에의 최고 성적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의 4위이며, 크로아티아의 최고 기록은 첫 출전했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의 3위다. 일단 벨기에는 4강 진출을 통해 최소 타이 기록 안에는 들게 됐다.

이 때문에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4강에 진출한 어떤 팀이든 새로운 역사를 쓸 기회가 생겼다. 7월 11일 경기(이하 한국 시각)에서 벨기에에게 승리한 프랑스는 원정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잉글랜드의 4강 진출은 이번이 3번째이며, 프랑스는 6번째(우승 1회, 준우승 2회)다. 잉글랜드가 12일 경기에서 크로아티아에게 승리하게 되면,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 2번째로 결승에 진출하게 된다.

러시아 대표 도시에서만 치르는 4강전과 결승전

이번 러시아 월드컵의 특징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두 도시를 제외하면 먼 곳에 있는 경기장부터 16강전 이후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이 연합군과 함께 분할 점령했다가 아직 독일에 반환되지 않은 칼리닌그라드가 16강전부터 경기 일정이 없었으며, 우랄 산맥 동쪽에 있는 예카테린부르크도 16강전부터 빠졌다.

역사적으로 스탈린그라드라 불렸던 볼고그라드 역시 독일과의 외교적 마찰을 줄이기 위해 16강전부터 일정에서 빠졌다. 독일이 F조에 배정되면서 칼리닌그라드와 볼고그라드에서 경기를 치르는 일은 없었고, 독일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조직위원회가 우려했던 외교적 마찰도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2014년 동계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 전용 경기장을 축구장으로 개조했던 소치 등 주요 도시에서는 토너먼트에서도 계속 경기가 열렸다. 이 때문에 경기가 자주 열렸던 카잔은 독일이 대한민국에게 패하고, 브라질이 벨기에를 상대로 패하여 짐을 싸는 등 이변의 도시로 주목 받기도 했다.

개최국 러시아의 경우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우루과이에게 패하여 A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러시아는 2위로 16강에 진출한 덕분에 16강전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치르게 되었고, 만일 8강전에서 탈락하지 않았더라면 4강전과 결승전을 모두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또 치를 뻔했다. 계속해서 수도에서 경기를 치렀던 만큼 홈 관중 동원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4강전과 3, 4위 결정전 그리고 결승전까지 4경기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 두 경기장에서만 열린다. 프랑스와 벨기에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가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4강전 경기를 치른다. 패하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 4위 결정전을 치르고 승리하면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이렇게 되면 각 방송사의 중계팀은 4강전부터 더 이상의 이동 없이 두 팀으로 나누고 한 곳에 머물면서 남은 경기를 중계하면 된다. 4강에 올라온 선수들의 입장에서도 경기를 치르면서 쌓인 피로를 풀면서 이동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사이의 이동 거리는 대략 700km가 조금 넘는다.

재밌는 점은 4강전을 치르는 팀들의 베이스 캠프 위치와 서로 반대되는 위치에서 4강전을 치른다는 사실이다. 크로아티아와 잉글랜드의 베이스 캠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데 4강전을 모스크바에서 치르게 됐고, 프랑스와 벨기에의 베이스 캠프는 모스크바에 있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일단 벨기에는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 패하면서 3, 4위 결정전을 위해 그대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남게 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베이스 캠프가 있었던 도시이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다.

역사상 2명뿐인 선수-감독 챔피언, 프랑스 데샹 감독의 도전

이전까지 20번의 월드컵 역사에서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챔피언을 경험했던 인물은 단 2명이 있었다. 이러한 영광을 차지했던 유이한 인물은 마리우 자갈루(브라질)와 프란츠 베켄바워(독일)다.

자갈루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과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의 선수로 출전하여 2번이나 우승을 경험했다. 이후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브라질 대표팀 감독을 맡아 브라질의 3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는 브라질 대표팀의 기술고문 자격으로 기여하며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에 4번이나 관여한 인물이 됐다.

이후 자갈루는 또 한 번 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후 잠시 감독직에서 물러나있다가 2002년 월드컵 이후 잠시 감독대행을 맡아 대한민국과의 친선 경기를 지휘하기도 했다. 1931년 생인 자갈루는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는 브라질 축구 원로 중 한 명이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부터 대표팀으로 출전했던 베켄바워는 유로 1972와 1974년 서독 월드컵 당시 서독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수비수다. 당시 서독의 월드컵 2번째 우승을 견인했던 베켄바워는 이후 대표팀 감독을 맡아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준우승,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독일 축구협회 부회장, 바이에른 뮌헨 회장 등을 거쳐 2006년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 등을 맡았다.

이러한 대기록에 세 번째로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 바로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이다. 데샹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프랑스 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대표팀 주장을 맡아 프랑스의 첫 우승을 이끌었다.

유로 2000에서도 선수로서 우승을 이끌었던 데샹은 선수 은퇴 이후 AS 모나코, 유벤투스,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감독 등을 거쳐 2012년부터 프랑스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8강까지 진출했으나 개최국 브라질을 상대로 안타깝게 패했고, 이번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 우승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득점왕 및 골든볼 경쟁, 불타오르는 수상 후보들

현재까지 월드컵에서 득점 1위는 잉글랜드의 주장을 맡고 있는 해리 케인(토트넘)이다. 2017-2018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1위는 모하메드 살라)를 기록했던 케인은 예상대로 국가 대표팀의 스트라이커를 맡아 출전했던 4경기에서 6득점을 몰아쳤다(조별리그 3차전 휴식).

득점 공동 2위에는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러시아의 데니스 체리셰프(비야레알) 등이 4골을 기록하며 올라왔다. 프랑스의 신성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등이 3골을 기록하며 이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이들 중에서 남은 일정 동안 득점을 추가할 수 있는 선수들은 케인과 루카쿠 그리고 음바페다. 호날두는 16강전에서 탈락했고, 체리셰프도 8강전에서 탈락하면서 4골에서 멈춘 채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케인과 루카쿠 그리고 음바페는 소속 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면서 2경기의 기회를 추가로 보장 받았다. 옐로우 카드 역시 4강에 올라오면서 모두 상쇄되었기 때문에 남은 2경기에서 퇴장만 당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득점 기록을 더 올릴 수 있다. 다만 루카쿠와 음바페는 4강전에서 둘 다 득점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기회는 1경기로 줄어들었다.

일단 득점 부문에서는 케인이 많이 앞서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으나 득점왕이 항상 골든볼을 수상하는 것은 아니었다. 2002년 대한민국/일본 월드컵에서도 호나우두(브라질)가 8골을 기록했지만 골든볼은 당시 준우승을 차지했던 독일의 골키퍼 올리버 칸이었다. 2006년 독일 월드컵도 골든볼 수상자는 심지어 결승전에서 박치기 사건으로 퇴장까지 당했던 지네딘 지단(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었다.

사실 케인의 6득점 중 3점은 페널티킥이었다. 물론 케인은 해트트릭을 포함하여 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 아래 MOM) 수상도 3번이나 하면서 압도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페널티킥으로 넣은 점수가 많았다는 점에서 득점 영양가 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다음으로 골든볼 수상이 유력한 선수는 루카쿠인데, 루카쿠는 4경기 4득점 1도움을 기록했다. 벨기에의 팀 동료 에덴 아자르(첼시)도 MOM 2회 수상으로 기여도가 높다. 루카쿠는 MOM을 1회 수상했으며, 케빈 데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역시 1회 수상 이력이 있다. 벨기에는 아쉽게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개인상 명단에 이름을 올릴 기회는 충분히 있다.

프랑스에서는 음바페와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음바페는 5경기 3득점, 그리즈만은 3득점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MOM은 두 선수 모두 2회 수상을 했으며, 임팩트에서는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득점하고 패널티킥까지 얻어낸 음바페가 더 압도적이었다.

크로아티아의 경우는 조별리그 도중 선수 1명을 퇴출하기도 했다. 공격수 니콜라 칼리니치(AC 밀란)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교체 출전을 거부했는데, 달리치는 선수들의 의견을 조합하여 칼리니치를 대회 도중 집으로 돌려 보내버렸다. 그런 와중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2득점 1도움을 포함하여 MOM을 3차례 수상하며 크로아티아의 4강 진출에 큰 기여를 했다.

벨기에 마르티네스 감독, 외국인 감독 징크스에 울다

역대 월드컵 우승 팀의 감독들은 모두 자국 출신이었다. 자국 출신 감독이 선수들과의 공감대 형성도 쉽고 자국 상황에 대한 이해도 쉽기 때문에 훨씬 더 가까이서 지도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이다. 역대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팀들은 축구에 대한 물적, 인적 자원이 풍부하여 굳이 외국에서 자원을 찾지 않았던 사례들이 많다.

이번 4강에 오른 팀들 중 외국인 감독이 이끄는 팀은 벨기에가 유일했다. 벨기에 대표팀 감독인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는 스페인 출신이다. 프랑스의 데샹, 잉글랜드의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크로아티아의 즐라트고 달리치 등은 모두 자국 출신이다.

일단 외국인 감독이 맡았던 팀이 결승까지 올라간 사례부터가 2번밖에 없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개최국 스웨덴의 감독이 잉글랜드 출신의 조지 레이너였고,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당시 준우승을 달성한 네덜란드의 감독 에른스트 하펠은 호주 출신이었다.

나머지 외국인 감독들은 최고 기록이 4강이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네덜란드)가 있었고, 이번에 4강에 올라온 벨기에의 마르티네스 감독 역시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징크스에 울었다.

마르티네스 감독은 2016년 8월부터 벨기에 대표팀을 맡았다. 그리고 벨기에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경기까지 포함하여 최근 A매치 24경기에서 18승 5무 1패를 기록했는데, 4강전에서 패하기 전까지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동안 이번 월드컵에서는 잉글랜드(조별리그), 일본(16강전), 브라질(8강전) 등이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벨기에 팀이 주목 받는 또 다른 요소는 수석코치 티에리 앙리도 프랑스 출신이라는 점이다. 앙리는 수석코치라는 비즈니스를 맡은 상황에서 조국 프랑스를 4강전에서 만난 애매한 상황이었다. 일단 조국은 결승에 진출해서 기뻤겠지만 자신이 비즈니스를 맡는 벨기에 대표팀은 패했고, 앙리로서는 할 수 있는 능력 범위에서 벨기에 대표팀의 3위 도전을 돕게 됐다.

유난히 이변이 많이 속출하여 그 만큼 스토리도 많이 남기게 된 이번 월드컵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우승의 기쁨을 누리게 될 팀은 어떤 팀이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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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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