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배우 이수민이 본인의 SNS 계정에 올린 자필 사과문.

9일 배우 이수민이 본인의 SNS 계정에 올린 자필 사과문.ⓒ 이수민 SNS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MC로 이름을 알린 배우 이수민이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비속어 논란'의 시작은 이수민의 '열애설'이었다. 지난 8일, '이수민과 배구선수 임성진의 열애설'이 인터넷에 퍼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보니하니 이수민 연애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것. 이에 이수민은 SNS에 "어제 아침엔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며 "이런 글은 이제 멈춰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후 이수민의 SNS 비공개 계정에 있던 배구선수 임성진과 이수민이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이수민의 비속어 논란으로 비화됐다. 비공개 계정을 발견한 누리꾼이 이수민의 계정에 '이수민 본인이 맞는지' 묻는 DM(다이렉트 메시지, SNS 계정간 주고받는 쪽지)을 보냈는데 이수민이 해당 DM 내용을 자신의 비공개 계정에 갈무리해 올리면서 'XX, X나 무서워'라고 비속어가 섞인 글을 썼다는 것이다.

정황상 비공개 계정의 주인이 본인임이 드러나자 이수민은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사과문에서 비속어에 관해 반성한다면서 "비공개 계정이 있냐는 많은 분들의 DM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를까봐 무서워서 겁을 먹은 제가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만 것 같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임성진과의 열애설에 관해서는 "친한 지인일 뿐"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사생활 침해당했는데... '국민여동생의 추락'이라니

언론은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일부 연예 매체는 '국민여동생의 추락', '초통령의 성장통' 등의 표현을 쓰면서 이수민의 '경솔한 열애설 대처' 운운했다. '국민여동생의 추락'을 제목으로 내건 기사는 "이수민이 청순발랄 귀요미, 차세대 국민여동생이라는 포지셔닝을 통해 지금의 인기를 얻은 이상, 유명인의 민낯 노출은 팬을 포함한 '리얼 월드'에겐 문제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이수민의 행동이나 인성이 잘못은 아닐지라도, 앞으로 그런 '이미지'를 소비할 때 굳이 이수민이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기사들이 이수민을 비판하거나 그의 '이미지 추락'을 지적했다. 심지어 이수민의 해명에 관해 "시작부터 '긁어부스럼'이었고, '뒷담화'에 '거짓말'과 '욕설'까지 겹쳤다"고 비판한 기사도 있다. "교육방송 스타 출신 책임감 실종"이나 "교육방송 MC였으면서"라고 적은 제목의 기사도 눈에 띈다. 어느 매체는 6문장으로 구성된 기사로 이수민을 비판하면서 제목에 "초등학생 보고 배우면 어쩌나"라고 쓰기도 했다.

'팔로우미9' 이수민, 10대다운 명랑미녀 배우 이수민이 27일 오전 서울 신문로 씨네큐브에서 열린 티캐스트 계열 여성채널 패션앤 <팔로우미9>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팔로우미9>은 스타일 토크, 뷰티 이슈, 뷰티팁, 뷰티 쇼핑 등을 소개하는 뷰티 프로그램이다. 27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방송.

배우 이수민이 지난 3월 27일 오전 서울 신문로 씨네큐브에서 열린 티캐스트 계열 여성채널 패션앤 <팔로우미9>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자신의 SNS 비공개 계정에 올린 사진이 유출된 상황인데도, '초통령'이나 '국민여동생'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라고 해서 '초등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고 국민여동생처럼 깜찍하게' 대응하기라도 했어야 한단 말인가. 많은 기사들이 이런 배경을 삭제하고 이수민의 '비속어 논란'만 부각해 보도하면서, 애초 이수민이 당한 사생활 노출은 쉽게 외면되는 모양새다.

사태의 본질 외면하는 연예 매체의 관음증적 시선들

일반인이건 연예인이건, 자신의 SNS를 공개하지 않고 비공개로 둔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특정인을 제외한 사람에게는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 또한 이수민이 누군가를 친구 사이로 만나든 호감을 갖고 만나든 이 또한 개인의 사생활일 뿐이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밝히지 않아도 된다. 타인에 의해 폭로의 과정을 거쳐 알려져야 할 사안은 아니지 않은가.

이수민의 비공개 SNS 계정이 어떤 방식으로 알려졌는지, 해당 계정의 사진이 누구에 의해 온라인에 퍼졌는지 현재로선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점은, 확산에 불을 붙인 건 연예 매체들이라는 점이다. 이틀에 걸쳐 끊임없이 쏟아진 연예 매체의 기사들은 SNS에서 벌어진 개인적인 일을 초대형 사건처럼 포장해 확대재생산하는 데 일조했다.

인기와 인지도를 충분히 얻었으니 지나친 인권 침해까지도 고스란히 감당하라는 식의 태도는 이미 상대방을 '을'로 규정한 '갑질'에 가깝다. 애초에 '초통령'이나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와 이에 맞는 기대치는 당사자가 요구한 것이 아니라 매체가 달아준 것에 가깝다.

지난해 6월, MBC의 <섹션TV 연예통신>에서는 송혜교의 열애설을 보도하면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 비공개 SNS 사진을 노출해서 문제가 됐다. 결국 다음해인 지난 4월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는 심의를 통해 <섹션TV 연예통신>에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당시 방심위는 제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아래와 같이 밝혔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새겨들을 만한 말이다.

"연예계 소식이 대중의 관심사라는 측면에서 알권리에 해당함은 분명하나, 이 역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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