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흔히 기회의 장이라 불린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대회답게 무명 선수도 월드컵을 통해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로 발돋움이 가능하다. 4년 전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 8년 전 토마스 뮐러 등 월드컵은 수많은 축구 영웅들을 탄생시켰다.

이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도 다르지 않다. 개최국 러시아의 데니스 체리셰프는 4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가치를 높였고,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는 차기 축구 황제로서 입지를 스스로 다졌다. 대한민국의 골키퍼 조현우는 K리그 꼴찌팀 골키퍼에서 맨유의 다비드 데 헤아도 관심을 가지는 인물로 성장했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러시아 땅에서 자신의 명성을 드높인 것은 아니다.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었다. 대회 시작 전 팬들이 가졌던 기대감을 산산조각낸 선수가 다수 있다. 특히 높은 위치에 있었던 선수들의 부진은 더 큰 파장과 충격을 가져왔다. 이번 월드컵에서 기회를 잡기는커녕 명성만 떨어뜨린 선수들을 살펴본다.

네이마르(브라질, 8강 탈락)

 2018년 7월 7일 오전 3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브라질과 벨기에의 경기. 벨기에의 케빈 데 브라위너가 득점한 후 브라질의 네이마르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8년 7월 7일 오전 3시(한국시간) 열린 러시아 월드컵 8강 브라질과 벨기에의 경기. 벨기에의 케빈 데 브라위너가 득점한 후 브라질의 네이마르가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적어도 이번 대회에서 네이마르는 펠레의 위대한 10번 셔츠의 후계자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조국의 여섯 번째 월드컵 우승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했지만, 셀레상(브라질 대표팀 애칭)의 항해는 고작 8강에서 끝났다.

'에이스' 네이마르는 어린 나이에 참가했던 4년 전 대회보다 더 어린 아이 같은 모습으로 대회를 망쳤다. 공격의 중심이자 팀의 리더로서 활약하길 기대했지만 비효율적이고 욕심만 부렸다. 항상 공을 잡고 움직이길 원했고 하프라인 근처부터 무리한 드리블을 일삼았다. 때문에 브라질의 공격 템포는 탄력을 받지 못했다.

네이마르는 이번 월드컵에 장기간 부상 이후 복귀했기에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상대 수비의 약간의 터치만 있어도 그라운드를 나뒹구르는 모습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VAR이란 무기를 얻은 심판은 네이마르의 속임수에 더이상 속지 않았다. 덕분에 상대 수비수들은 세계 최고의 크랙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8강전 벨기에와 경기에서는 상대 에이스 에당 아자르에게 압도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네이마르가 성급하게 공격 작업을 진행한 반면 아자르는 빙판 위의 김연아처럼 우아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드리블을 9번 시도해 모두 성공한 아자르다. 카잔 아레나를 자신의 무대로 만든 이는 네이마르가 아니라 아자르였다.

다비드 데 헤아(스페인, 16강 탈락)

8년 만의 세계 제패를 노렸던 스페인 무적함대의 도전은 16강에서 조기 종영됐다. 대회 개막 하루 전 훌렌 로페테기를 경질한 선택이 악수로 작용했다. 로페테기 밑에서 속도감 넘치고 치명적이었던 스페인 대표팀은 정작 본선에서는 느릿느릿한 점유율 축구를 구사한 끝에 침몰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 키퍼 다비드 데 헤아가 지난해 11월 6일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첼시와의 경기를 앞두고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 키퍼 다비드 데 헤아가 지난해 11월 6일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첼시와의 경기를 앞두고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EPA


스페인의 이번 월드컵 실패에는 많은 원인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만 27세의 데 헤아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키퍼 상을 벌써 5회나 수상한 EPL 최고의 골키퍼다. 놀라운 반사신경과 타고난 신체 조건을 조화된 그의 방어 능력에 유럽은 열광했다.

그러나 러시아 땅에서 그의 뜨거웠던 선방 능력은 차갑게 식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 포르투갈과 경기부터 큰 실수를 범했다. 상대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슈팅이 정면으로 왔지만 데 헤아는 공을 막는 데 실패했다. 분명히 세이브할 수 있는 수준의 슈팅도 있었음에도 데 헤아는 실점을 허용했다.

다른 경기도 형편없었다. 데 헤아는 4경기에서 맞이한 총 7개의 슈팅 중 단 1개를 막는 데 그쳤다. 물론 스페인이 내준 6실점의 탓을 전부 데 헤아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 허나 세계 정상급으로 분류되는 골키퍼라면 위기의 순간에 팀을 구원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데 헤아는 스페인의 위대한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가 월드컵에서 선보였던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재현하는 데 끝내 실패했다. 반전의 기회였던 러시아전 승부차기에서도 단 한 개의 세이브도 기록하지 못한 데 헤아는 쓸쓸히 집으로 돌아왔다.

니콜라스 오타멘디(아르헨티나, 16강 탈락)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는 두 개의 축이 있었다. 하나는 리오넬 메시. 메시는 아르헨티나 공격의 모든 것이자 불안한 경기력 속에도 라 알비셀레스테(아르헨티나 대표팀 애칭)가 우승을 꿈꾸게 만드는 희망이었다. 결과적으로 메시는 홀로 팀의 우승을 이끌지는 못했지만 번뜩이는 장면을 수차례 창조하며 이름값을 했다.

반면 또 하나의 축이었던 중앙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는 자신의 두 번째 월드컵을 스스로 망쳤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 수비의 핵이었던 오타멘디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EPL 최고의 수비수보다는 거친 수비를 일삼는 행태만 보여줬다.

조별리그 2차전 크로아티아와 경기에서 그의 폭력성이 드러났다. 후반 39분 오타멘디는 자신의 팀이 0-2로 끌려가고 있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반 라키티치가 드리블 과정에서 넘어져 파울을 얻어낸 순간 쓰러진 그를 향해 고의적으로 공을 찼다. 당연히 양 팀 선수들은 충돌했다. 레드카드가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장면이었지만 주심에 손에는 경고 카드가 쥐어져 있었다.

오타멘디의 도를 지나친 행동은 16강 프랑스전에서 또 한 번 나왔다. 후반 추가 시간 팀이 2-4로 지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오타멘디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데 급급했다.이번 피해자는 폴 포그바. 라키티치와 마찬가지로 포그바는 넘어진 상태에서 오타멘디가 일부러 찬 공에 맞았다.

비매너를 일삼은 오타멘디는 실력적으로도 미흡했다. 빠르지 않은 발과 저돌성은 상대 공격진의 먹잇감에 불과했다.수비의 중심을 잡기는커녕 이리저리 휘둘렸다. 4경기 동안 9실점을 허용한 사실이 그 결과물이다. 오히려 마지막 불꽃을 태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의 열정이 더 빛났다. 오타멘디에게 수비 리더의 자리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