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선제골 내주는 한국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멕시코 카를로스 벨라에게 패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준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 [월드컵] 선제골 내주는 한국(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멕시코 카를로스 벨라에게 패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준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 논의에 착수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축구협회 감독선임위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내외의 여러 감독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으며 러시아월드컵을 지휘한 신태용 감독 역시 여전히 후보군에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은 대체로 '외국인 감독 영입'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이나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일본 대표팀 감독 등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유명 외국인 감독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축구협회가 공식적으로 이들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음에도 팬들의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관심에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된 명장을 영입해 한국 축구와 대표팀이 체질개선을 이루기 바란다'는 팬들의 바람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팬들의 기대와 달리 현실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눈높이에 맞는 외국인 감독 영입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름이 알려지고 능력을 인정받은 유명 감독의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 감독 본인의 몸값은 물론이고 보통 그와 함께하게 될 스태프 영입 비용까지 발생한다.

한편으론 높은 비용을 감수해야할 정도로 주가가 높은 감독들이 한국행을 원할까? 약간 의문이다.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라면 꾸준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해온 국가라는 점이자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이지만 그것은 철저히 아시아를 기준으로 한 평가일뿐이다. 현재 세계축구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유럽과 남미 출신 유명 감독들의 시각에서 보자면 아시아의 한국은 여전히 변방에 불과하다. 한국에 오는 것을 '지도자 경력의 후퇴'라고 여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그들의 길은 달랐다

역대 한국축구 대표팀 사령탑 중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린 명장으로 꼽을 만한 인물은 네덜란드의 거스 히딩크(2002 한일월드컵)와 딕 아드보카트(2006 독일월드컵) 정도다. 그런데 이들은 이미 한국의 월드컵 본선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특수한 경우였다.

특히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2002년의 한국에겐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확실한 프리미엄이 있었다. 한국은 이전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변방의 약체팀이었고,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해도 크게 손해볼 것은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히딩크 감독은 당시로서는 유럽무대에서 잇달아 실패를 거듭하며 지도자 경력의 내리막길을 걷고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축구협회는 몸값이 하락한 히딩크 감독과 비교적 수월하게 협상을 진행할수 있었다.

히딩크 감독은 1년반 가까운 시간동안 한국 축구계의 '월드컵 16강 프로젝트'에 힘입어 전폭적 지원을 받았고 역대 대표팀 감독 중 최고의 권한을 누리면서 마음껏 팀을 운영할 수 있었다.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는 친정인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의 지휘봉을 잡으며 유럽무대로 돌아갔다. 유럽이나 남미의 강호들과 평가전을 잡기도 쉽지 않아진 세계축구계의 현실에서 히딩크 감독같은 호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드보카트도 히딩크와 비슷한 경우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직후 아시아로 건너와 UAE 감독직을 맡은지 얼마 안 된 상황이었고, 축구협회는 월드컵 본선진출의 프리미엄과 계약조건의 허점을 이용하여 아드보카트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아드보카트는 8개월간 한국축구를 이끌며 독일월드컵에서 1승1무1패의 성적을 기록했고, 대회가 끝나기 전에 일찌감치 러시아 제니트와 계약을 맺으며 유럽무대 복귀에 성공했다.

외국인 감독 영입, 현실적 조건 맞추다보니...

러시아월드컵 소감 밝히는 신태용 감독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신태용 감독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러시아월드컵 소감 밝히는 신태용 감독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신태용 감독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권우성


반면 지역예선부터 거쳐가야했던 외국인 감독들은 모두 마지막이 좋지 못했다. 움베르투 쿠엘류, 조 본프레레, 핌 베어벡, 울리 슈틸리케에 이르기까지 모두 성적부진으로 경질되거나 자진사임하는 수순을 밟아야했다. 이들은 히딩크에 비하면 모두 지도자로서의 커리어도 크게 떨어지는 인물들이었고, 결과적으로 한국 대표팀을 떠난 이후에도 '이들을 놓친 게 후회될 만큼' 다른 팀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남긴 것도 아니었다.

이들의 실패는 곧 한국축구가 영입할 수 있는 외국인 감독 수준의 한계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2002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는 히딩크 시절만큼의 투자를 받기 어려웠다. 현실적인 조건에 맞추다보니, 결국 당장 데려올 수 있는 건 평범한 수준의 외국인 감독이었다. 어설픈 외국인 감독 영입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씁쓸한 교훈을 남긴 장면들도 종종 연출됐다.

최근 일부 언론에 한국 사령탑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유명 감독들도 정작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신중하게 봐야 한다. "스콜라리 감독이 한국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라거나 "할릴호지치 감독이 한국과 알제리를 비롯한 여러 팀과 협상중이다"라는 외신 보도들은 축구계에 흔히 떠도는 숱한 추측성 뉴스에 불과하다. 다른 팀과의 협상을 수월하게 하기위해 고의로 이적루머를 흘리거나 이용하는 경우도 축구계에서는 비일비재하다.

2014년 슈틸리케 이전에 한국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었던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 마르베이크는 '재택근무' '세금 대납'같은 상식밖의 대우를 요구하다가 협상 중단을 맞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슈틸리케라는 대안을 선택하면서 축구협회의 또 다른 실책이 되고 말았지만, 슈틸리케가 아니었더라도 판 마르베이크와 같은 요구는 한국 정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흔히 외국인 감독이라고 하면 과거 경력이나 이름값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계약조건을 협상해야하는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부분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주가가 높은 유명 감독일수록 까다로운 조건이 제시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한 비용을 감수하면서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할 부분이다.

팬들 사이에서 '히딩크의 향수'가 여전한 이유

[월드컵] 다시 붉어진 광화문 광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대 스웨덴 경기가 열린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펼치고 있다. 2018.6.18

▲ [월드컵] 다시 붉어진 광화문 광장(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대 스웨덴 경기가 열린 지난달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거리응원을 펼치고 있다. 2018.6.18ⓒ 연합뉴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결국 '국내파 감독' 카드로 다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2007년 베어벡 감독이 사임한 이후 축구협회는 차기 감독 후보로 영입을 타진했던 프랑스 출신 제라르 울리에 감독에게까지 거절당하자 결국 허정무 감독을 대안으로 선택한 바 있다. 당시 허정무 감독 선임에 대한 여론은 대단히 좋지 않았지만, 이후 허 감독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이라는 성과를 일궈내며 국내파 지도자로서는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 이후 등장했던 조광래-최강희-홍명보 같은 후임 감독들이 줄줄이 부진을 거듭한 데다 리더십에도 큰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국내파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 여론이 다시 깊어진 게 문제다. 러시아월드컵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도 여전히 차기 감독 후보군에 포함되어있지만 팬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국내 팬들에게 2002년 '히딩크의 향수'가 여전히 강한 이유는 외부의 압박이나 편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철학대로 대표팀을 이끌면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히딩크는 기존 한국축구의 학연-지연이나 선후배 문화에 연연하지 않았고, 체력과 압박 등 한국축구가 나아가야할 확실한 색깔을 제시했다.

어설픈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를 모방하려다가 암흑기를 단초를 제공한 조광래, 유럽파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던 최강희, '의리축구'라는 희대의 신조어를 탄생시킨 홍명보 등의 연이은 실패를 보면서, 우물 안에 갇힌 한국축구계 '내부자들'이라는 한계에서 자유롭지못한 국내 지도자들이 과연 2002년의 히딩크같은 파격적인 개혁을 이끌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국적이 아니라 감독의 의지와 능력이다. 유능하고 열정이 있는 좋은 외국인 감독을 데려올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한 그릇도 되지 않으면서 구세주같은 외국인 감독의 등장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세계적인 명장은 아니더라도 자질 면에서 충분히 대표팀 감독을 맡을 만한 후보들은 국내에도 많이 있다. 재야에 머물고 있는 최용수, 황선홍같은 감독이나 U-23 대표팀을 맡고 있는 김학범 감독도 있다. 막연히 감독의 이름값이나 여론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없이 '한국축구의 문제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감독', '한국축구의 색깔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감독'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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