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왕조의 에이스 윤성환이 구단 역사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기록한 투수가 됐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19안타를 때리며 11-1로 대승을 거뒀다. 두산의 5연승을 끊은 삼성은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7연패의 사슬을 끊으며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롯데 자이언츠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3번 타자에 배치된 이원석이 4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한 가운데 김헌곤이 3안타2타점, 포수 이지영도 3안타2득점을 기록했다. 삼성에게는 연패 탈출 외에도 이날 승리가 의미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2010년대 삼성의 왕조 시대를 이끌었던 우완 에이스 윤성환이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리던 배영수(한화 이글스)를 넘어 삼성 구단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따낸 투수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삼성의 통합 4연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조용한 에이스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이 2회말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삼성 투수 윤성환(자료사진)ⓒ 연합뉴스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대학교까지 부산에서만 살았던 윤성환은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8순위)로 대구를 연고로 하는 삼성에 지명됐다. 윤성환은 루키 시즌부터 뛰어난 커브와 탁월한 제구를 앞세워 삼성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4승7패1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4.84로 활약하던 중 KBO리그를 강타한 병역비리에 연루되면서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종료 후 공익근무요원(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친 윤성환은 2007년 옆구리 부상으로 고생하면서도 3승8홀드1.04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당시 삼성은 오승환(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권혁(한화), 권오준이 건재한 불펜보다는 선발이 더 급했고 윤성환은 2008년부터 선발 투수로 전격 변신했다. 물론 당시만 해도 팀에서 가장 안정적인 불펜투수였던 윤성환의 선발 변신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윤성환의 선발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윤성환은 선발 전환 첫 해부터 불펜의 '노예' 정현욱과 함께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0승을 올렸고 14승을 올린 2009년에는 아킬리노 로페즈, 조정훈과 함께 리그 다승왕에 등극했다. 2010년에는 어깨와 왼 무릎 부상으로 3승에 그쳤지만 2011년 14승으로 부활하면서 삼성 왕조 시대의 확실한 우완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다.

부상으로 부진했던 2010년을 제외하면 윤성환의 커리어에서 가장 과소평가 받았던 시즌은 2012년이었다. 윤성환은 2012년 지독한 득점지원 빈곤에 시달리며 9승에 그쳤지만 2.84의 평균자책점은 규정 이닝만 채웠다면 리그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윤성환은 한국시리즈에서도 2승 0.79로 삼성의 통합 2연패에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이승엽에 밀려 시리즈 MVP에 선정되지 못했다.

윤성환은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13승, 12승을 기록하며 삼성의 통합 4연패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만 통산 4승을 기록했을 정도로 '빅게임 피처'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2014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윤성환이 4년 80억 원이라는 거액에 계약을 맺었을 때도 '오버배팅'이라는 일반적인 평가와 달리 삼성팬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삼성에서 윤성환 만큼 믿음직한 선발투수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푸른 피의 에이스' 넘어 삼성 구단 역대 최다승 투수 등극

윤성환은 2015 시즌 본인의 한 시즌 최다 승수인 17승을 올리며 FA계약 후에도 뛰어난 활약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규리그가 끝난 후 삼성의 마카오 원정 도박 의혹이 제기됐고 윤성환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와 프리미어12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윤성환과 함께 이 사건에 연루된 임창용(KIA타이거즈)과 안지만은 결국 팀을 떠났지만 삼성은 참고인 중지 처분을 받은 윤성환을 끝까지 지켰다.

그리고 윤성환은 2016년 11승, 2017년 12승을 기록하며 변함 없는 기량을 과시했다. 비록 평균자책점은 다소 높아졌지만 외국인 농사가 대흉년이었던 삼성 선발진에 윤성환마저 없었다면 그 끔찍한 결과는 상상하기 힘들다. 2017년까지 통산 122승을 올리며 삼성의 역대 최다승에 3승 앞으로 다가온 윤성환은 팀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합류한 2018년 개인기록과 팀 성적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거란 기대에 가득 찼다.

하지만 전반기가 끝날 무렵까지 삼성은 5위보다 꼴찌에 더 가까운 8위에 머물러 있고 윤성환 역시 시즌 개막 후 15번의 등판에서 2승7패 8.04로 부진했다. 5월 8일 KT 위즈전 승리 이후 두 달 가까이 승리가 없었고 5월 27일 두산전 6.1이닝7자책 패전 후에는 2군에 다녀 오기도 했다. 윤성환은 2군에 다녀온 후에도 4번의 등판에서 한 번도 5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삼성의 '토종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성적이었다.

윤성환은 8일 선두 두산과의 원정경기에 등판했다. 두산은 최근 5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이날은 새 외국인 타자 스캇 반 슬라이크가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윤성환은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키면서도 특유의 노련한 투구로 실점을 최소화했고 오랜만에 타선까지 폭발하며 두 달 만에 값진 승리를 챙겼다. 배영수의 124승을 뛰어 넘어 삼성 구단 역사상 최다승 투수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윤성환은 올 시즌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시속 135km에 불과하다. 17승을 올렸던 2015년(시속139km)과 비교해 4km나 줄었다. 하지만 애초에 윤성환은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투구를 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다. 윤성환이 두산전 승리를 통해 느려진 구속으로도 타자들을 상대하는 요령을 깨우친 것이라면 후반기에는 삼성 역사상 최다승 투수의 반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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