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 < 프로듀스 101 > 시즌 2와 < 프로듀스 48 >을 제작하고 있는 안준영 PD, 김용범 CP

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 < 프로듀스 101 > 시즌 2와 < 프로듀스 48 >을 제작하고 있는 안준영 PD, 김용범 CP ⓒ 오마이뉴스


언제부터인가 각종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만드는 연출자들도 종종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과거 일명 '쌀집 아저씨'란 닉네임으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각종 프로그램을 책임졌던 김영희 PD의 등장 이후 KBS <1박2일>을 거쳐 CJ E&M으로 자리를 옮긴 후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신서유기> 등을 만든 나영석 PD나, 10년 이상 토요일 저녁 시간을 책임진 국민 예능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등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 인력의 중요성을 시청자들에게 일깨워준 인물들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언급이 되는 PD가 한 명 있다. CJ미디어 소속으로 음악방송인 엠넷에서 <슈퍼스타K>, <댄싱9>, <프로듀스101> 등 주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든 안준영 PD가 그 주인공이다.

앞서 언급했던 인물들이 지상파 예능을 담당하면서 출연진과 거의 동등한 위치에서 화면에 등장하는 등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 반면, 오직 케이블 채널에서만 일해온 안 PD는 프로그램 속에선 자신의 모습을 일체 드러내지 않고 제작을 맡아왔다.

음악 서바이벌 예능 특화...일명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세

 엠넷이 방영중인 <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과 화제몰이 속에 매년 인기를 얻고 있다.

엠넷이 방영중인 <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과 화제몰이 속에 매년 인기를 얻고 있다. ⓒ 오마이뉴스


2010년대 들어 방송 예능의 대세로 자리 잡은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안 PD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2014년 방영된 음악 드라마 <칠전팔기 구하라>를 제외하면 그는 참가자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예능 위주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지난 2016년부터 3년째 지속되고 있는 <프로듀스 101>시리즈는 케이블 예능 마니아들에게 '안준영'이라는 이름을 또렷하게 각인 시킨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에는 원래의 상황을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영상에 담아낸다는 '악마의 편집'이란 자극성 강한 제작 기법이 있다.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끊임없이 등장해 논란을 일으키지만 정작 해당 프로그램 인기몰이의 일등공신으로 대접받는 양날의 칼 같은 존재다.

물론 안 PD 본인은 지난해 <프로듀스 101> 시즌2 제작 발표회에서 "PD라는 이름을 걸고, 저는 악마의 편집을 하지 않는다"라고 밝혀 또 한번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는 해당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시각이 180도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내는 장면이기도 했다.

이처럼 그가 논란 속에 만들어온 <프로듀스 101>시리즈 속 '서바이벌 월드'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초반 분량 챙겨라... 그래야 끝까지 간다

 < 프로듀스 101 > 시즌1의 젤리피쉬 3인방과 시즌 2 옹성우 등은 방영 첫회에서 빼어난 실력으로 주목받으며 최종 11인 발탁에 성공했다.  과연 올해 초반 눈도장을 받은 권은비, 미야와키 사쿠라는 최종 12인에 포함될 수 있을까? (방송화면 캡쳐)

< 프로듀스 101 > 시즌1의 젤리피쉬 3인방과 시즌 2 옹성우 등은 방영 첫회에서 빼어난 실력으로 주목받으며 최종 11인 발탁에 성공했다. 과연 올해 초반 눈도장을 받은 권은비, 미야와키 사쿠라는 최종 12인에 포함될 수 있을까? (방송화면 캡쳐) ⓒ CJ E&M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주요 논란 중 하나는 출연자들의 방영 비중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초반 1~2회에 몇몇 참가자의 화면 등장이 집중되다 보니, 여기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자칫 탈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방영분을 살펴보면 1~2회에서 비중있게 다뤄진 실력파 연습생, 혹은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 연습생은 이후 진행된 시청자 투표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른바 'PD픽'이라고 불리는 '특정 연습생 분량 몰아주기' 논란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불거지기도 한다.

시즌1 첫회에서 젤리피쉬 연습생 3인방(김세정-강미나-김나영)은 인기 팝송 'Something New'를 멋진 퍼포먼스와 함께 열창해 일찌감치 눈도장을 받았다. 이들은 이후 진행된 투표에서도 역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고 김세정-강미나는 데뷔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비록 11인에 포함되진 못했지만 김나영 역시 최종 경연까지 살아남았고 현재 이들과 함께 구구단 멤버로 활약중이다.

시즌2에도 비슷한 상황이 등장했다. 옹성우(판타지오)는 화려한 무대 매너로 시선을 끌며 당시 첫 회 방영분의 주인공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력을 선보였다. 빼어난 가창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주목받았던 김재환도 끝까지 살아남으며 역시 워너원의 멤버가 되었다. 또 탁월한 춤솜씨를 과시한 최종 18위 연습생 김사무엘은 현재 솔로 가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듀스 48> 첫 회분에선 권은비(울림) 연습생이 화려한 춤솜씨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이후 시청자 투표에서 놀라운 순위 상승을 이루기도 했다. 반면 일본 AKB48 유명 멤버인 미야와키 사쿠라는 어설픈 춤과 노래에도 불구하고 A등급을 받아 논란 속에 화제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실력이 다소 부족한 참가자라도 독특한 매력을 보이며 노력한다면 최종 선발 혹은 상위권 진출을 이룰 수 있다. 시즌1의 김소혜, 시즌2 라이콴린만 하더라도 각각 F등급과 D등급을 받을 만큼 고전했지만 이후 회차를 거듭할 수록 승승장구, 결국 최종 데뷔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시즌2 강다니엘처럼 1~2회 동안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결국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 몰이에 성공하는 사례도 없지 않았지만, 대다수 참가자들은 초반 분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려움에 처할 공산이 매우 높다.

불공정 게임의 심화

 엠넷 <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높은 화제몰이 못잖게 각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각종 경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시비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방송 화면 캡쳐)

엠넷 <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높은 화제몰이 못잖게 각종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특히 각종 경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시비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방송 화면 캡쳐) ⓒ CJ E&M


<프로듀스> 시리즈는 등급 평가에 이은 단체곡 연습 및 공연→그룹 평가 배틀→포지션 평가 배틀→콘셉트 평가 배틀→최종 경연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평가를 위한 팀 구성 및 평가에서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즌1의 경우, 그룹 배틀 평가에선 A등급 연습생들을 각 평가곡에 골고루 배정한 후 조원을 구성했기 때문에 비교적 14개 조(총 7곡)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엔 추첨 방식으로 먼저 선발된 조장들이 조원을 선택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로 인해 앞순번 조장들이 상위 등급+유명 연습생을 먼저 고르는 기이한 방식이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뒷 순번 조로 갈수록 선택에서 외면 당한 하위 등급 연습생들이 대거 몰리는 편중 현상이 발생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제작진이 경연조의 현저한 기량 차이를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조는 차마 눈뜨고 못볼 함량 미달 경연 무대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나마 지난해엔 조의 인원수가 다른 경우에도 무조건 개인별 득표수 합산으로만 승자를 결정해 비난을 받은 반면, 올해는 동일 상황에선 평균 점수로 대신해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한 건 개선된 사항이었다.

음이탈은 2회분짜리 편집 대상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종종 참가 연습생의 실수나 조원간의 갈등을 지나치게 부각시킬 때 '악마의 편집'이라고 지적한다.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한 가지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의견이 부딪히기 마련인데 방송에서 이를 너무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주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몇몇 연습생은 원치 않는 '악역'이 되면서 일부 시청자들의 악플에 고스란히 노출이 되기도 한다. 

물론 프로그램의 재미를 높이는 차원에서 사용되는 편집이라곤 하지만 만약 프로그램 출연자가 힘없는 기획사 연습생이 아니라 유명 톱스타였다면 이런 식의 편집이 가능했을까?

경연 과정에서의 실수, 이른바 '음이탈'이라도 발생하면 이건 총 2주짜리 편집 대상이 되곤 한다. 시즌1 허찬미, 올해 참가자 장규리(스톤뮤직, 그룹 프로미스 나인)의 실수 장면엔 숱한 반복+슬로우 모션+트레이너 및 동료 연습생들의 안타까운 얼굴 표정 등 온갖 편집 기법이 동원됐고, 무려 2회에 걸쳐 담겼다. 

반면 일본인 조원을 중심으로 상당수 구성원이 수준 미달의 경연을 펼친 일부 조의 무대는 협동심이 발휘된 것처럼 포장되면서 시청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밖에 실력 부족한 일본인 참가자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국내 연습생들은 마치 성의가 부족했던 듯한 영상이 담겼던 2회 방영분 역시 편파 시비를 낳았다.

"가수가 하고 싶어?" 씬 스틸러급 트레이너의 존재감

 < 프로듀스101 >시즌1과 달리, 시즌2에선 최종일 문자 투표 진행 도중 11위 후보자 4명의 얼굴을 등장시켜 각종 의견이 쏟아지기도 했다.  일부에선 이른바 4분할 화면 등장이 연습생들의 당락에 크게 영향을 끼친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방송화면 캡쳐)

< 프로듀스101 >시즌1과 달리, 시즌2에선 최종일 문자 투표 진행 도중 11위 후보자 4명의 얼굴을 등장시켜 각종 의견이 쏟아지기도 했다. 일부에선 이른바 4분할 화면 등장이 연습생들의 당락에 크게 영향을 끼친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방송화면 캡쳐) ⓒ CJ E&M


<프로듀스 101>시리즈는 연습생 뿐만 아니라 이들을 교육하는 트레이너들의 인지도를 더욱 높여주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즌1 및 <프로듀스 48>의 안무 담당 배윤정 단장이다. 국내 유명 걸그룹 안무를 맡아 명성이 자자한 그녀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 방식으로 냉혹하면서 혹독하게 연습생들을 훈련 시킨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했던 연습생이 목표를 달성할 땐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그녀는 시청자들에게 '카리스마 있지만 정 많은 사람'이란 이미지로 남아 있다.

시즌1 논란의 중심에 있던 연습생 김소혜를 향해 배윤정 단장이 던진 한 마디, "소혜야! 가수가 하고 싶어?"는 지금까지 많은 이들 사이에서 회자될 만큼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서도 여전히 훈련 담당 악역은 그녀의 몫이다.

아직 최종 경연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이미 일부 시청자들은 지난해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앞선 시즌1에선 최종 생방송 당일 문자투표 도중 '합격 커트라인'인 중간 11위 연습생만 발표한데(커트라인에 놓인 연습생을 발표하면, 그를 지지하는 시청자들이 해당 연습생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더 활발하게 표를 주는 등의 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 - 편집자 말) 반해 지난해 시즌2에선 무려 4명의 연습생을 동시에 호명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4명 중 최종 12위에 머문 정세운을 제외한 나머지 3인이 11위안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른바 '4분할'이라는 용어로 아직까지도 언급되는 이때의 편집이 순위권 연습생들의 당락을 좌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야기하기도 했다. 

올해 <프로듀스 48> 최종일에도 이와 같은 유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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