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 소감 밝히는 신태용 감독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신태용 감독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러시아월드컵 소감 밝히는 신태용 감독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신태용 감독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권우성


대한축구협회가 새로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하며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은 능동적인 축구를 펼치는 유능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바 있다. 벌써 외신 등을 통하여 다양한 국내외 감독 후보군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대표팀 감독은 당장 반년 앞으로 다가온 2019 아시안컵을 비롯하여 길게는 4년뒤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한국축구를 이끌어나가야할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된다. 한국축구는 3년 이상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장수 감독이 한 명도 없다. 이번에야말로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축구를 어떻게 개선해나갈 것인지 확고한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대표 감독의 조건

여기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할 것이 바로 감독 선임과정의 '품격'에 있다. 가장 중요한 현안 은 물론 대표팀을 맡길만한 유능한 감독을 한시라도 빨리 찾는 것이겠지만 어떤 기준과 과정을 거쳐 우리가 원하는 인물을 찾아낼 것인가 하는 모양새도 매우 중요하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은 한국축구 현장의 정점에 있는 명예로운 보직이다. 감독을 모셔오는 과정이든 보내는 과정이든 주먹구구식으로 처리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신태용 감독의 거취를 분명히 매듭짓지도 않은 상황에서 차기 감독 선임을 논하기 시작한 모양새는 아쉽다. 신 감독은 지난 1년간 대표팀을 맡아 비록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한국축구를 월드컵 9회 연속 본선행으로 이끌었고, 러시아월드컵에서는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등 나름의 성과도 남겼다. 신감독의 계약기간은 올해 7월까지였다. 대표팀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신감독과 축구협회의 계약기간은 자연스럽게 종료됐다.

그런데 신태용 감독이 여전히 차기 감독 후보군에 포함되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응이 다소 미묘해졌다. 김판곤 위원장은 신 감독을 후보군에서 배제하지 않고 다른 후보들과 '동일선상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유임도 포기도 아닌 뭔가 애매한 결정이다.

월드컵에서의 공과를 따져서 신감독을 유임하느냐, 재계약을 포기하느냐는 당연히 축구협회가 결단을 내려야한다. 다만 신 감독에 대한 평가와 재신임 여부부터 먼저 확실히 결론을 지은 이후에 후임감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옳았다. 만일 신 감독과의 재계약을 우선순위로 뒀다면 평가는 빠를수록 좋았다. 신감독도 자신의 거취를 확실히 결정짓고 나야 지난 월드컵의 성과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거나 혹은 앞으로의 재충전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동안 수고했으니 명예롭게 보내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다시 감독을 시킬 수도 있으니 대기하고 있다가 다른 후보들과 저울질을 받으라'는 식의 발상은 기존 감독을 두 번 모욕하는 셈이다. 어쨌든 그동안 갖은 비난을 감수하며 대표팀을 위하여 헌신한 신태용 감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U-23 올림픽 대표팀, U-20 대표팀에 이어 성인대표팀까지 축구협회의 구원투수 노릇만 세 번이나 감당해야했다. 특히 작년 7월 대표팀을 맡을 당시의 상황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이었다. 만일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더라면 감독 혼자 독박을 뒤집어쓸 수도 있었지만, 축구협회는 당시 신 감독 이외에는 대표팀을 맡을만한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 이제 월드컵도 치르고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간의 노고에 대해서는 깡그리 '리셋'하고 다른 후보들과 동일하게 평가를 받으라는 것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태도다. 결국 축구협회가 끝까지 신 감독을 일종의 '보험'으로 취급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신감독이 다른 감독들과 동일한 후보군에 포함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이미 재계약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진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안드레 비야스 보아스, 루이 판 할, 바히드 할릴호지치 등 유명 외국인 감독들의 이름이 후보로 대거 거론되고 있으며 실제로 일부는 이미 축구협회와 접촉한 인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 없는 연임인가

이미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데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물급 감독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차피 축구협회가 또다시 국내파 감독, 그것도 '도로 신태용' 카드를 꺼내들기는 어려워졌다. 이미 신 감독에 대한 팬들의 여론이 부정적으로 기운데다, 자칫 외국인 감독 영입에 실패할 경우 또다시 축구협회의 협상력 부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 감독으로서도 이런 분위기에서 굳이 대표팀 감독직을 이어갈 이유가 없다. 이미 1년 전에도 '히딩크 파동' 등으로 외국인 감독과 비교당하며 여론의 과도한 비난에 시달려온 신감독이다. 어쩌면 축구협회가 받아야했을 비난조차 신 감독이 뒤집어쓴 측면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설사 다시 대표팀 재계약 제의가 돌아온다고 해도 '마땅한 인물을 구하지 못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폭탄을 떠맡는 모양새가 된다. 당장 반년 뒤 2019 아시안컵에서 다시 중간 평가도 받아야한다. '잘해야 본전'인 신감독이 굳이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해야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신감독이 그간 대표팀 사령탑으로 남긴 공과에 대해서는 저마다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어려운 시기에 대표팀 감독을 맡아 기여한 부분이나 독일전 승리 같은 성과들은 앞으로 시간이 흘러도 절대 과소평가 받을 업적은 아니다. '엄청나게 잘했다'고 칭찬을 해줄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그동안 수고했다.'는 박수 정도는 받으며 보내줄 자격이 있는 감독이다.

그동안 차범근-허정무-조광래-최강희 등 수많은 감독들이 월드컵 이후 팬들의 존중을 받지 못하고 내쫓기듯 대표팀에서 버림받았던 전례가 있다. 대표팀 감독직이 이렇게 지도자들의 경력과 자존심과 흠집만 남기는 자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차기 대표팀 감독을 잘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감독을 보내주는 모양새도 최소한의 품격은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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