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정말 '우승 후보'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52년 만의 우승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잉글랜드는 7일 오후 11시(아래 한국시각) 러시아 사마라에 위치한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8강전 스웨덴과 맞대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잉글랜드는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무려 28년 만에 준결승 진출에 성공하면서, 새 역사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잉글랜드가 앞섰지만, 경기 흐름은 팽팽했다. 사실, 이 두 팀의 만남은 매번 그랬다. 이전까지 23번 맞붙어 7승 9무 7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조별리그에서 같은 조에 속했던 2002 한-일 월드컵(1-1)과 2006 독일 월드컵(2-2)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었다.

이날도 잉글랜드가 주도권은 잡았지만, 스웨덴의 탄탄한 수비벽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주포' 해리 케인이 넓은 활동 폭을 보이며 시선을 끌고, 라힘 스털링이 섬세한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수비의 균열을 불러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스웨덴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결정적인 역습 한 방을 노렸다.

 잉글랜드 대표팀인 델레 알리.

잉글랜드 대표팀인 델레 알리. ⓒ 연합뉴스


경기가 슬슬 지루해지려던 시점에 균형이 깨졌다. 잉글랜드도 자신들의 강점을 활용해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30분, 애슐리 영이 올린 코너킥 크로스를 공격에 가담한 중앙 수비수 해리 맥과이어가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후반 13분에는 쐐기골도 터졌다. 제시 린가드가 빠르게 올린 크로스를 델레 알리가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출렁였다.

이후 잉글랜드는 물러설 곳이 사라진 스웨덴의 공세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선제골을 기록한 맥과이어, 존 스톤스가 힘과 높이를 앞세운 상대 공격을 꽁꽁 묶었고, 발 빠른 카일 워커가 뒷 공간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아찔한 순간에는 조단 픽포드 골키퍼가 놀라운 반사 신경을 자랑하며 '종가'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2-0. 잉글랜드는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고, 이제 우승 도전까지는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게 됐다.

'단순하지만 강한' 잉글랜드 축구

잉글랜드에는 스타급 선수가 넘쳐난다. 공격에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거듭난 케인을 시작으로 '무서운 재능' 알리, 맨체스터 시티의 '재간둥이' 스털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휘자' 린가드 등이 포진한다. 마커스 래쉬포드와 제이미 바디 등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이름을 날리는 선수들이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운 풀백에서 중앙 수비수로 변신한 워커, 준결승 진출의 주역 맥과이어, 스리백 수비의 중심을 잡는 스톤스, 이번 대회 최고의 골키퍼로 손꼽히는 픽 포드가 있다. 게리 케이힐과 대니 로즈, 필 존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등도 EPL에선 정상급 수비수로 손꼽힌다.

마이클 오언과 웨인 루니, 스티븐 제라드와 프랑크 람파드, 존 테리와 리오 퍼드난드 등 세계 올스타나 다름없는 선수 구성을 가졌던 시절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지만, 현재의 잉글랜드도 충분히 매력적인 팀이다. 이들은 직전 세대가 해내지 못한 월드컵 준결승 진출이란 대업도 이뤘다.

그런데 관전하는 입장에서 보면, 잉글랜드 축구는 재미가 없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넘치는 팀답게 화려한 축구를 구사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예나 지금이나 그게 안 된다. 하지만 강하다. 수많은 이들이 '뻥축구'라 비아냥거릴 때도 있지만, 그게 먹힌다. 스페인의 아기자기한 패스나 브라질의 화려한 개인기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축구로 준결승에 올랐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세트피스로만 8골(총 11골)을 넣었다. 이날 맥과이어의 선제 결승골도 코너킥에서 나왔다. 세트피스는 극단적인 수비 전략을 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잉글랜드는 이를 120% 활용하고 있다. 케인과 알리 등 공격에 포진하는 선수뿐 아니라, 맥과이어와 스톤스 등 수비수들의 공격력이 힘을 발휘하며 세트피스 완성도를 더한다.

마음 고생 덜어낸 델레 알리

물론, 잉글랜드가 세트피스만 활용하는 팀은 아니다. 그들은 스웨덴 전에서 이번 대회 세 번째 필드골을 만들어냈다. 주인공은 알리였다. 크로스 타이밍에 맞춘 침투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예리한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승부의 쐐기를 박는 득점이었고, 자신의 대회 첫 득점이기도 했다.

알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지난 2015년 여름, 19세의 어린 나이였던 알리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넘치는 EPL 무대에 등장해 충격을 전했다. 볼을 다루는 능력이 남달랐고, 스트라이커 못잖은 결정력과 플레이메이커 부럽지 않은 패싱력을 동시에 보여줬다. 19세 소년의 데뷔 시즌(리그) 성적표는 10골 9도움이었다.

2년 차 시즌(2016·2017)에는 리그에서만 18골 7도움을 기록하면서, EPL 최고의 미드필더로 올라섰다. 2017·2018시즌에는 직전 시즌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리그 9골 10도움으로 이름값은 했다. 특히 알리는 '대한민국의 자랑' 손흥민과 각별한 우정을 드러내면서, 국내 팬들의 큰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모습은 아쉬웠다.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vs 튀니지)부터 선발 자리를 꿰차며 굳건한 입지를 자랑했지만, 월드컵 데뷔전에 대한 긴장 탓인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이후 알리는 2차전(vs 파나마)과 3차전(vs 벨기에)에 연달아 결장했다.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알리의 긴장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작전이었을까. 알리는 콜롬비아와 맞붙은 16강전에서 선발로 복귀해 조국의 8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마침내 스웨덴과 8강전에서는 생에 첫 월드컵 득점포까지 쏘아 올렸다. 수비에서도 정확한 태클로 상대의 역습을 끊어내는 등 자신의 몫 이상을 했다.

알리의 부활은 우승에 도전하는 잉글랜드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알리는 세트피스의 위력을 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드골의 비중을 높일 수 있다. 케인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날카로운 패스로 그의 득점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손흥민의 각별한 친구 알리가 남은 2경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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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VS스웨덴 델레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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