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미투생존자연대는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이 성폭력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성인 영화에 '미투', '권력형 성폭력'이라는 이름을 붙여 홍보함으로써 성폭력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6월 29일 개봉한 성인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아래 <미투>)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투 운동' 이후 피해자들이 모여 결성한 전국미투생존자연대를 비롯해 여성영화인 연대체 찍는페미 등이 성명서를 내고 영화 <미투>의 개봉 및 상영에 반대하고 있지만 <미투>를 배급한 SY미디어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 포스터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 포스터ⓒ SY미디어


"'미투 운동' 관음증적 시선으로 소비되면 안 돼"

최근 몇 개월 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성폭력 생존자들은 '미투'(나도 피해자다)를 외치며 성폭력 피해 사실을 증언한 바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법정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두고 '찍는페미'는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28일 "여성들의 성폭력 경험을 고발한 미투 운동은 관음증적 시선으로 소비되어야 할 흥밋거리가 아니"며 "어떤 경로로든 <미투>가 상영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미투>는 지난 6월 29일 예정대로 개봉했다. SY미디어는 전국미투생존자연대의 영화 사전 모니터링 협조 요청에 "본 영화는 '미투'라는 이름을 붙여 성폭력 피해자들을 모욕 또는 그럴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면서 "전국미투생존자연대는 이미 부정적인 시선과 목적을 갖고 영화에 접근했다고 판단했다"며 사전 모니터링 요청을 거절했다.

또 SY미디어는 "'미투'의 이름 사용을 중단해달라"는 전국미투생존자연대의 요청에 "본 영화는 영상 내 '영화의 내용은 픽션이다. 동명의 실제 인명, 단체, 장소, 사건과는 무관하다'라는 사전 안내 문구를 명시했으며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된 창작물이다. '미투'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서 특정 개인 또는 단체의 명예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현재 영화 배급사인 SY미디어는 대부분의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영화 '미투'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오마이뉴스>의 이메일 질문에도 "보도와 관련된 문의 또는 인터뷰는 따로 진행하고 있지 않다. 특히 전국미투생존자연대에서 제보 또는 기사를 제공받거나 추측되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더욱 더 답변 드리기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확인 결과, SY미디어는 취재를 요청한 타 언론사에도 비슷한 내용의 답변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10분 이상 이어진 성폭행 장면, 충분히 위험

<오마이뉴스>는 영화 <미투>의 줄거리 등을 어렵게 파악했다. 확인된 영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연인 관계인 태호(고찬우 분)와 은서는 이희현 교수(안민상 분)의 강의를 함께 듣는다. 이희현 교수는 신분을 이용해 은서에게 성적으로 접근하지만 거절당한다. 한편, 이희현 교수의 다른 학생인 혜진은 이희현 교수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교수실로 찾아가 성관계를 맺는다.

그 결과, 학술대회에는 혜진이 나가고 은서는 그 결과에 의문을 느낀다. 이희현 교수는 자신을 찾아온 은서에 육체적인 관계를 요구한다. 혼란스러워하던 은서는 "거리두지 말고 친구처럼 아빠처럼 대하라"고 말하는 교수의 집요한 접근에 못 이겨 울면서 성폭행을 당한다. 이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혜진은 태호에게 영상을 보여준다. 이후 태호는 혜진과 술김에 성관계를 갖는다. 은서는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이희현 교수가 자신을 성폭행했음을 고발하고 자살한다.

"제 안에 괴물이 있었습니다"라고 반성하는 기자회견을 연 이후 이희현 교수는 여전히 강단에 머물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희현 교수는 혜진에게 "라이벌이 사라져서 좋겠다"고 말한다.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 스틸 사진

영화 <미투 숨겨진 진실> 스틸 사진ⓒ SY미디어


이희현 교수가 제자인 은서를 성폭행하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10분 넘게 자세히 묘사된다.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된 창작물"이라지만 최근 몇 달 동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성폭력 폭로가 개인 SNS를 통해 일어났다는 점, 또 교수와 제자 사이의 성폭력이 나온 것을 미루어 볼 때 영화 <미투>는 여러모로 '미투 운동'을 연상시키다 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영상등급물위원회는 지난달 18일 <미투>에 대해 "남녀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이 빈번하고, 그 외 교수가 제자를 강제 성폭행하고, 사제 간의 이익을 위한 성 행각, 자살, 남녀의 무분별한 성행위, 선정적 대화, 거친 욕설 등 주제 및 폭력, 공포, 대사, 모방 위험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개봉관으로 공개된 영화관들 "개봉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의 정보가 올라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는 <미투>가 지난 6월 29일 개봉해 전국 20개 영화관에서 상영됐고 6일까지 121명이 봤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20개 영화관 중 약 10개의 영화관에 확인해본 결과 이 영화관들은 "그런 영화를 상영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배급사 SY미디어는 영화 <미투>를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언론사에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 영화는 현재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등에서 유통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 <미투> 개봉관이라고 공개된 한 영화관 관계자는 "<미투>는 실개봉이 아니라 행정적 개봉을 해 전산 상에 등록은 돼있지만 실제로 개봉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개봉을 부인했다. 이어 "작은 규모의 영화의 경우 일단 시간표를 등록해놓고 심야에 한 차례 정도 편성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영화관 관계자는 "그 영화는 틀지 않기로 했다. 언론 보도 때문에..."라면서 말을 흐렸다. 일부 영화관은 "그런 영화는 시간표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투 운동을 지지했던 시민들은 SNS 계정 등을 통해 해시태그(#) 미투_상영_반대 등의 구호를 올리고 있다. 또 영화 <미투>의 주연을 맡은 배우 고찬우의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여러 관련 페이지에 항의의 뜻을 전하고 있다.

 찍는페미 성명서

찍는페미 성명서ⓒ 찍는페미


전국미투생존자연대와 찍는페미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화 <미투>에 대해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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