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달콤했던 월드컵 휴식기를 끝내고 K리그가 이번 주말 팬들의 곁으로 돌아온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 보통 K리그의 인기는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성적과 비례한다. 아쉽게도 이번 대회에서 신태용호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서 '월드컵 붐'을 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한국 대표팀은 F조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 경기에서 기적과 같은 2-0 승리를 거두면서 얼어붙었던 팬들의 마음을 돌려 놓는데 성공했다. 4년 전 우울했던 홍명보호의 귀국길과 달리 이번 대표팀의 복귀 행사는 팬들의 즐거운 환호가 주를 이뤘다.

이제 공은 K리그에게 넘어왔다. 2002년과 2010년의 성공적인 월드컵 이후 만큼은 아니지만 K리그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충분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첫 경기부터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매료시킬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독일전에 출장했던 K리거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상을 보여줬다. 이번 주말 전국 각지에서 열릴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5라운드는 월드컵을 통해 새롭게 유입된 팬들을 잡을 절호의 찬스다. 때마침 '꿀잼'이 예상되는 경기가 다수 예정되어 있다. 여름 방학을 끝낸 K리그가 준비한 '꿀잼' 예약 경기 Best 2를 소개한다.

전북을 추격하는 수원과 제주, '다득점' 경기는 덤
수원 삼성 vs. 제주 유나이티드(7일 토요일 오후 7시, 수원 월드컵경기장)

이번 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는 단연 수원 삼성과 제주 유나이티드의 맞대결이다. 현재 수원은 승점 25점(7승 4무 3패)로 2위에, 제주는 승점 24점(7승 3무 4패)으로 3위에 위치 중이다. 수원은 제주를 상대로 승리하면 3위권 그룹과 승점 차이를 최대 4점까지 벌릴 수 있다. 반면 제주는 수원에게 승점 3점을 빼앗으면 수원을 제치고 2위 탈환이 가능하다.

어떤 팀이 이기든 간에 승리한 팀은 K리그의 '절대 1강' 전북 현대를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14라운드까지 전북은 승점 34점(11승 1무 2패)을 벌어들이면서 일찌감치 독주 체재를 굳건히 하고 있다. 2위 수원과 승점 차이만 해도 벌써 9점이다. 한시라도 빨리 전북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2위권 그룹의 수원과 제주 모두 1승이 소중한 시점이다.

일단 자신감이 넘치는 팀은 수원이다. 수원은 유독 제주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팀이다. 2015년부터 올 시즌까지 12번의 리그 경기에서 단 2패만 허용했다. 두 번의 패배를 당하는 사이 여덟 번의 승리와 두 번의 무승부를 챙겼다. 이번 시즌 4라운드 제주 원정길에서도 1-0 승리를 챙긴 수원이다.   

수원에게 매번 발목을 잡혔던 제주가 믿을 구석은 최근 '기세'다. 제주는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하며 리그 순위 밑바닥을 전전했고, 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 최하위로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한 때 조성환 감독의 경질설이 돌 정도였다.

반전의 계기는 공격력 회복이었다. 5라운드 상주 상무와 경기까지 단 1골을 넣는데 그쳤던 제주는 6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전 3득점을 시작으로 10라운드 대구 FC와 경기까지 12골을 몰아치며 부활했다. 본래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축구에 능했던 팀 컬러를 다시 가동한 이후로 반격에 성공한 제주다. 한때 리그 10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는 3위로 수직 상승했다.

두 팀의 승부가 '꿀잼'이 예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저 공격 축구로 순위 상승을 이뤄낸 제주는 원정 경기지만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수원도 마찬가지다. 과거 승리를 위해 후반전에 수비수를 대거 투입했던 수원의 서정원 감독은 올 시즌 마지막까지 공격을 시도하는 스타일로 변모했다. 공격과 공격의 맞대결은 필연적으로 재밌는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두 팀의 경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또한 역사적으로 두 팀의 승부에서는 골이 많이 터졌다. 최근 12번의 맞대결에서 0-0으로 끝난 경기는 단 한 차례다. 절반 이상이 양 팀 합계 3골 이상이 생산됐고 5골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4회에 달한다.

아울러 1-0으로 승부가 갈린 직후 맞대결은 특이하게 골 푹죽이 터졌다. 2015 시즌 4-3(수원 승), 2016 시즌 5-3(수원 승), 2017 시즌 3-2(제주 승) 결과 모두 두 팀의 1-0 경기 다음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마침 이번 라운드는 두 팀이 지난 3월 1-0 경기 결과를 만든 직후의 경기다. 스타일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꿀잼'이 확실시 되는 매치업이다.

'조현우 신드롬'은 계속될 수 있을까
대구 FC vs. FC 서울 (8일 일요일 오후 7시, 대구 스타디움)

손 흔들며 활짝 웃는 조현우 선수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조별경기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골키퍼 조현우 선수가 마중나온 지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밝게 웃고 있다.

▲ 손 흔들며 활짝 웃는 조현우 선수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팀을 2대 0으로 이겼으나, 16강 진출에는 실패한 축구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해단식을 가졌다. 조별경기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 골키퍼 조현우 선수가 마중나온 지인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밝게 웃고 있다.ⓒ 권우성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고의 스타 중 하나인 조현우가 K리그에 뜬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경기는 '꿀잼'이 보장된다. 승점 7점(1승 4무 9패)으로 리그 최하위 팀이자 철저한 비인기 구단인 대구 FC는 이번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다. 수문장 조현우 덕이다. 대표팀의 골키퍼 경쟁에서 오랜 기간 3인자로 분류되던 조현우는 평가전을 통해 능력을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주전 골키퍼로 낙점을 받아 조별리그 3경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조현우는 2002년 구단 창단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멤버에 포함된 대구 선수다(과거가 아닌 현 대구 소속으로는 최초). 이 사실 만으로도 이미 대구의 스타 자격이 충분한 조현우는 월드컵에서 소위 '미친 활약'을 하면서 구단 사상 유례 없는 월드컵 스타가 됐다.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 13개의 선방을 선보인 조현우의 기록은 여전히 월드컵 최다 선방 횟수 5위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탁월한 수준이었다.

보통 월드컵 멤버는 피로로 인해 한동한 리그에서 휴식을 취하지만, 체력적으로 크게 무리가 없는 골키퍼 특성상 조현우는 곧장 FC 서울전에 출장할 전망이다. 모처럼 관중몰이의 기회를 잡은 대구 입장까지 고려하면 조현우의 선발 출장은 확실시된다.

맞대결 상대도 K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 중 하나인 FC 서울이다. 시즌 초반 황선홍 감독 아래에서 팬심을 잃었던 서울은 이을용 감독 대행 밑에서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이을용 대행은 라이벌 수원과의 12라운드 '슈퍼매치'에서 2-1 승리로 신뢰를 얻었다. 14라운드 전북과 경기에서는 0-4로 대패했지만, 신진호가 퇴장 당하기 전까지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서울이다.

승점 15점(3승 6무 5패) 9위로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서울은 대구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을용 지휘 아래에서 박주영을 비롯해 외국인 공격수 에반드로와 안델손도 팀 공격에 녹아들고 있었다. 약점으로 꼽히던 왼쪽 측면 수비에는 국가대표 출신의 윤석영을 영입했다. 승리라는 완성품을 만들어 낼 자원은 충분하다.

이 경기의 '꿀잼' 포인트는 이 지점이다. 중위권 진입을 노리는 서울은 원정 경기임에도 공격적인 태도로 경기장에 나설 것이다. 객관적인 열세인 대구는 공격수 세징야라는 날카로운 칼을 숨긴 채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경기 양상은 '슈퍼스타' 조현우의 활약을 위한 판이다. 조현우는 상대의 공격과 슈팅이 있어야 활약이 가능한 골키퍼다. 이제 조현우가 월드컵에서 보여준 높은 수준의 방어력을 선보이는 일만 남았다.

물론 변수도 있다. 지난 시즌 K리그 베스트 11에 선정되었던 조현우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수차례 보여줬다. 12라운드 경남 FC와 경기에서 기본적인 볼 컨트롤 실수로 말컹에게 허망하게 실점을 내준 기억이 대표적이다. 또한 제 아무리 조현우가 좋은 컨디션을 보여준다고 해도 대구 수비진이 서울에게 완벽한 득점 찬스를 자주 내주면 활약하기 더더욱 어렵다. 대구가 K리그1 최다 실점 팀이란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거물이 된 조현우의 존재 자체가 이 경기의 재미를 보장한다. 월드컵에서 느꼈던 짜릿한 선방을 러시아까지 갈 필요도 없이 대구에서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앞서 소개한 두 경기 이외에도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의 출전 경기는 기대감을 가져도 충분하다. '월미도 아자르' 문선민이 소속된 인천 유나이티드와 승리를 위해 '그 곳(?)'까지 희생한 이용이 포함된 전북의 대결도 흥미롭다. K리그2에는 성남 FC의 윤영선과 아산 무궁화 프로축구단의 주 세종이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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