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대중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밥 딜런(Bod Dylan)의 두번째 내한 공연이 확정됐다. 밥 딜런은 오는 27일 서울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단독 내한 공연 '2018 밥 딜런 내한공연 Bob Dylan & His Band'을 펼친 후,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로 공연할 계획이다. 밥 딜런은 역사상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뮤지션이다. 밥 딜런의 가사는 문학과 음악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벨 문학상 수여는 수십년 간의 공로를 치하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노래는 귀를 위한 시다" - 스웨덴 한림원

비틀스(The Beatles)와 견줄 수 있는 거대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밥 딜런의 공연은 굉장히 진입장벽이 높다. 그는 관객과 소통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특별한 무대 효과도 없다. 읊조리는 창법에 가려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Blowin' In The Wind'나 'Things Have Changed' 같은 명곡을 부르긴 하지만, 블루스로 편곡된 탓에 다른 곡 같은 느낌을 준다. 평소에 딜런에게 열광해 온 사람이 아니라면 혹은 폴 매카트니의 에너지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벨 문학상과 내한 공연을 계기로 그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영화 한 작품과 책 두 권을 추천하고자 한다.

1. 영화 <아임 낫 데어> (2007, 토드 헤인즈)

 영화 <아임 낫 데어>에서 밥 딜런의 자아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

영화 <아임 낫 데어>에서 밥 딜런의 자아를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 ⓒ 스폰지


<아임 낫 데어>는 <캐롤> <벨벳 골드마인> 등 특유의 색채로 유명한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케이트 블란쳇, 크리스찬 베일, 리차드 기어, 히스 레저 등 화려한 배우들이 각자의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이 되는 옴니버스 영화다. 딜런의 전기 영화지만, 순행적 구성을 무시한다. 다양한 시점과 시선들이 한 영화 속에서 뒤엉켜 있다.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 이 영화 속에서 '밥 딜런'이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 속에서 밥 딜런의 인생은 6개의 각기 다른 자아들로 나뉘어 표현된다. 딜런의 우상인 우디 거스리, 저항 가수로, 은둔자로, 심지어 종교인으로 바쁘게 변신한다. 다양한 자아들이 등장하지만, 결국 모든 인물이 밥 딜런 한 사람으로 귀결된다. 한 인간이 얼마나 다면적인지를 묘사하는 독특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특히 '쥬드 퀸'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의 모습은 일품이라 할 만하다.

2. 밥 딜런 평전 (2008, 마이크 마퀴스, 실천문학사)

1960년대는 혼란의 시대였다. 냉전과 매카시즘, 민권 운동과 인종 차별 등 수많은 가치가 뒤섞이고 뒤틀렸다. 이 시대 가운데 밥 딜런의 목소리는 체제에 저항하는 투사의 목소리였으며, 또한 국가와 사회에게 소외받은 개인의 아픔을 주목한 위로의 소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밥 딜런 자신은 자신의 이름 앞에 '저항 가수', '세대의 대변자' 따위의 수식어가 붙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당대 좌파 운동에 대한 회의를 느껴, 의도적으로 베트남 전쟁에 대해 발언하기를 아끼기도 했던 에피소드도 빼놓을 수 없다.

딜런은 결코 한 가지의 수식어로 정의할 수 없는 인물이다. <밥 딜런 평전>은 현 세대에게 신화처럼 여겨지는 밥 딜런이, 얼마나 자유 의지에 충실한 인간이었는지를 알려준다.  통기타의 축제인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전자 기타를 들고 나온 것 역시 자유를 중시하는 그의 성격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한편, 그가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 프랭크 자파(Frank Zappa),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등 동시대 아티스트들과 어떤 식으로 상호 작용하였는지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2008년에 국내에서 출간되었으며, 딜런의 노벨상 수상에 맞추어 2016년 재출간되었다.

3. 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스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2016, 한대수, 페퍼민트)

 <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스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 책 표지.

<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스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 책 표지. ⓒ 페퍼민트


한국 포크의 거장이자 '뉴요커'인 한대수는 저술가로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영원한 록의 신화 비틀스 vs.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 밥 딜런>에서도 한대수 특유의 재치 있는 문체는 빛난다. 이 책은 비틀스와 밥 딜런이 만들어온 역사, 그리고 개인적인 삶과 그들이 형성한 인간적 관계(존 레논과 오노 요코, 밥 딜런과 제작자 존 해먼드 등)에 대하여 재조명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뮤지션들이 한대수의 삶에 있어서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단순히 정보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앉아 음악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부담감 없는 분량(151p)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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